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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DYK Apr 02. 2024

아들이 꼭 기억했으면 하는 딱 한가지

 향기를 느끼며 생각하며 자신의 향기를 만들어 갔으면 한다.

마음이란 구걸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내가 먼저 타인에게 마음을 다했을 때, 비로소 남의 마음을 물을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다산의 마지막 공부, 조윤제 지음>


회사를 다니면서 인연이 된 매우 친한 선배가 있다. 선배는 금융 쪽 전문가이시기에 우리 직원들의 재무적, 경제적 도움을 주고 싶어 교양 강좌 형태의 강의를 부탁하게 되었다. 선배는 흔쾌히 후배의 부탁이라며 부담은 되지만 승낙해 주셨다.


강의에 대한 직원들의 반응은 매우 긍정적이었고 선배에게 고마운 마음은 한껏 커져만 갔다. 강의를 하러 회사에 오셨을 때 가족분들도 잠시 바람을 쐬러 같이 내려오셨다. 그때 선배의 아들을 보게 되었다. 간접적으로는 아들이 훌륭하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직접 보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인성과 품성이 매우 훌륭했다.


대학을 들어가서도 자신의 능력을 활용하여 아르바이트를 통해 경제적 자립 활동을 하고 있었고 공부도 자기주도학습을 통해 한국의 최고의 학부와 과에 들어가 생활하고 있었다. 부모님이 워낙 훌륭하시고 착한 분이라 그런 부분을 닮았는지 공공장소에서도 남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애쓰는 모습이 공부만 잘하고 인성이 부족한 아이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선배에게 부탁을 드렸다.


  "선배! 아들에게 부탁해서 중학교 2학년 생인 제 아들 한번 만나서 그냥 형으로 이런저런 이야기 좀 해 주면 좋겠어요. 공부이야기가 아니라 그냥 형이 동생 대하듯 편안하게 식사하며 서로 질문도 하고 자기들끼리 이야기할 시간을 가지게 해 주실 수 있으면 좋겠어요"


"당연하지. 어렵지 않지. 아마 내 아들도 동생이 없어서 만난다고 하면 좋아할 거야. 그럼 시간 맞추어서 한번 보자고"


이렇게 시작된 만남이었다. 선배와 나는 다른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고 둘만의 식사시간을 가지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 나갔다. 서로의 이야기에 간섭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친해지길 바랐다. 처음에는 아들이 왜 만나는지 의아해했고 어색하지 않을까 생각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막상 나가서 형을 만나니 즐겁게 대화하며 좋은 시간을 가지게 되었던 것 같다.


2시간이 넘도록 계속 이야기를 이어간다. 시간이 부족한 듯 아쉬워 후식으로 아이스크림까지 사 먹으러 간다. 그리고 헤어지며 아쉬워하고 전화번호를 서로 주고받는다.


집에 돌아와 아들에게 묻는다.


"형하고 만나는 시간은 어땠어?"


"응 좋았어. 형이 선물도 주고 또 좋은 이야기도 해 주었어!"


"뭐가 가장 좋았니?"


"농구를 좋아한다고 하니까 형이 이런 이야기를 하더라고 아빠. 농구도 준비운동 시간이 필요하듯 중학교도 준비시간이고 훈련시간이다라고.


프로농구 선수가 미리 나와서 연습을 하잖아. 3점 슛을 계속 던지면서 감각을 찾아가고 계속 안 들어가도 계속 던지며 연습을 한다고 하며 본 게임에서 3점 슛의 영점이 맞아가면서 슛 성공률이 높아진다고.


중학교는 3점 슛을 던지면서 감각을 찾아가는 시간이고 고등학교는 본게임이다라고 하며 지금 중학생이니 연습을 많이 해 보라고.


3점 슛도 많이 던지며 감각을 키워가라고. 연습을 많이 하면서 네가 고등학교에서 슛 확률을 높일 수 있도록 잘 준비해 나가라고. 많이 도전하고 시도하는 것이 본게임에서 이기는 방법이라고."




운동, 친구, 여행 이야기를 하며 둘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대화를 이어갔다. 아빠로서 해 줄 수 있는 것은 공부를 하라는 말이 아니라는 생각은 늘 해 왔다.


 어차피 공부할 친구들은 자기주도학습을 통해 스스로 하지 강요에 의해 하는 공부는 결과도 좋을 수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무리 주변에서 공부하라고 이야기해도 공부가 왜 필요한지를 모른다면 굳이 잔소리로 들리는 말을 계속 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서로에게 상처가 되는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와이프는 나와 또 다른 스탠스일 수밖에 없다.


