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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geun Aug 08. 2019

만들어낸 삶의 목표

20190808


작년에 인턴을 하면서 처음 시작했던 것들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삶의 목표 만들기다. (이유는 왜? 왜? 왜? 하는 버릇 때문에) 살다 보니 종교적 위인들처럼 천사들이 내게 와서 계시를 주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그러니 잘 살아가려면, 살아갈 의미를 줄 수 있는 삶의 목표를 만들어야 하겠다고 다짐했다. "만든다"라는 게 이상하지만, 오히려 더 좋다. 누가 정해주는 것도 아니고 내 의지대로 할 수 있다는 뜻이니깐.




어디까지나 정리를 위한 글이다. 또 공개적으로 글을 쓰면 언행일치 하려고 노력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어 이렇게 글을 남긴다.



무엇을 위해서?



처음은 행복이었다.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서 그냥 "행복"이라고 적었다. 그다음 생각은 "그럼 어떻게 해야 내가 행복할까?"였다. 돈이 많았으면. 커리어적으로 성공한다면. 건강한다면. 뭐 이런 뻔한 것들이 입에서 술술 나왔다. 다 좋은 것들인데 깔끔하게 정리하고 싶었다. 그리고 이런 뻔한 것들은 사실 사회에서 내게 주입한 것들일 것 같아 다시 한번 고민을 하고 싶었다.




이후에 거창하게 등장한 것이 "본능과 의지"대로 살아가기였다. 철학에서 나올법한, 실생활에서 쓰지 않는 단어였다. (아무리 해도 입에 달라붙지도 않고 머리에 박히지가 않아서 "말하는 대로" 살아가기로 바꾸었다.) 이후에 꼬리 질문으로 "그러면 본능과 의지에 부합하는 것이 과연 무엇이 있을까?"라고 나 자신에게 물어보았고, 4가지로 정리할 수 있었다.



1) 즐거움

2) 돈

3) 사랑(가족)

4) 타인을 돕는 것?




오글거리지만 뭐 이렇게 정리가 되었다. 하지만 이후에 한동안 또 다른 꼬리 질문이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작년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이 단계에서 정체되어 있었다. 사실 저렇게 두리뭉실한 생각을 표현하려니 기억이 잘나지도 않아 자꾸 반복 학습했어야 했다. 부자연스러웠다. 그러다가 어느 날 베를린 공대에서 공부를 하다가 버스를 타고 집에 가던 중에,




"이것들을 다 실현하면 나는
어떤 사람이 되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교환학생 중에 한국과 잠시 떨어져 있어서 그런가, 솔직한 답이 나왔다. "자랑스러운 아빠, 자랑스러운 형이 되고 싶다"라고. 평소 나는 미래의 가족 얘기나 10,13 살의 터울인 남동생들을 관한 얘기를 저엉말 많이 한다. 생각해보면 우리 동생들에게 난 어떻게 보일까 아니면 미래의 자식에게 어떻게 보이고 무슨 말을 해주어야 할까라고 많이 상상한다. 그래서였나, 자연스럽게 답이 나왔다.




가식적이지 않아 부자연스럽지 않고 마음에 쏙 들었다. 나는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려고 사는구나라고 생각하니 기분도 좋아지고, 무엇을 해도 힘이 들지 않았다.




하지만 ”자랑스러운”이라는 형용사가 붙기에는 아직 많이 부족한 걸 난 안다. 더 성장해야 한다. 그렇기에 여러 목표들을 짜고 이번 상반기부터 열심히 살아왔다. 돌아본 결과 잘 지켜나가고 있었지만 큰 목표인 "자랑스러운 ~" 이것 하나로는 방향성이 애매모호했다. 그래서 중간 키워드를 만들어보았다.




H.P.S.L.I


성장의 방향성: H.P.S.L.I

H는 Health

P는 Personality

S는 Skill

L은 Leadership

I는 Impact




H는 Health. 건강이 최고고 필수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에 일이 있었다.



P는 Personality. 직역하면 인성이지만 이것보다는 사람다움을 생각하며 적었다. 재미를 느끼는 것이 다양할수록, 깊이가 있을수록 그 사람은 더 사람답다. 틀에 박히지 않고 알아가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다. 물론 인성은 기본으로.



