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회. 실패에 익숙해진다는 것

『불안정한 우리』

by 박동욱

‘실패’라는 단어는, 아무리 좋은 말로 포장해도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실패가 있어야 더 나아질 수 있어”
“실패는 성공의 발판이야”
그런 이야기들이 틀린 건 아닌데, 막상 그 말을 들어야 하는 순간에는 이상하게 더 허무하고 더 초라해진다.
머리로는 맞는 말인 걸 알지만, 마음은 그런 문장들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그래서 실패는 언제나 약간 쓴맛이 남는 단어다.

한참 열심히 달렸던 시간이 있었고,
그만큼 기대를 품었던 결과가 있었다.
그 결과가 내 가슴을 채우기는커녕
텅 빈자리만 남기고 사라질 때,
그제야 “아, 실패라는 건 이런 얼굴이구나” 하고 실감하게 된다.




‘실패에 익숙해진다’는 말은 처음엔 조금 씁쓸하게 들렸다.
실패에 익숙해진다는 건 어쩐지 계속 실패한다는 뜻 같아서.
하지만 조금 더 살아보니 그 말의 얼굴이 달라졌다.
실패에 익숙해진다는 건
실패에 덜 흔들린다는 뜻이었고,
결과에만 나를 맡기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희한한 건, 실패를 몇 번 겪고 나면
그 안에서 아주 작은 성과 하나가 보이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완전히 망했다고 생각했던 경험 속에서
다음에 시도할 수 있는 ‘방법’이 하나 생기고,
다시는 하지 말아야 할 ‘방향’이 또렷해진다.
그걸 한두 번 발견하고 나면,
실패가 조금씩 다르게 들리기 시작한다.

실패라는 단어가 온전히 ‘실패’로만 들리지 않고
조언처럼, 힌트처럼, 피드백처럼 울리기 시작한다.
그때부터 실패는 단순한 결과가 아니라
‘내가 어떻게 하면 더 나아질 수 있는지 알려주는 길’이 된다.




그래서 지금은 이런 생각을 한다.
어쩌면 실패도 결국은 내 편일 수 있다고.
날카롭게 찌르고 지나가는 순간엔 분명 아프지만,
그 순간이 지나고 나면
그 상처는 분명히 나를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든다.
성공만으로는 절대 알 수 없는 어떤 감각을
실패는 조용히 남겨준다.

그 감각 하나를 배우고 나면
다음 실패는 이전만큼 무섭지 않다.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이번엔 무엇을 얻고 가야 할지’ 생각하게 된다.
그렇게 실패는
조금씩 내 자산이 되고, 결국은 나 자신이 된다.




실패가 조언처럼 들리기 시작할 때,
그 실패는 더 이상 실패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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