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의 미학 #장소 편 2

〈창가의 철학〉

by 박동욱

창밖을 보는 일은

세상을 바라보는 척하며

사실은 내 안을 들여다보는 일이다.

창가에 앉는 순간,

말수가 줄고, 생각은 길어진다.

눈은 바깥을 향하지만,

마음은 서서히 안쪽으로 스며든다.

**

창밖 풍경은 날마다 다르다.

비 오는 숲이 보일 때도 있고,

햇살에 부서지는 바다가 보일 때도 있다.

혹은 회색빛 도심 속 자동차의 행렬과

신호등의 점멸,

어디론가 급히 걷는 사람들.

그 어떤 풍경이든

그 앞에 앉는 내 마음은 닮아간다.

숲이 보이면

내 감정도 조금은 푸르러지고,

바다가 보이면

말 못 한 감정들이 일렁인다.

복잡한 도심을 바라보다 보면

아무리 북적이는 세상이라도

나의 고요는 누구도 침범할 수 없다는 걸

조용히 깨닫게 된다.

**

창밖을 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내 안의 복잡함이 조금씩 정리된다.

아무것도 해결되진 않았지만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

무게가 가벼워지는 순간.

창은 벽에 뚫린 구멍이 아니라

마음이 숨 쉬는 틈이다.

바람이 스치고, 빛이 들고,

어느 때엔 위로가 스며든다.

**

가끔은

아무 말 없이 창가에 앉아

커피를 들고 몇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책 한 줄 읽지 않아도,

음악 한 곡 틀지 않아도

그저 ‘있는 그대로의 나’를 놓아두는 시간.

그 시간 안에서

나는 조금씩 괜찮아진다.

외로움은 여전히 있지만

그 외로움을 나 혼자만이 감당하고 있다는 사실이

오히려 단단한 위로가 되기도 한다.

**

창밖은 내게 말한다.

“세상은 여전히 흐르고 있어.”

그리고 동시에

“지금 멈춰도 괜찮아.”

그 두 가지 말을

아무 소리 없이 전해주는 것이,

나는 늘 창가가 고마운 이유다.

**

사람들은 여행을 떠나야

위로받는다고 말하지만

나는 말없이 앉아 창밖을 바라보는 시간 속에서

더 많은 나를 만나고,

더 깊은 평화를 느낀다.

**

창가라는 조용한 철학 속에서

나는 조금씩 가벼워지고,

견디는 삶에서

살아가는 삶으로 옮겨진다.

그리고 그런 작은 변화가,

이 모든 혼자라는 시간들을

비로소 의미 있게 만들어준다.

작가의 이전글혼자의 미학  #장소 편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