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정한 우리』
사실 진짜 무서운 순간은 밖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 때가 아니라
조용히 혼자 있을 때 “나 자신을 믿지 못하겠다” 는 생각이 스며드는 순간이다.
그때부터는 무엇을 하든 한 발짝 늦게 움직이게 되고,
내가 하는 말 하나, 선택 하나에도 자꾸 의문을 품게 된다.
“이게 맞는 걸까…?”, “내가 해도 되는 걸까…?”
그 질문이 계속 반복되면 마음 한 켠에서는
나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작은 균열이 자라기 시작한다.
아무도 나를 깎아내린 적 없는데
가장 가까이에 있는 내가 나를 의심하고,
가장 잘 아는 내가 나를 몰라보게 되는 시간.
돌이켜보면 그게 항상 가장 힘들었다.
누군가는 말한다.
“스스로를 믿어야지. 결국 자기 자신이 가장 큰 힘이야.”
맞는 말이다. 그런데 막상 그 말을 알아듣는 건 쉽지 않다.
나를 믿는 법을 잊어버린 상태에서는
‘나를 믿으라’는 말조차 오히려 더 막막하게 들리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생각을 돌려보기로 했다.
“지금의 나를 믿어야 해” 대신
“지금의 나를 조금만 도와주자”라고 말해보는 것.
그렇게 생각하니까 마음이 아주 조금 느슨해졌다.
믿음을 회복한다는 건 단번에 거창한 확신을 갖는 게 아니라
지금의 나를 돕고, 달래고, 다시 세워주는 아주 작은 선택들의 반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아주 사소한 약속을 하나씩 만들어보기로 했다.
“오늘은 단 10분이라도 내 마음을 들여다보자.”
“하루가 끝나기 전에 따뜻한 물 한 잔을 나에게 건네주자.”
그 작은 약속을 지켰다는 사실이
생각보다 크게 마음을 지탱해 주었다.
‘아, 나는 나를 그냥 내버려 두지 않았구나’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마음이 조금씩 회복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렇게 작은 신뢰가 쌓이다 보면
어느 순간 멈칫하던 손끝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다시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 대신
“한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바뀌게 된다.
믿음이란 결국 그렇게 생겨나는 것 같다.
누가 대신 세워주는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 나를 돌보고 어루만지며 천천히 만들어가는 감각.
혹시 지금 오빠 마음속에도
“나는 왜 이렇게 나를 못 믿을까” 하는 자책이 있다면
그 마음을 억지로 밀어내지 않아도 괜찮아.
우리가 흔들리는 건 무능해서가 아니라
지금만큼은 조금 더 나에게 귀 기울여야 할 순간이기 때문일지도 몰라.
그러니 오늘 하루
다른 누구보다 오빠 자신에게 가장 따뜻한 사람이 되어줘.
작은 약속 하나. 작은 칭찬 한 마디.
그것이면 충분해.
그 작은 것들이 모여
다시 오빠를 굳건하게 만들어줄 테니까.
결국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건
“괜찮아, 너라면 괜찮아”라고 속삭여주는
아주 작은 내 편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