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2막, 유튜브 ON』
섬은 정말 고요했다. 해가 지고 나서야 민박집으로 돌아왔는데, 바람은 낮보다 한결 차분했고, 골목은 가로등 불빛 아래 조용히 숨 쉬고 있었다.
작은 섬은 아니었다. 항구 옆엔 작은 시장이 있었고, 식당도 몇 군데 눈에 띄었다. 저녁을 어떻게 해결하나 고민하며 문을 열자, 민박집 아주머니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식사 준비됐어요. 같이 드시죠.”
나는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방에 밥상이 놓여 있을 줄 알았는데, 식사는 주인 식구들과 함께였다. 아주머니와 아이, 그리고 강아지까지. 혼밥이 익숙한 내게 이런 식사는 낯설고 어색했다.
그래도 상 앞에 앉았다. 뜨끈한 된장찌개 냄새가 배를 자극했고, 따뜻한 밥에 반찬이 하나씩 올라왔다. 아이는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나를 바라봤고, 강아지는 조용히 내 다리 밑에 자리를 잡았다.
“혼자 여행하세요?”
“네… 네, 그냥… 뭐, 좀 쉬러요.”
“잘 오셨어요. 이런 섬에는 쉬러 오는 게 제일이에요.”
아주머니는 밝고 따뜻한 사람이었다.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이어졌다. 어떻게 이 섬에 오게 됐는지, 유튜브는 언제 시작했는지. 그 모든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주는 느낌이었다.
알고 보니 아주머니는 나보다 두 살 많은 누나였다. 남편 없이 아이와 단둘이 살고 있다고 했다. 그 말이 어쩐지 마음에 오래 남았다. 말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의 사연은 늘 깊고 조용했다.
그날 밤, 나는 처음으로 ‘혼자가 아닌 시간’을 조용히 받아들였다. 어색함은 조금씩 사라지고, 따뜻함이 그 자리를 채워갔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나 항구 옆 시장으로 향했다. 시장은 활기찼다. 생선을 손질하는 아저씨들, 좌판 위에 채소를 가지런히 놓는 아주머니들, 국밥을 말아먹는 단골손님들. 그 모두가 각자의 리듬으로 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카메라를 꺼냈다. 허락을 구하고, 눈치를 보며 천천히 담았다. 무언가를 찍는다기보다, 이 공간에 내가 잠시 머물고 있다는 걸 기록하는 기분이었다.
“유튜버요?”
한 아주머니가 물었다.
“네, 뭐… 이제 막 시작한.”
“잘 찍어요. 우리 시장도 좀 유명해지면 좋잖아요.”
그 말에 괜히 웃음이 났다. 마치 동네 어르신의 응원을 받은 기분이었다. 국밥집 옆자리에 앉아 국밥을 시켰다. 그 자리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한 편의 장면 같았다.
아저씨들 틈에 껴서 먹는 국밥은 따뜻했고, 카메라에 담긴 그 모습도 어딘가 모르게 ‘사람 냄새’가 났다. 윤슬이 알려줬던 각도는 아니었지만, 이상하게 화면이 마음에 들었다. 조금 흔들리고, 조금은 어설프지만 그게 진짜 같았다.
촬영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시장 끝자락에서 누군가 손을 흔들었다. 아까 말 걸어준 아주머니였다. 나는 다시 고개 숙여 인사를 했다. 짧은 인사였지만, 마음엔 오래 남았다.
그렇게 섬에서 하루를 보냈다. 특별한 일은 없었지만, 아주 특별한 하루였다. 바쁘지 않아 좋았고, 조용해서 더 좋았다. 그리고 낯선 이들과 나눈 따뜻한 밥 한 끼와 말 한마디.
나는 그 모든 것을 영상에 담았다. 느린 여행은 그렇게, 사람들 사이에서 조용히 피어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