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

by 박동욱

어릴 적 나는 국어를 아주 잘하는 편은 아니었다. 그래도 독후감은 곧잘 썼고, 글짓기도 나름 좋아했다. 책 읽는 걸 싫어하지 않았고, 서점에 자주 갔던 기억이 또렷하다.


살아보니 글을 조금이라도 쓸 줄 안다는 건 분명 도움이 된다. 다만 ‘삶에 도움이 되는 정도의 글’은 많은 사람이 쓸 수 있다. 그래서인지 나는 내 글이 특별한 재능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글을 쓰는 일이 내게 큰 경쟁력이 되리라고도 믿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2025년 겨울의 나는 블로그와 브런치에 정기적으로 글을 쓰고 있다.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온전히 내 힘으로만 쓰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문장을 다듬을 때도, 생각을 밀어 올릴 때도, 나는 종종 AI의 교정과 영감에 기대고 있다.


얼마 전 AI를 만나기 전의 내 글을 다시 찾아 읽은 적이 있다. 어떤 미디어의 지면에 남아 있던 글이 아직도 저장되어 있었고, 그 글을 다시 펼쳐 보던 순간 나는 잠깐 멈췄다. 음… 그래도 내가 꽤 잘 썼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문득, 그때가 내 인생에서 필력이 가장 좋았던 시절이 아니었을까 싶어졌다.


요즘 내 꿈은 조용한 시골, 경관 좋은 집에서 글을 쓰며 사는 것이다. 돈을 많이 벌 필요도 없다. 인기 있는 작가를 꿈꾸지도 않는다. 다만 어느 정도는 읽히는 글을 꾸준히 쓰면서, 혼자 살기에 충분한 삶을 만들어 보고 싶다. 그 정도의 삶이라면, 나는 기꺼이 글과 함께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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