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방, 나만의 아지트〉
문을 닫는 순간,
세상이 하나 줄어든다.
그리고 그 빈자리에 조용히 나 자신이 들어온다.
아무도 없는 방,
작고 단순한 공간.
누군가는 텅 비었다고 말하지만
나는 이곳에서 가장 많이 채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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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 하나, 책상 하나,
창문 하나와 작은 조명.
이 방에는 화려한 것 하나 없지만
내가 나를 잃지 않고 살아가기 위한
가장 중요한 것들이 있다.
불을 켜고
커튼을 닫고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틀면
이 방은 세상의 어떤 곳보다
내 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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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선 말하지 않아도 된다.
웃지 않아도 되고
센 척도, 참는 척도 하지 않아도 된다.
이 방 안에서 나는
가장 편안한 내가 된다.
세상 앞에서는
'괜찮은 사람'이어야 했지만
이곳에서는
‘그냥 나’로 있어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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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에서 들려오는 자전거 소리,
가끔 지나가는 오토바이의 진동,
어디선가 튀어나오는 고양이 울음까지도
이 방의 일부가 된다.
소음조차도 낯설지 않다.
오히려 이 모든 것들이
‘나는 살아 있다’는 증거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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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안에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만 놓여 있다.
늘 읽다 만 책,
다 마신 커피잔,
차곡차곡 쌓아둔 감정들.
이 어지러운 상태조차
지극히 나다운 풍경이라
나는 이 방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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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방이라고 생각했던 이 공간이
어느새 나만의 작은 아지트가 됐다.
혼자라는 사실이 낯설지 않고,
오히려 그 혼자됨이
내게 쉼을 준다.
이곳에서는
시간도 느리게 흐른다.
숨소리, 마음소리,
그동안 놓치고 지나쳤던 것들이
서서히 제 모습을 드러낸다.
**
방 안은 작지만
그 안에서 나는 커진다.
무너지지 않기 위해,
다시 나아가기 위해,
나는 이 방에서 잠시 멈춘다.
여기서는
작은 숨도 의미가 되고,
가벼운 생각도 깊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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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방은 나의 피난처이고
작은 성소이며
다시 세상으로 나아가기 전
잠시 머무는 정류장이다.
문을 열면 다시 바깥 세상이 시작되겠지만
괜찮다.
나는 이 방 덕분에
다시 살아갈 힘을 얻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