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화. 유튜버 윤슬과 시청자 윤슬

『인생 2막, 유튜브 ON』

by 박동욱

3일 남짓한 시간이었지만, 윤슬은 참 많은 걸 나눠주었다. 영상 편집의 팁, 촬영의 요령,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라는 사람에게 건네는 응원 같은 말들. 현실적이면서도 따뜻했고, 기술적인 이야기 속에도 늘 사람에 대한 애정이 묻어 있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윤슬이 아니었다면 이 여정은 그냥, 몇 번 찍어보다 흐지부지 끝나버렸을지도 모른다. 잠깐의 기분 전환이었을지도, 다시 돌아가는 길 위에서 허무함만 안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동해를 담아보기로 했다. 함께 움직이지 않고, 서로 떨어져 각자가 바라보는 동해를 찍기로 한 것이다. 나는 여전히 어색했지만, 윤슬은 내게 말했다.

"찍고 싶은 거 다 찍어보세요. 편집은 그다음이에요. 기록은 먼저 마음이 움직인 쪽을 따라가야 해요."

그 말이 용기가 되었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파도, 바람, 바닷소리. 스쳐 가는 사람들, 흔들리는 갈대, 멀리서 들려오는 갈매기 울음까지. 다큐처럼 느껴질까 걱정도 됐지만, 윤슬이 말한 '나만의 프레임'을 떠올리며 일단 마음 가는 대로 찍었다.

점심 무렵, 허름한 식당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문을 열자 할머니 한 분이 반갑게 맞아주셨다. 촬영 가능 여부를 여쭈니,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셨다. 가게 구석진 자리에 앉아 회덮밥을 시켰다.

조용히 가게를 스케치하듯 촬영하던 중, 문득 할머니가 회를 다듬는 손길이 눈에 들어왔다. 그 순간, 본능처럼 카메라를 들었다. 손등에 세월이 새겨진 듯한 주름, 칼날을 다루는 능숙하고 조용한 움직임. 어떤 내레이션보다도 더 많은 이야기를 품은 장면이었다.

맛있게 식사를 마친 뒤, 조심스럽게 여쭈었다.

"혹시… 아까 찍은 할머니 손, 영상에 써도 괜찮을까요?"

할머니는 잠시 나를 바라보다가, 부드러운 미소로 고개를 끄덕이셨다. “잘 나오게 찍어줘요.”

식당을 나서는 길, 할머니는 손을 흔들어 배웅해 주셨다. 바닷바람보다 따뜻한 그 손짓은, 내가 담고 싶은 여행의 온도와 딱 닮아 있었다.

숙소로 돌아와 영상을 정리했다. 장면들을 하나하나 나열하고, 소리를 덧붙이고, 자막을 얹었다. 서툴지만 정성껏. 내 하루의 마음이 그대로 담기길 바라며.

윤슬이 내 영상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할머니 손… 진짜 좋았어요. 뭔가, 그 손안에 하루가 다 들어 있는 느낌이었어요.”

나는 괜히 뿌듯했다. 윤슬과 같은 장면에서 같은 감정을 느꼈다는 것. 우리가 그렇게 닮아 있다는 사실이 이상하게 기뻤다.

그런데 갑자기, 윤슬의 휴대폰이 울렸다. 그녀는 전화를 받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표정이 서서히 굳어지더니, 전화를 끊고는 가방을 들었다.

“죄송해요. 급하게 서울에 올라가야 할 일이 생겼어요. 당분간 연락 못 할 수도 있어요.”

말없이 서 있는 나에게 그녀는 짧게 덧붙였다.

“정말 미안해요.”

그녀는 그렇게 떠났다. 그날,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대신 조용히, 노트북 화면을 켰다. 그리고 윤슬이 좋아했던 그 장면—회덮밥을 만들던 할머니의 손길을 다시 재생했다.

이야기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었다. 누구와 함께이든, 혹은 혼자이든.

작가의 이전글제4화. 느린 여행의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