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 있는 교환학생

왜 한국을 떠나나?

by woogeun

답답하고 숨이 막혔다.

우리 사회는 나이에 맞는 단계를 밟지 않을 때 패배자로 본다. 도착점은 각기 다른데 왜 그렇게 각자의 위치를 매번 강제로 정하려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런 생각들을 하기 싫었다. 하지만 주변의 환경은 나를 무섭게 좀먹어가고 있어 남들의 행진을 따라가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그런 공포감을 심어주었다. 해가 지나갈수록 남은 시간이 줄어들고 있었고 어서 무엇이든지 해야만 할 것 같았다. 여유가 있어야 더 좋은 선택과 결과가 있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


결승선은 자신이 만들어 나가는 것


그래서 결정했다, 탈출하기로.


인간에게 있어서 환경은 매우 중요하다. 최근 방영되고 있는 '스카이캐슬'에서 보듯이 우리나라 교육열은 매우 높다. 왜 교육열이 높을까? 대다수 사람이 환경이 중요하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인간은 환경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살아가며 특별한 일이 있지 않은 이상 환경 밖으로 나가기가 어렵다. 그렇기에 나는 지금 내가 놓여있는 상황에 불평만 하고 있기보다는 환경을 바꾸기로 해보았다.



조금은 늦은 나이에 교환을 가다 보니 많은 이들이 묻고는 한다
"너 성공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구나. 그냥 한량처럼 살고 싶은 거니?"


난 오히려 더 성공하고 싶고 세상에 많은 사람에게 변화와 영감을 안겨주고 싶다. 다만 지금 교환학생을 가는 것이 6개월 먼저 취업하는 것보다 훗날 나에게 더 큰 성장을 줄 것 같았다. 의지가 부족한 탓인가, 지원하면서도 모든 이가 "A"라고 주장하고 있으니 "Z"를 말하고 있는 내가 바보 같았고 현실에 따라가지 못하는 게 조바심이 났다.



그럴 때마다 과거의 나를 돌아봤다. 지금까지 다른 이들의 시선을 너무 의식한 나머지 나 자신에게 채찍을 휘두르며 '그저' 열심히 살기만을 반복했고, '삶의 의미'라는 본질을 잊은 채 달려왔었다. 이를 깨달았을 때는 허무함만 남은 채 세상에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물론 타인의 시선이라는 것은 의미가 없었다.



"그럼 환경을 바꾸어서 뭘 어떻게 할 건데?"



성장하려 한다. 내면적으로도, 커리어면으로도. 국내에서 이룰 수 없는 성장을 이루고자 한다. 국내에서 대학교 4학년으로 살아가며 꽤 힘든 것들이 있다. 여행을 다니며 스트레스받지 않고 독서하는 것이다. 흔히들 독서는 나 자신의 한계를 깨부수는 '도끼'라고 한다. 그리고 여행은 '서서 하는 독서'라고 한다. 하지만 대학교 4학년은 취업이라는 벽에 부딪혀 독서보다는 SSAT 등의 적성 문제집을 풀기 마련이며 해외여행은 꿈도 꾸지 못할 정도로 시간이 부족하다. 다른 이들은 취업하고 가도 늦지 않다고 말하겠지만, 다 거짓말이란 것 알고 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가려고 하니 말리지 말아 달라. 독서와 여행으로 나 자신을 깨부수며 성장할 것이다.



그리고 향후 창업자를 꿈꾸는 대학생으로서, 아니 무슨 일을 하든 최고가 싶은 대학생으로서 교환학생 기간 동안 나만의 원칙을 쌓아가려고 한다. 최근 읽고 있는 레이 달리오의 'Principles' 맨 앞부분에는 원칙의 중요성을 설명한다. 원칙이 없으면 올바른 선택을 내리지 못하고 좋지 않은 선택을 반복할 확률이 매우 높다. 시간이 부쩍 소중하게 느껴진 요즘 실수는 괜찮지만 반복하고 싶지 않다. 이를 위해 나만의 원칙을 세워가고 싶다. 원칙은 나에 대한 이해가 높아야만 세울 수 있다. 세상에 좋은 말은 흘러넘치지만 진정 나에게 적용되고 도움이 되는 명언은 별로 없지 않은가? 교환학생 시절에는 평소 알고 있던 친구도 알고 있던 장소들도 없는 전혀 새로운 환경에 나를 놓이게 한다. 이는 전혀 다른 '나'를 알게 해 줄 것이며 원칙을 세울 수 있는데 가장 효율적인 환경이 될 것이다. 이 원칙은 훗날 내가 창업자로서 결단을 내려야 할 때 큰 도움을 줄 거라 믿는다.



추가로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을 만나면서 진정으로 다양성과 부딪히고 싶다. 세계회가 되었다고 말하지만, 아직 우리는 다양성이라는 단어와 친하지 않다. 당장 우리나라라 사람들만 해도 다문화 가정을 불편을 느끼는 것은 사실이지 않은가. 다양한 사람들이 힘을 합칠 때의 그 시너지는 무시할 수 없다. 천편일률적인 문화는 다른 의견을 수용하지 못하고 무너져가며 같은 생각으로만 이루어져 있다면 고유한 것이 아니기에 더 노골적인 비교가 가능해진다. 최근 한국 사회가 서로 비교해가는 것이 심해지는 게 다양성을 받아들이지 못해서일지도 모른다. 나도 알고 있다. 말로는 다양성을 부르짖고 있지만 실제 상황이라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그렇기에 교환학생으로 한 번쯤은 제대로 부딪혀 보려고 한다.


여행은 서서한 독서



그럼 왜 독일이야?

최근 6개월 동안 했던 사모펀드 인턴 생활 시절, 제일 의문이었던 점은


"제조업이 다 망해가고 있는데 앞으로 어떻게 어떤 산업이 부상할까? IT만이 답인가?"

"앞으로 제조업의 판도는 어떻게 바뀔 것인가?"

"이러면 우리나라 망하는 것 아닌가?"

"제조업 강국인 독일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


등등이었다.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어려운 상황에 있지만 잘하고 있는 독일에서 의문에 대한 힌트를 얻으려고 한다. 독일은 미국과 중국과 다르게 인구가 많아 내수 시장 의존도가 높은 것도 아니며 석유 같은 천연자원이 풍부한 것도 아니다. 내가 반 꼴찌라고 가정한다면 따라 해야 하는 친구는 미국과 중국같이 천부적으로 머리도 좋고 지원도 든든한 아웃라이어가 아닌 비슷한 IQ와 지원이 있는 독일이라고 생각했다. 그중에서도 베를린은 런던에 이어 유럽에서 창업하기 좋은 도시 2위에 랭크되어 있어 창업에 뜻이 있는 내게도 좋을 것이라 믿었다.


Welcome to the Berlin!



아직도 주변의 많은 사람이 '나'의 취업을 걱정하고는 한다. 인턴 한 번 더 하는 게 낫지 않겠느냐. 졸업학년에 교환학생을 가는 게 말이 되는 소리냐, 등등. 사실 가장 불안한 건 나 자신이다. 그렇기에 교환학생 가기 전 지금도 자기소개서를 계속 작성하고 있다. 다만 그곳에서의 경험이 단단한 나를 만들어줄 것을 알고 있다. 우리는 투자를 할 때 장기적으로는 좋을 것이란 걸 믿고 결정하였음에도 단기적인 급등이나 급락에 일희일비하고는 한다. 이를 알기에, 나는 조금 덜 흔들리려고 한다.




베를린에서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