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2막, 유튜브 ON』
동해에서 서해 작은 섬까지, 어느새 일주일이 지났다. 정신없이 카메라를 들고 다녔고, 그 사이 영상도 네 편이나 찍었다. 올린 건 세 개뿐인데, 구독자는 어느새 열댓 명, 조회수는 100에 가까워졌다.
수치는 작지만 마음은 꽤나 컸다. ‘시작’이란 말이 어쩐지 실감이 나는 순간이었다. 숫자보다는 누군가가 나의 시간을 함께 봐주고 있다는 게, 그게 참 신기하고 감사했다.
섬에 도착한 이후, 핸드폰은 거의 촬영 용도 외엔 쓰지 않게 되었다. 그런데도 가끔 들여다보게 되는 하나의 창—윤슬. 톡 창 맨 위에서 여전히 읽히지 않은 채 남아 있는 그녀의 말 없는 존재가 자꾸 마음에 걸렸다. 무슨 일이 있는 걸까, 나만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닐까.
어젯밤, 주인 누나와 소주를 한잔했다. 평범한 플라스틱 테이블 위에 올려진 찌개와 반찬 몇 가지, 그리고 말없이 채워지는 소주잔. 이런 저녁이 처음은 아닌데, 이상하게 오래 남을 것 같았다.
사는 이야기, 아이 이야기, 혼자라는 공통점이 만들어준 위로. 아주머니가 아닌 ‘누나’라는 호칭이 자연스러워질 만큼 정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 익숙해진 항구 시장으로 향했다. 여전히 국밥집 아저씨들은 같은 자리에 앉아 있었고, 생선은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하늘은 여전히 맑았다. 국밥 한 그릇을 주문하고 조심스레 카메라를 켰다.
그런데 그 순간, 어딘가 낯익은 카메라가 내 쪽을 향하고 있었다. 지역 방송국이었다. 스탭 하나가 다가오더니 말을 걸었다.
“혹시 유튜버세요? 어떻게 이 섬까지 오셨어요?”
순간 당황했지만, 그냥 웃었다. “혼자 여행 중이에요. 영상도 좀 찍고 있고요.”
짧은 인터뷰는 순식간에 끝났다. 그들은 나처럼 이 작은 섬의 조용한 풍경을 담기 위해 왔던 것 같다. 서로 가볍게 인사를 하고 흩어졌다.
민박집으로 돌아가는 길, 아이가 나를 붙잡았다.
“삼촌, 섬에서 제일 예쁜 곳 알아요? 거기서 찍으면 좋아요.”
아이의 안내로 향한 그곳은, 절벽 끝의 작은 평지였다.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바람이 적당히 불고, 햇살이 따뜻했다. 나는 아이에게 고맙다고 말한 뒤, 삼각대를 세우고 조용히 촬영을 시작했다.
카메라를 향해 따뜻하게 웃어보려 애썼다. 오늘도 잘 살았다고, 오늘도 한 걸음 나아갔다고, 그렇게 내 마음에 말해주고 싶었다.
내일이면 섬을 떠날 예정이었다. 아이는 아쉬워했고, 나도 이상하게 미련이 남았다. 하루만 더 있으면 어땠을까, 하지만 떠나는 건 또 다른 시작이기도 하니까.
다음 날 아침, 성호가 배를 몰고 나를 데리러 왔다. 멀리서부터 손을 흔드는 모습이 익숙했다.
“야! 재밌었냐? 뭐 했냐? 얼굴 좋아 보이네~”
나는 웃었다. “걷고, 찍고, 또 걷고. 그래도 진짜 좋았어.”
“야, 자주 연락하자. 잊지 말고.”
성호는 그렇게 다시 바다로 향했고, 나는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서울행 버스를 타기 전, 섬 쪽 한 번 돌아봤다. 아주 조용하게, 작별 인사를 건넸다.
버스 창밖으로 흘러가는 풍경을 보며 생각했다. 어떻게 시간이 이렇게 빨리 지나갔을까. 불안과 기대, 낯섦과 따뜻함이 뒤섞인 시간들. 그 모든 게 감사했다.
내가 진짜로 원하던 게 이런 거였는지도 모른다. 수천 명의 구독자보다, 이 조용한 일주일이 내게는 훨씬 더 컸다.
그리고, 아직 끝나지 않았다. 서울로 돌아가면 또 다음 여정이 시작될 것이다.
때론 이렇게 느리게, 따뜻하게 올라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진심이 담긴 영상은, 언젠가 누군가의 마음을 꼭 두드릴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