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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geun Aug 09. 2019

예술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파리&런던, 현대 미술 여행 #3

'

19년 7월, 역사상 최대의 폭염이 있을 적에 10박 11일 동안 혼자 파리와 런던에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현대 미술로 유명한 테이트 모던, 팔래 드 도쿄, 퐁피두 센터를 다녀오면서 느낀 점들이 있었는데, 정리도 해볼 겸 글로 남겨두고자 합니다.



#1 - 정답이 없는 문제

#2 - 예술은 왜 이해하기 어려울까

#3 - 어떻게 대할 것인가




#1과 #2는 내가 왜 지금까지 예술을 이해하지 못했는지에 관한 글이었다. 정답이 없는데 자꾸 정답을 찾으려 들었으며 그들만의 방식을 이해하려 하지 않고 기존의 표현 방식만을 갈구했다. 그렇기에 예술은 지금까지 너무나도 먼 존재였고 가까워질 거라는 생각은 하지도 못했다.



파리에서 5박 6일의 여행이 끝난 후 39도의 폭염을 견디며 유로스타를 타고 런던으로 넘어갔다. 서울과 가장 비슷해서 좋아하는 도시였다. 유일하게 유럽 국가에서 영어를 쓰는 나라 이기도 하고... 간판이 영어로 되어있으니 처음 한글을 읽게 된 아이처럼 항상 요리조리 둘러보게 되는 도시였다. 런던이 도착한 지 3일 차에, 폭염이 물러나고 영국 특유의 흐린 날과 비가 내리는 날에 테이트 모던에 입성했다.


Tate Modern



신기하게도 여행 중 난 예술에 관하여 계속 고민하고 있었다. 팔래 드 도쿄의 여운이 가시지 않았고, 무엇인가 더 알아내고 싶었다. 그런 내 머릿속에 있었던 가장 중요한 질문은, "그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거야?"였다. 어렴풋이나마 생각하고 질문하는 것이 아닐까 라고 마음속에 품고 있었지만 둥둥 떠다닐 뿐 말로 설명할 수는 없었다. 그러다 테이트 모던의 첫 번째 작품을 보며 궁금증이 풀렸다.



Tate Modern




What is your first reacting to the work?
(작품을 보고 처음에 무슨 생각이 들었니?)

Why does it make you feel or think like that?
(왜 그런 생각이나 느낌을 가지게 된 것 같아?)

What is it made of?
(작품은 무엇으로 만들어졌니?)

Why has the artist chosen those materials?
(아티스트는 왜 그 재료를 선택했을까?)

Does the size of the work affect your experience of it?
(작품의 크기가 작품을 감상하는데 영향이 있었니?)

Where is the artist from and when did they live?
(아티스트는 어디에서 왔고 언제 살았어?)

How has this influenced them?
(이것이 어떻게 영향을 준 걸까?)

What do you think the work is about?
(너는 이 작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자문자답하며 이해하기



질문을 던져 궁금증을 만들고 대답하면서 내 생각을 구체화해가는 것이야말로 예술을 즐기는 방법이었다. 작가가 도대체 왜 그것을 이렇게 표현하려 했으며, 무엇을 생각했고, 그렇게 된 경위는 무엇이며... 등등. 어렴풋이 생각하던 이해 방법을 저 인스트럭션이 손에 잡히도록 구체화해주었다.




조금 더 정리해보니 아래의 도식처럼 구조가 완성되었다. 아직은 짧지만 앞으로 더 다양한 예술 작품을 보며 생각을 넓혀가고 싶은 생각뿐이다.







하지만 이런 방법론을 만드느라 사실 이번에 돌아다닌 미술관에서는 개별 작품을 제대로 감상하지 못한 점은 아쉽다. 작품을 보더라도 이건 어떻게 봐야 할까?라는 생각에 붙잡혀 있었다. 그래도 이렇게 입문을 하게 된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한다. 그 전에는 미술관에 가서 그저 사진을 남기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이제는 그 작품을 보고 내 생각을 남기는 것이 목표다. 즐길 수 있는 것이 늘어나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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