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그리움은 언제나, 조용히 스며든다.
어느 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매일 걷는 이 골목도 언젠가는 사라질 수 있겠구나.
익숙한 것들은 늘 옆에 있어서
당연한 줄 알았다.
그래서 더 미안하고,
그래서 더 아프다.
어릴 적 살던 집,
엄마가 매일 저녁을 차려주시던 부엌,
비 오는 날이면 푹신한 이불 속에서 들려오던 라디오.
그건 사라졌을까, 아니면 내가 놓은 걸까.
몸은 자라났지만,
마음은 아직도 그 시간 속을 서성인다.
사라지는 건 늘 조용하다.
떠난다는 말도 없이,
슬며시 스위치를 끄듯 그렇게 꺼져간다.
한 사람의 뒷모습이 그렇고,
언젠가 즐겨 듣던 노래도 그렇다.
오래 보던 물건 하나가 사라졌을 때의
그 설명할 수 없는 공허함처럼 말이야.
그때 난 알게 되었다.
사라지는 것이 아픈 이유는
그것이 나를 구성하고 있던 조각이기 때문이란 걸.
단지 무언가를 잃는 게 아니라,
조금씩 나 자신이 희미해지는 감각.
그 감정이
가끔은 외로움보다 깊었다.
사라짐을 자주 겪다 보면
남기는 법도 배운다.
이젠 기록으로, 글로, 사진 한 장으로라도
붙잡고 싶어진다.
그 기억 속에서라도
그들은 여전히 숨을 쉬고 있으니까.
사라지는 것은 무섭지만,
그 안에는 아름다움도 있다.
사라짐은 늘 상실만을 뜻하진 않더라.
때론 새로운 나를 위한 자리 비움이기도 하니까.
비워진 마음 안에
이야기 하나쯤 피어나기 시작하면,
그건 사라짐이 아닌, 시작의 다른 얼굴일지도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