그렇게라도 공부를 하도록 유도해야 가능성이라도 있다고 말한다. 너무나 모르는 나를 야단치며 모르면 조용히 있는 게 도와주는 거라고 늘 말한다. 집안에서 교육에 대해서는 와이프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지만 아빠로서는 그냥 아이에게 숨을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고 싶다.


성적이 떨어진다 하더라도 이 세상은 또 다른 길들이 주어지고 그것들을 찾아가면 된다는 생각을 늘 해 왔다. 공부를 잘하면 좋겠지만 각자의 장점이 다른 것처럼 아이에게 칭찬과 격려를 해 주며 단단히 살아 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선배 아들을 만나게 한 것은 다른 뜻은 아니다. 그 친구가 한국의 최고 학교와 학과를 다니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었지만 기본적으로 공부를 잘 한 아이임에도 인성이 너무 잘 성장한 친구이기에 아들에게는 좋은 시간이 될 거라는 것을 확신했다.


그리고 아들보다 먼저 걸어온 길들에 대해 작은 조언이라도 해 주었으면 했다. 또래끼리 할 수 있는 가벼운 이야기를 하며 형에게서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인성과 모습을 배우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서로 어색해서 시간이 지루하지 않을까 했지만 자기들끼리의 시간이 즐거웠던 것 같다. 아들이 농구를 좋아하다 보니 형이 농구에 빗대어 이야기가 가장 인상 깊었던 같다며 미소를 짓는다.


나는 인생에서 실패를 거듭해 왔다. 이것이 정확히 내가 성공한 이유이다. <마이클 조던>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도 농구와 다를 것이 없다. 농구만이겠는가 모든 스포츠의 모습에서 우리는 인생의 모습을 찾을 있다.


준비운동은 운동의 기본이다. 준비운동을 한다는 것은 몸을 이완시키는 과정이다. 몸이 굳으면 본경기에서 오히려 실수를 하고 정상적인 플레이를 수가 없다. 몸을 이완시키고 긴장을 줄여나가며 본게임을 준비해 나가야 한다.


준비과정에서 모든 게 지치고 번아웃되면 본게임에서는 뛸 수가 없다. 부상도 그런 것이다. 준비기간 동안 부상을 당하면 본게임에서는 뛸 수가 없다.


준비시간을 많이 갖는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의 몸에 익숙함을 만들어 가는 것이고 정상적인 몸 상태를 유지해 나간다는 것이다. 본게임에서 그 익숙함이 자연스럽게 나와 바라던 것들을 이루어 내는 것이다.


이 세상 어떤 일이 준비과정과 치열한 연습 없이 가능하겠는가?


준비과정 속에 땀이 뚝뚝 떨어지는 연습이 필요한 것이고 연습량에 따라 우리의 인생 3점 슛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그 준비과정들이 길어질 수도 있고 짧을 수도 있지만 본게임을 위해서 지속적인 연습과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노력해도 본게임에서 실패 할 수 있는 게 인생이다. 하지만 그 실패가 인생이라는 여정 속에서 진짜 실패는 아니기에 우리는 3점 슛을 시도하는 연습을 계속해 나가야 한다.


농구게임에서 질 수도 있다. 준비와 연습량이 부족하여 실패할 수도 있다. 하지만 농구 경기는 계속된다. 그 실패가 또 다른 실패를 만드는 시간이 아니라 또 다른 도약을 위한 시간이 되어 주면 된다.


반드시 기억해야 하는 것은 준비와 연습량은 농구 경기 4 쿼터보다 더 치열하고 더 많은 땀이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본 게임에서 이완된 근육으로 자유롭게 움직이며 자신의 실력을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는 것은 연습뿐이다.


아들이 알았으면 한다.




보폭을 작게 하라. 어떤 것에도 걸려 넘어지지 않도록 하라. 당신의 걸음 하나하나는 퍼즐 조각 같은 것이다. 그것들이 모여 한 장의 그림이 만들어진다. 그림이 완성되었을 때 당신은 한 걸음 한 걸음씩 나아가 긍정적인 목표에 도달한 것이다. 무언가를 성취하는 데 있어서 나는 그 외의 방법을 알지 못한다. <마이클 조던>


형이 걸어간 시간과 길을 잠시라도 느껴봤으면 한다. 공부를 배우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어떻게 스스로 살아갈 것인지를 느껴며 자신의 생각들을 만들어 갔으면 한다.


그 시간이 아빠가 아들에게 줄 수 있는 선물일 수 있고 교육의 한 부분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형을 만나게 해 준거라는 것을 알아갔으면 한다.


이번 만남이 뒤돌아 서면 잊힐 찰나일 수도 있지만 어느 순간 아들에게 힘든 시간이 왔을 때 잠시라도 형과의 대화가 자신을 제자리로 돌아오게 하는 힘이 되어주었으면 한다.


그것만으로도 아빠는 아들에게 만족스러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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