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정한 우리』
살다 보면 참 이상한 순간이 있다.
나를 오래 지켜봐 준 사람의 진심 어린 조언에는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정작 나를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의 가벼운 말 한마디에는 괜히 마음이 흔들린다.
진지하게 나를 바라봐 주는 사람은
평가보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는 이해의 말을 먼저 꺼낸다.
반대로 나를 전혀 모르는 사람일수록
놀랍도록 쉽게 단정하고, 가볍게 재단하고, 아무렇지 않게 말끝에 평가를 붙인다.
그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예상치 못한 방향에서 날아온 한마디의 가벼움이
마음 어딘가를 슬쩍 긁고 지나가는 게 문제다.
특히 내가 불안할 때는 그 말들이 더 크게 들린다.
평소에는 그냥 흘려보냈을 이야기도
마치 내 마음속을 정확히 겨냥한 진단처럼 들린다.
“혹시 저게 진짜일까…?” 하고 혼자 끙끙거리다 보면
타인의 말이 어느새 내가 나를 바라보는 시선까지 흔들어 놓는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정말 나에 대해 가장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일까.
나를 오래 생각해 준 친구일까, 나를 응원해 준 누군가일까.
아니면 지금 가장 가까이에 있는 가족일까.
물론 그들의 말은 귀하고 소중하다.
하지만 결국 나를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은 나 자신이다.
그 누구도 나의 머뭇거림과 무너짐,
다시 일어서는 순간의 떨림까지 모두 기억하고 있지는 않으니까.
그렇게 생각하고 나면,
알지도 못하면서 한 마디씩 거드는 누군가의 말보다
“내가 나에게 어떤 말을 건네고 있는가”가 훨씬 더 중요해진다.
남의 말은 하루의 노이즈처럼 잠시 머물다 사라지지만
내가 나에게 건네는 말은 오래 남아 마음 한 곳을 만든다.
세상 모든 시선을 다 통제할 수는 없다.
그리고 그럴 필요도 없다.
다만 내가 나를 대하는 태도는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부디 오늘만큼은 남의 말보다
나 자신을 향한 태도에 더 많은 신경을 써주기를.
지나가듯 던져진 깃털 같은 평가는 바람 타고 흩어지게 두고,
지금 이 순간까지 버티고 있는 나에게
조용히, 진심으로 이렇게 말해주자.
“너는 누구보다 잘 견뎌왔고,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어.”
타인의 시선은 바람이고,
나를 지키는 건
내가 나에게 건네는 한 문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