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화. 느린 여행의 시작

『인생 2막, 유튜브 ON』

by 박동욱

하루가 지나고, 윤슬의 도움을 받아 내 첫 영상 하나가 세상에 올라갔다. 몇 개의 컷 편집과 자막, 잔잔한 음악 한 줄. 화면 속의 나는 여전히 어색하고 말도 서툴렀지만, 그 모든 것이 이제 조금은 ‘기록’처럼 느껴졌다.

영상이 ‘영상 같아졌다’는 사실이 나로선 신기하고도 묘했다. 눌러보는 손끝이 조심스러웠고, 몇 초마다 새로고침을 하며 좋아요 숫자를 바라보았다. 고작 세 개. 그중 하나는 분명 내가 눌렀고, 하나는 조카일 것이다. 그런데 남은 하나가 어쩌면 누군가의 진심일 수도 있다는 사실에 가슴 한편이 뭉클했다.

“생각보다 영상이 괜찮아요.”

“괜찮죠? 제가 괜히 도와드리는 거 아니에요.” 윤슬이 말하며 웃었고, 나도 덩달아 웃었다.

사실 이틀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처음부터 이번 여행은 계획도, 목적도 없이 시작된 거였으니까. 술김에 떠났고, 혼자 밥을 먹고, 영상을 찍는 흉내만 내다 돌아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윤슬이라는 이름이, 이 모든 흐름을 바꿔놓았다.

그녀는 설명하지 않아도 나를 이해해 주는 사람이었다.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먼저 짚어주는 그런 사람. 어쩌면,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람처럼 느껴졌다.

“사실… 어디로 가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내가 말했다. “걷는 건 좋아하는데, 뭔가 찍으려고 하다 보면 자꾸 이유를 찾게 돼요. 괜히 의미를 부여하려고 애쓰는 것 같고.”

윤슬은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혼자 앉아서 멍 때리는 건 좋아하세요?”

나는 작게 웃었다. “그건 정말 잘해요. 가끔은 멍하니 앉아 있는 게 하루 중 가장 충실한 시간이거든요.”

“그럼요. 그거, 요즘 말로는 ‘느린 여행’이에요. 뭘 하지 않아도 괜찮은 여행. 시간과 감정을 천천히 쓰는 여행.”

그 말은 내 마음 깊은 곳에서 가만히 울렸다. 속도를 내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 나를 다그치지 않는 시간.

“느린 여행… 좋네요. 어떤 건지 정확히는 몰라도, 왠지 지금 내게 딱 맞는 말 같아요.”

그날 밤, 우리는 함께 동해로 향했다. 겨울 바닷바람은 차가웠지만, 걷는 발걸음은 가벼웠다. 윤슬은 여느 때처럼 촬영을 했고, 나는 뒤에서 조용히 따라다녔다. 때로는 카메라에 슬쩍 비치고, 때로는 그녀의 프레임 안으로 스며들었다. 그녀의 웃음과 나의 침묵이 나란히 녹아든 장면들.

“여기는 파도가 멋지게 부서지는 포인트예요.”

“그러네요. 이 소리… 그냥 듣고 있어도 좋네요.”

“이게 느린 여행이에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그냥 좋은 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그저 옆에 있어주는 사람이었다. 무엇을 가르치려 하지 않았고, 내 속도를 재촉하지도 않았다. 말없이도 마음을 읽어주는 사람. 그게 얼마나 위로가 되는지, 그제야 알았다.

그날 밤, 바다 앞에서 바람을 맞으며 우리는 한참을 앉아 있었다. 말이 없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고요함이 서로를 더 가깝게 했다.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나는 여행을 이어가기로 했다.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이제는 두렵지 않았다. 누군가와 함께여서가 아니라, 그 누군가가 윤슬이기 때문에.

나는 처음으로 이 여정이 오래도록 기억될 것 같다는 예감을 가졌다. 그리고 그 예감이, 이상하게 따뜻했다.

작가의 이전글제3화. 좋아요 3개, 그중 하나는 내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