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정한 우리』
나이가 들어도 혼자인 사람을 사람들은 쉽게 경계하거나, 색안경을 끼고 바라본다.
마치 실패한 인생을 사는 사람인 듯, 안쓰러운 시선을 보낸다.
마주치는 눈빛 속에 묻혀 있는 건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어떤 결론을 이미 내려버린 태도다.
하지만 세상에는 혼자 있을 때 더 편하고, 자유롭고, 집중이 잘 되는 사람들이 있다.
결혼한 사람들조차 혼자만의 공간을 갈망한다. 그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혼자 사는 사람을 향해 “외로워 보인다”는 말을 쉽게 건넨다.
이상하다. 이해할 수 있는 감정을, 다른 상황에서는 결핍처럼 여긴다. 가끔은 그 말이 부러움이 섞인 시기처럼 들릴 때도 있다.
혼자 있는 시간은 결코 처량한 시간만은 아니다.
오히려 나를 냉정하고 명확하게 볼 수 있는 시간이다.
다른 사람의 말이나 시선에 휩쓸리지 않고, 내 생각이 어디로 향하는지,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또렷하게 알게 된다. 이건 함께 있는 시간에는 좀처럼 얻기 힘든 기회다.
혼자 있는 동안, 나는 나를 바라본다. 귀찮게 피하고 있던 질문과 마주한다.
내가 지금 걷고 있는 길이 맞는지, 마음이 원하는 방향과 발이 가는 방향이 일치하는지, 지난 선택들이 지금의 나를 어디까지 데려왔는지. 그런 질문 앞에서, 나는 변명도, 장식도 없이 서게 된다.
사람들은 외로움을 부정적으로 말하지만, 외로움은 나를 나와 대면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순간일지 모른다. 혼자라는 건 단절이 아니라, 내 안쪽 깊숙한 곳과 연결되는 문이다.
누군가와 함께할 때는 미처 느끼지 못했던 감각들이, 혼자일 때 비로소 또렷해진다.
창문 밖 나무의 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 컵에 부딪히는 숟가락의 맑은 울림, 새벽 공기가 피부에 닿는 감촉. 이런 것들이 내 호흡과 함께 살아 있는 실감으로 다가온다.
그 감각들이 쌓여서 나를 안정시키고, 다시 세상 속으로 걸어 나가게 만든다.
나는 이제 혼자 있는 시간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외로움은 도망쳐야 할 감정이 아니라, 잠시 앉아 함께 있어야 할 감정이다.
그 시간을 깊이 겪어낸 사람만이, 다시 누군가와 있을 때 진짜 온전하게 나를 나눌 수 있다.
혹시 지금 혼자라는 이유로 스스로를 초라하게 느낀다면, 그 순간을 조금 더 들여다보자.
그건 어쩌면, 세상이 시끄럽게 지나가는 동안 나에게 주어진 가장 고요하고 선명한 시간일 수 있다.
혼자 있는 시간은 나를 잃는 것이 아니라,
나를 가장 확실하게 되찾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