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가해자에 대한 엄정한 제재는 선택이 아닌 의무다.

내 시선 속의 이슈

by 박동욱

“미성년이니까 몰랐다”로 끝낼 수 있을까.


중·고등학생들도 폭력이 범죄임을 잘 알고 있다. 알면서도 그런 행동을 했다면, 결국 자신이 선택한 일이다. 선택에는 책임이 따르는 법이다. 대학 입시에서 학폭(학교 폭력) 전력을 반영하자는 주장의 핵심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는 지나친 처벌이 아니라, 누구나 이해하는 상식에 대한 이야기다.


대학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곳이 아니다. 사회 공동체의 문지기 역할을 한다. 대학이 누구를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사회의 기준이 만들어진다. 성적이나 스펙만으로 그 기준을 설명할 수는 없다.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친 일이 여러 번 반복됐거나 그 정도가 심각하다면, "잠깐 멈춤"이 지극히 당연하다. 피해자가 여전히 두려움에 시달리고 있는데, 가해자의 ‘새로운 출발’만 응원하는 사회는 결코 공정하다고 할 수 없다.


물론 반대 의견도 있다. 낙인 효과와 사회 복귀의 어려움을 걱정하는 목소리다. 충분히 타당한 우려다. 그래서 필요한 건 무기한 추방이 아닌, 기간이 제한된 제약과 명확한 복귀 절차다. 제재의 기준은 분명해야 하고, 회복의 조건도 모두가 알 수 있어야 한다. 책임을 다했다면 다시 돌아올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책임을 다하기 전, 쉽게 면죄부를 주는 일은 허용해선 안 된다.


학폭이 한때 ‘약자의 분노’로 여겨질 때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양상이 완전히 달라졌다. 경제력과 배경이 보호막 역할을 해주는 경우도 많다. 전학이나 합의, 기록 삭제를 손쉽게 만드는 집안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입시에서는 공정이 마지막으로 확인되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 대학이 “힘 있는 집안의 빠른 세탁소”가 되어선 안 된다. 피해자 보호와 사회적 신뢰가 먼저다.


정책은 섬세하게 짜야 한다.


첫째, 사안의 구분부터 명확해야 한다. 한 번의 다툼이었거나 서로 오해로 곧 화해하고 회복된 경우엔 교육적인 조치로도 충분하다. 반대로, 상습적이거나 집단적, 흉기를 사용하거나 성폭력·강요·촬영·유포처럼 중대한 범죄는 강한 제약이 필요하다.


둘째, 일정 기간을 조건으로 한 제재가 필요하다. 일정 기간 동안 입시 지원 제한이나 합격 보류가 가능하다. 이것은 벌이 아니라, 신뢰 회복을 위한 시간이다. 이 기간 동안 가해자는 사과, 배상, 상담, 봉사, 재발 방지 교육 등 다양한 조건을 체계적으로 이수해야 한다.


셋째, 복귀 절차를 명확히 하자. 피해 회복 여부 확인, 학교와 지자체의 공식 평가, 지속적인 관찰 보고서, 지역 활동 이력 등을 ‘회복 포트폴리오’로 삼아 대학이 종합적으로 판단하도록 하자. 만약 거짓이나 은폐가 드러난다면, 합격 취소나 징계가 즉시 이뤄져야 한다.


넷째, 절차의 투명성이 신뢰를 만든다. 학교는 학폭 사실과 조치 과정을 표준 양식으로 기록하고, 대학은 심사 기준과 결과에 대해 간단히 공개해야 한다. 결국, 기록과 데이터가 ‘있는 집안만 무죄’라는 통로를 차단하는 가장 빠른 방법이다.


다섯째, 무엇보다도 피해자 보호가 중심에 있어야 한다. 가해자의 교육권만 이야기하고 피해 학생의 학습 환경이나 정서적 권리를 외면한다면, 제도 자체가 공허해진다. 대학 입학 이후에도 캠퍼스 내 안전 조치, 접근 제한, 상담 지원이 계속 이어져야 한다.


한 가지 확실히 하자. 학폭 전력을 반영하는 것은 보복이나 복수가 아니다. 재발 방지와 공정함을 회복하는 길이다. 제약은 처벌이 아니라 규범을 다시 배우는 과정이다. 규범이 분명해질수록 미래엔 누군가가 폭력 대신 멈춤을 택할 수도 있다. “어차피 대학은 받아주겠지”라는 기대는 이제 깨져야 한다. 그래야 교실이 바뀐다.


용서는 소중하다. 하지만 아무 대가 없는 용서는 오히려 폭력을 부를 뿐이다. 사회가 해줄 수 있는 용서는 단 한 가지, 책임을 다한 뒤에 찾아오는 두 번째 기회다. 피해자와 사회가 납득할 수 있을 만큼 책임을 졌는지를 대학이 먼저 묻는 게 맞다.


결론은 분명하다. 학폭 전력엔 제약이 꼭 필요하다. 이 제약은 명확하고 예측 가능해야 하며, 회복할 수 있는 길도 반드시 마련되어야 한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반드시 가르쳐야 할 문장은 이것 아닐까.


“사과는 말이 아니라 행동이다. 행동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 시간을 지나온 사람만이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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