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상은 얼굴의 꼴로 한 사람의 인생을 읽어낸다고 합니다. 물론 통계에 기반한 해석에 불과합니다만, 한 얼굴이 그 사람의 인생을 드러낸다는 기본 철학에는 어느 정도 공감합니다. 결국 당신의 지금은 당신이 지나온 시간의 총합이겠죠. 당신 얼굴의 굴곡과 눈빛, 그렇게 석화된 생의 흔적이 당신을 증거합니다. 지금을 잘 담아낼 수 있다면 당신 생의 전반을 담아낼 수 있을지도요.
처음부터 초상화를 그리려던 건 아니었습니다. 그건 조금 무서운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누군가의 인생을 단 하나의 얼굴로 결정화하는 건 부담스러운 일이죠. 그렇게 남겨진 작품은 우리의 삶보다 더 오래 이 세계에 머무를 테니까요. 그래서 만약 그럴 수만 있다면 보이는 순간의 이미지, 그 너머의 것을 담고 싶었습니다. 이건 단지 기술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당신을 그릴 동안, 제게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어떤 이야기라도 좋습니다. 인생의 스토리, 삶의 철학, 추억, 개인사, 고민, 비밀, 억눌렀던 이야기, 성공담, 실패담, 혹은 시시껄렁한 농담, 뭐라도 좋습니다. 물론 모든 이야기가 꼭 사실일 필요는 없겠죠. 그냥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들려주어도 괜찮습니다. 다만, 저는 그 이야기의 영향권 내에서 당신을 그릴 겁니다. 결국 당신의 이야기가 당신의 지금을 결정할 것입니다.
초상화를 그립니다. 그려진 당신의 인생은 작품으로 전시될 수도 있음을 미리 공지합니다. 완성된 그림을 구매하고 싶지 않다면 하지 않아도 무방합니다. 어쨌거나 저는 당신의 이야기가 듣고 싶으니까요.
-작가 김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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