S는 Skill. Skill은 이 험난한 세상을 헤쳐나갈 수 있는 돈벌이를 뜻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당연 돈이 우선순위이기 때문에 넣었다. 개인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Skill도 없고 건강이 없으면 자기 자신을 믿기 너무 어렵지 않을까 싶다. 꼭 필요하다.



L은 Leadership. 솔직히 아직 잘 모르겠다. 능동적이고 더 큰 영향력을 주고 싶으면 어쩔 수 없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일해야 하고 그렇다면 필요하지 않을까 해서... 아직은 잘 모르겠다.



I는 Impact.



세상에 임팩트를 준다. 클리셰 같은 말이지만 이 말이 진심으로 와 닿을 수 있게 해 준 여러 계기들이 있었다. 하나 말할 수 있는 건 죽을 때 유일하게 남는 건 그 사람의 영향력이지 않나 싶다는 생각을 꽤 어릴 때부터 했다. 아무리 미래의 자식들이 유산을 많이 물려받아도, 내가 남겨둔 임팩트가 없다면 금방 잊히지 않을까. 열심히 살아왔는데 잊히는 건 꽤나 괴로운 일이다.



그래, 이유가 어떻든지 간에 임팩트를 줘야 한다고 상상해보자. 사실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들은 영향력이 있기에 "어떤 방식으로" 하는지가 중요하다. 자신이 1) 가장 중요하다고 믿고, 2) 누구보다 잘할 수 있는 방식을 선택해야 나를 더 나답게 할 수 있다. 난 큰 줄기로는 기업과 관련한 일을 하기로 정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람들의 마음을 진정으로 바꾸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건 기업이 으뜸이다. 요즘 우버와 에어비앤비가 공유경제를 당연시 여기게 만들고, 마켓 컬리가 새벽 배송을 가능케 할 수 있었듯이 말이다. 또 어쩔 수 없는 게, 아빠도 일평생 사업만 해오셨고 나 또한 경영학과이기에 보고 배운 것이 이것뿐 밖에 없기도 하다. 그렇다고 다른 걸 안 해본 건 아니다. 어렸을 때 랩 좀 해봤는데 한계가 보였고, 농구도 많이 해왔지만 nba 레벨은 역부족이라는 걸 누가 봐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졸업을 앞두고 난 금융업의 IBD야말로 사회에서 가장 중요하고 내가 누구보다 잘할 수 있는 분야라고 마음먹었다. 모두가 가장 간절히 필요로 하는 금융을 한다는 점과 전 산업군에 기회를 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인 것을 넘어 왠지 숙명으로 느껴진다. 근무 환경이 힘들다고 해서 다들 말리지만 오히려 지나친 성과주의는 날 더 발전하게 할 수 있을 것 같아 마음에 쏙 든다.




사실 중요하다고 여기는 방향성은 또 하나 있다. 창업을 통해 문제 해결을 하는 것. 사회가 더 성장하게 하는 것. 하지만 아직 내 역량이 역부족이라는 걸 알고 있다. 뚜렷한 방향성이 있는 것도 아니고. 다만 원하는 방향이 생기고 단 3명의 인재를 모을 수 있는 역량만 있다면 창업 또한 도전하고 싶은 과제다. 물론 뱅킹에서는 꽤 일하고, 끝을 본 후의 얘기다. 뱅킹과 창업은 내게 있어서 방식만 다를 뿐 목적지는 같다.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분야에 임팩트를 주고 누구보다 잘할 수 있는 것. 굳이 비교하자면, 뱅킹이 넓고 간접적이라면 창업은 좁지만 직접적이라고 할까.





이렇게 거창하게 글을 쓰고도 사실 내일이면 마음이 바뀔 수도 있다. 아니면 살다가 어려움에 부딪혀 삶의 궤적이 달라질 수도 있고. 하지만 난 이렇게 목표를 설정하고 마음먹는 것을 끊임없이 상상하다 보면 (노력도 해야 함) 결국엔 다 이루어질 것이라고 진심으로 믿는다. 어리지만 진심으로 간절하게 바라면 이루어지더라. 아직 삶의 철학이 정말 얕아서 글도 이 정도까지 밖에 안 나오지만 앞으로 더 좋아질 거다. 1년 후에는 아마 많은 것들이 바뀔 것 같은데 그때 다시 업데이트하러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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