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화. 윤슬, 그리고 다시 걷는 길

『인생 2막, 유튜브 ON』

by 박동욱

속초에 도착한 날, 해는 생각보다 따뜻했고 바람은 낯설지 않았다. 어설프게 찍은 브이로그 영상을 뒤적이다 결국 삭제 버튼을 눌렀다. 내가 봐도 이건 뭐냐 싶었다.

민박집이라 적힌 숙소로 향했지만, 막상 도착한 곳은 ‘게스트하우스’였다. 뉴스에서 본 적은 있었지만 직접 들어온 건 처음이었다. 6인실, 싱글 침대가 가로로 줄지어 있었다. 어쩐지 저렴하다 했더니.

짐을 풀고 편의점으로 향했다. 컵라면, 소주 두 병, 과자 몇 봉지를 들고 계산을 마치려는데, 테라스 쪽에서 여자 하나가 브이로그 촬영을 하고 있었다. 단단한 말투와 깔끔한 화면 구도. “오늘은 속초 편이고요. 제가 좋아하는 걷기 좋은 길이 있어서 소개하려고요.”

그녀는 촬영을 멈추지 않았다. 반복해 대사를 고치고, 카메라를 조정하며 익숙하게 움직였다. 나는 멀찍이 서서 그 모습을 지켜봤다. 걷는 걸 좋아하는 나로선, 도대체 그 길이 어디인지 물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말이 목까지 차오르다 이내 삼켜졌다.

숙소로 돌아온 나는, 어쩐지 허전한 마음에 공용 거실에 앉아 소주를 땄다. 같은 방을 쓰던 젊은 친구 몇이 합석했고, 자연스럽게 술자리가 열렸다. 그 자리엔 낮에 보았던 그녀도 있었다. 테라스의 유튜버.

나는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낮에… 테라스에서 촬영하시던 분 맞죠?"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맞아요. 혹시 보셨어요?"

"네… 그냥. 저도 여행 왔다가."

그녀는 내 옆에 자리를 잡았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술잔이 오갔고 대화가 자연스레 이어졌다.

"혹시 유튜브 하세요?" 그녀가 물었다.

나는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아뇨, 아직은… 그냥 관심만 있어서요. 영상 하나 찍어봤는데, 생각처럼 안 되더라고요."

"처음엔 다 그래요. 쉬운 게 하나도 없어요."

술기운에 기분이 조금씩 풀려갔다. 나는 무심한 척, 하지만 속마음을 담아 말했다.

"혹시… 시간 나면, 조금만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그냥… 기초 같은 거라도."

그녀는 웃으며 잔을 들었다. "기억해 둘게요. 정말이에요."

밤은 그렇게 흘렀다. 다들 취했고, 웃음은 무르익었다. 나는 어느 순간 말을 줄였다. 내가 여자 앞에서 유려한 편은 아니니까. 그저 조용히,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술잔을 채웠다.

다음 날 아침, 늦게 눈을 떴다. 방은 텅 비었고, 나는 물 한 컵으로 정신을 깨웠다. 게스트하우스 로비로 내려갔을 때, 그곳엔 윤슬이 서 있었다. 손엔 숙취 해소 음료 두 병.

"이제 나와요? 해장하러 가요."

나는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기억하셨네요…"

"당연하죠. 내가 먼저 기다린 거예요."

나는 말없이 그녀를 따라나섰다. 누군가가 나를 기억해 주는 순간, 그건 아주 오래된 설렘처럼 가슴에 남는다.

그날 이후, 나의 여정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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