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것들에 대하여]

[시간] 1. 어린 날의 나, 다 자란 꿈

by 박동욱

나는 꿈이 없었다.

정확히 말하면, 내 꿈은 없었다.

대통령, 과학자, 선생님—

어른들이 물으면 누구나처럼 말하던 단어들.

그건 진심이라기보다,

그저 질문을 피하기 위한 대답이었고

하나의 사회적 예절이었다.

하지만 그 중 어떤 것도

내 마음을 두드리진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TV 속에서

하늘을 날고, 불을 다루고, 시간을 멈추는

한 사람을 보았다.

그는 배우였고, 나는 그 배우를 연기하는 '누군가'를

나도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비현실을 현실처럼 살아내는 사람.

그게 얼마나 경이로운 일인가 싶었지.

그 순간,

나는 처음으로 내가 되고 싶은 무언가를 가졌고,

처음으로 가슴이 뛰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연극부에 들어갔고,

무대 위에서 땀과 빛과 떨림을 기억했다.

어딘가 어설펐고, 어색했지만,

그곳에선 내가 나인 것 같았다.

그러나 그 꿈은,

자란다고 함께 자라주지는 않았다.

스무 살,

촬영장 구석에서 이름 없는 엑스트라로 서 있을 때,

나는 현실이라는 벽을 처음으로 똑바로 마주했다.

환상이란 단어는

그때 처음 나를 아프게 했다.

연기는 사랑이었지만,

사는 건 생존이었기에

나의 환경은,

그 사랑을 오래 지지해주지 않았다.

그때 나는

꿈을 포기한 게 아니라

꿈에게서 조용히 작별을 고한 것 같았다.

누구의 탓도 하지 않고,

그저… 내 안에 있던 반짝임 하나를

‘지금은 넣어둘게’ 하고

서랍에 잠시 감춰두는 마음으로.

그 어린 날의 나는,

지금도 가끔 불쑥 떠오른다.

극장 불 꺼질 때의 두근거림,

무대 막이 올라가기 전의 숨죽임.

그 모든 감정이

‘내가 한때는 꿈을 가졌던 사람’이었음을 증명해준다.

그렇게,

내 안의 작은 배우는

사라졌다고 말할 수 없는 채로

조용히 숨을 쉬고 있다.

아무도 보지 않는 자막처럼.

영화가 끝난 뒤에도 남아 있는 잔상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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