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 속, 여인과 향기

12화. 러브레터의 향기를 전하는, 빌레 두

"분열은 이룸이고, 이룸은 분열이다. 한쪽에서의 합침은 다른 쪽에서의 파괴이다. 그러므로 사물은 이루든 파괴되든 다 같이 하나일 뿐이다"
비 온 후, 하오의 햇빛은 모든 것을 잠시 정지시킨다.
시간, 바람, 사람의 움직임까지도. 눈을 감고 의자에 앉아 코끝을 뾰쪽이 세운다.
진흙땅 길 끝에 피어있는 생열귀꽃이 나를 안내하며 그 향기를 보낸다.
향기는 정지된 모든 사물을 살아 숨 쉬게 하며,
달콤하고 화사한 모습으로 내게와 하나가 되어간다.



그라스Grasse는 향기다.

향수의 메카인 프랑스 프로방스지역엔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소설 ‘향수’의 배경지이기도 한 그라스가 있다.

온난한 기후와 비옥한 토지 등 뛰어난 자연 조건이 있어 향수의 원료가 되는 방향성 식물류의 생육에 최적지였으며, 프랑스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천연향료공업을 계속 발전시켜 온 지상 최고의 향기마을이다.

그라스는 조향사들의 가슴이나 영혼과도 같은 곳으로 지난 수세기 동안 향수 창조자들이 이곳에서 조향사의 대를 이어왔다.

봄이 오면 수많은 조향사들이 강렬한 향으로 가득한 이 작은 마을을 순례자처럼 배회하며, 시원한 분수가 있는 중앙 광장과 돌로 포장된 어두운 골목까지도 장미향이 은은히 배어간다.


이곳엔 오랜 역사와 경험을 지닌 향수회사들이 있다. 몰리나르Molinard, 갈리마르Galimard, 프라고나르Fragonard가 그것이다.

그중에서도 프라고나르는 자체만의 에센스 추출방식과 장인정신, 전통적 수작업 등이 결합되어 니치 향수를 만드는 향수브랜드회사이다.


이러한 제조기술이 결합된 향수 중 하나인 '러브레터'라는 뜻을 지닌 스윗 플로럴 계열의 향수가 바로 ‘빌레 두Billet Doux’오데 퍼퓸이다.

2006년 창업 80주년 기념하기 위해 만든 향수로 탑노트는 베르가못, 아말피 레몬, 만다린오렌지의 상큼한 지중해 과일의 조화로움을 지녔으며, 미들노트는 피오니, 프랜지파니, 스위트윌리엄 카네이션을 하나로 묶은 달콤한 사랑의 편지를 표현하였다.

베이스노트는 세다우드, 바닐라, 화이트 머스크의 깊은 오리엔탈의 향으로 연애편지에 빠진 여인의 향취를 자아내고 있다.


1926년에 설립자 유진 훅스Eugine Fuchs에 의하여 그라스 출신의 화가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Jean-Honoré Fragonard를 기려 기존의 향료회사를 프라고나르Fragonard라 바꾸면서 향수브랜드로 탄생하게 된다.

또한 빌레 두는 훅스가 존경한 오노레 프라고나르의 작품 러브레터를 모티브로 간결하고, 달콤하며 심플함을 지닌 향기로 표현하고자 하였다.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는 그의 천재적이며, 창조적인 재능은 인간의 내면을 다양한 기법으로 작품을 표현하였으며, 그만의 독특한 화풍은 그림이 빛과 하나가 되는 채색을 사용하였다.

그의 작품 ‘편지The Love Letter’속, 온통 장밋빛으로 물든 방안에 앉아있는 소녀는 혼자만 사랑의 편지를 읽고 싶다는 강렬한 눈빛을 보낸다.

배경은 편지를 받고 설레고 있는 그녀의 마음을 색채로 표현한 것이며 성숙한 여인이기보다는 소녀에 가까운 그녀의 얼굴은 마치 갓 피어난 꽃봉오리와 같다.
Love letter.jpg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Jean-Honoré Fragonard의 ‘편지The Love Letter’




만병은 ‘짙은 것’에서 생긴다.

그래서 이 병을 고치고 장수하려면 ‘옅은 것’으로 처방해야 한다.

곧 비운다는 말이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 옅은 마음을 갖게 된다면, 과연 사람들은 오래살고 싶다는 마음이 없을 것 같다.

‘짙은’ 그 욕망이 장수하고 싶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마치 채워지지 않는 필요처럼.

장수하고자하는 마음도 생명을 ‘짙게’ 생각하기에 그것 또한 병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의 진정한 공부는 자신을 비워 깨끗한 마음을 가져서, 자연의 순담한 냄새를 구별하고 스스로 옅게 만드는 것을 말한다.


Olfactory Direc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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