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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그 순간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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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geun Aug 05. 2019

예술은 왜 이해가 어려울까

파리&런던, 현대 미술 여행 #2

'19년 7월, 역사상 최대의 폭염이 있을 적에 10박 11일 동안 혼자 파리와 런던에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현대 미술로 유명한 테이트 모던, 팔래 드 도쿄, 퐁피두 센터를 다녀오면서 느낀 점들이 있었는데, 정리도 해볼 겸 글로 남겨두고자 합니다.

#1 - 정답이 없는 문제

#2 - 예술은 왜 이해가 어려울까

#3 - 어떻게 대할 것인가

여행 2일 차에 팔래 드 도쿄에 다녀와서 #1에서 언급한 깨달음을 얻은 후, 나는 정말 들떠버렸다. "오오오오오 예술은 이렇게 대하는 거구나"라고 생각하면서 파리 한인 민박에 있는 많은 분들에게 "팔래 드 도쿄 꼭 가세요. 짱짱짱임 ㅋ"라고 계속 홍보했다. 뭐 대단한 건 아니었지만 무지했던 나에게는 꽤나 큰 깨달음이었으니깐.

하지만 인생은 질문의 연속이듯, 깨달음의 기쁨에 취해 아이폰 갤러리를 계속 들락날락거리다가 한 질문이 머리 안에 쏙 들어왔다. "아니, 분명 일을 하거나 시험 문제를 풀 때는 매번 간단명료하게 표현하라고 하면서 왜 예술은 이렇게 어렵게 표현해뒀을까? 뭐야 뭐야?"라는 생각. 난해한 표현이 없었다면 예술이 이렇게 어렵게만 느껴지지는 않았을 텐데 말이다... 질문에 대한 나름대로의 답을 구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목적(대상)의 차이에 있었다.

회사에서 하는 일과 우리가 쉽게 접하는 대중 예술들은 다수를 위한 것들이다.(1열) 처음 보는 사람도 이해할 수 있고 쉽게 웃을 있어야 한다. 그러니 사회에서 통용되는 방식들로 표현되어야 하고, 그런 것들은 대개 간단명료하다. 사람들은 웬만해서 주의 깊게 관찰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은 누구든지 쉽게 이해해야 하니깐. Source: Kakao IR

하지만 (대중 예술을 제외한) 예술 작품들은 소수에게 강렬한 잔상을 남기고 싶어 한다고 믿는다. 어쩌면 자신의 생각이 통용되는 방식으로 변환되어 의미가 왜곡되는 걸 싫어할지도 모른다. 그냥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이지 세상의 기준에 맞추고 싶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앞서 말했듯이, 사람들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들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한다.

윌리, 팔래 드 도쿄

팔래 드 도쿄에서 봤던 <돌고래, 윌리> 작품이다. 윌리는 멕시코와 캐나다 수족관을 전전하던 남방돌고래였는데 우연히 영화 <프리윌리>에 캐스팅되어 스타덤에 오른다. 덕분에 방사활동을 위한 재단까지 생겨 끝내 야생에 돌아가게 되는데, 5년 정도 생활을 하다 죽게 된다. 방사 후 5년 정도면 꽤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 작품을 만든 아티스트는 만약에 인간들이 애초에 잡아들이지 않았다면 윌리는 더 오래 살았을 것이고 가족들과 함께 살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한다. 실제로 보면 꽤나 충격적이다. 고래 위에는 미국, 멕시코, 캐나다 등의 국기가 화살처럼 표현되어 있고, 옆에 있는 스크린에서는 인간이 윌리의 가면을 쓰고 말을 한다. 그것도 맥도널드 감자튀김을 먹으면서. "왜 나를 풀어줬냐고, 그냥 잡았으면 계속 데리고 있어야지."라고 말을 한다.

이런 작품은 난해하지만 어느 정도 이해만 한다면 아티스트의 메시지가 "강렬하게" 들어온다. 하지만 만약 저 작품 대신에 "돌고래 포획 금지"라는 문구만 A4에 프린트되어 있었다면?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래... 돌고래 잡으면 안 되지."라고 생각만 한채 지나갔을 것이다. 별다른 자각을 하지 못한 채 말이다. 어쩌면 예술가는 이런 부분을 노리고 다양한 표현 방식을 취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지금 살고 있는 베를린은 "힙(Hip)"한 도시의 대명사다. Hip이 도대체 정확히 무슨 의미인지는 인터넷에서도 정확히 정의가 안되어 있지만, 기억이 나는 흥미로웠던 정의는 "To Know What's What" (무엇이 무엇인지 아는 것 = 뭘 좀 아는 것)이다. 어쩌면 예술은 이런 힙한 사람들에게만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 것일지도 모른다. "좀 아는 사람들만 즐겨라"라고.

어디까지나 사적인 의견일 뿐이다. 앞에 언급했듯이, 그냥 마음대로 한 것뿐인데, 복잡하게 생각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나만의 이해 도구가 생기니 난해한 예술에 도전할 자신감이 생겼다. 뭐가 뭔지 알고 싶은 그런, 힙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