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회. 인생에 속도는 중요하지 않다는 깨달음

『불안정한 우리』

by 박동욱




살다 보면 속도에 대한 이야기는 마치 효율적인 삶을 원하는지 아닌지를 묻는 것처럼 들릴 때가 있다.
효율성을 중요하게 여긴다면 속도보다 먼저 방향을 찾으려 할 것이고,
효율성은 상관없지만 빨리 도달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면,
우선 달리는 속도전을 펼칠 수 있다.

속도전의 위험성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빠른 진행과 빠른 결과물을 원한다.
눈앞에 성과가 보이면 안심이 되고,
마치 내가 잘 가고 있다는 착각이라도 붙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속도가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건 아니다.
문제는 방향성을 놓친 채 속도를 내는 순간이다.
그렇게 달리다 보면 전혀 다른 곳에서야
비로소 내가 어디 있는지를 깨닫게 된다.
물론 그 또한 경험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경험이 때로는 너무 멀리 돌아가게 만들기도 한다.

돌아온 길 위에서,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 길이 정말 내가 가고 싶었던 길이었을까?”
빠르게 도착했다고 해서,
그곳이 내가 원하는 자리라는 보장은 없다.




방향을 잡아가면서 속도를 올리는 것이 더 효율적일 때가 있다.
그런 균형이 있을 때 속도는 나에게 동기부여가 되고,
목표에 대한 집중력을 높인다.
그러나 속도에만 연연하면,
나는 어느새 도착지보다 숫자와 기록에 더 매달리게 된다.

어쩌면 인생에서 중요한 건
‘얼마나 빨리 갔는가’가 아니라
‘어디를 향해 가고 있었는가’ 일지 모른다.
속도는 방향이 있을 때 비로소 힘이 된다.
방향 없는 속도는, 그저 길 위의 소음일 뿐이다.




속도를 늦추면,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인다.
길가의 작은 들꽃이 며칠 사이에 어떻게 변했는지,
어제는 없던 구름이 오늘은 어떤 그림자를 드리우는지.
빠르게 걸을 땐 무심히 지나쳤던 것들이
비로소 내 시야에 들어온다.
그 순간들 속에서 나는,
길을 걷는다는 행위 자체가 목적이 될 수도 있다는 걸 배운다.




혹시 지금, 누군가의 걸음에 맞춰
나를 재촉하고 있다면
잠시 멈춰서 내 방향부터 확인해 보자.
나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내가 가고 싶은 곳은 어디인가.
그 답이 선명해진 뒤에야, 다시 걸음을 옮겨도 늦지 않다.




인생은 결승선이 있는 경주가 아니라,
길 위에서 오래 머물 수 있는 사람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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