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 속, 여인과 향기

11화. 궁전의 밤을 깨우는 향기, 발 아 베르사유


아쉬운 시간 속에서 지난밤 궁전의 파티는
쾌락적이며 신비한 향기만을 남긴 채 끝이 났다.
아침이 왔다.
꽃은 향기를 드러낸다.
그것은 하나의 무리로 모여 떠도는 것이 아니라,
제각기 바람이 멈추어선 곳으로 퍼져가며,
촉촉한 공기와 따스한 햇볕은 향기를 서로 비비게 하여 바람에 실어 보낸다.
후드득! 한낮에 내리는 소낙비는
꽃을 적시고, 잎과 줄기, 뿌리를 이 궁전 곳곳의 빈 땅에서 자라게 한다.
그리고 꽃은 나무의 향기와 함께 바람이 머문 곳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1962년 장 데스프레Jean Desprez는 350가지가 넘는 희귀한 에센스로 프랑스 향수가 고전적인 순수함으로 되돌아가기를 갈망하는 일념으로 하나의 향수를 연구하였다.

그의 바람은‘베르사유 궁전의 무도회’를 뜻하는 발 아 베르사유Bal à Versailles로 실현되었다.

폴 메르지가 패키지를 디자인하고, 레옹 레이리츠가 용기를 조각한 시프레 후레시계열의 향수가 바로 그것이다.


이 향수의 탑 노트는 베르가못, 레몬, 만다린, 네롤리neroli로 구성되어 마치 베르사유 궁전의 벽지에 남아 있는 여인의 체취를 느끼게 하며, 미들 노트는 로즈 드 메이Rose de Mai, 라일락, 오리스, 재스민, 일랑일랑의 화려함이 마치 궁전파티의 연미복처럼 다가온다.

베이스 노트는 시더우드, 샌달우드, 바닐라, 벤조 인,달콤한 클로버, 톨루 발삼tolu balsam의 조화가 궁중여인의 숨어있는 퇴폐적인 관능을 일깨우는 듯하다.

마치 여행을 통해 1960년대 환상을 보게 하며 과거의 시간 속에서 록 스타 롤링 스톤즈를 떠오르게 하는 복고풍의 향수 버전이다.


그러다 2002년 장의 아들 데니스 데스프레Denis Desprez에 의해 발 아 베르사유는 시대에 어울리는 새로움을 원하게 되었고, 곧 새로움과 고전New+Classic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화려하면서도 관능적인 향수로 재탄생하게 된다.

로즈, 재스민, 로메인, 오렌지꽃 등 아름다운 향기를 지닌 꽃을 모티브로 하였고, 뿌리와 열매를 중심으로 한 패츌리, 베르가못, 샌들우드, 베티버 등을 조화시켰으며, 동물향인 시벳(사향고양이), 엠버그리스(말향고래), 머스크(사향노루), 바닐라를 첨가하여 마침내 플로랄 에니멀계열의 향수를 창조해낸 것으로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발 아 베르사유’는 재해석된 이 향수를 말하는 것이다.


향기는 한 여인의 굴곡진 삶을 극명하게 뿜어낸다. 바로 마리 앙투아네트Marie-Antoinette왕비.

이 그림은 프랑스 신고전주의 화가Neoclassical painter로 미모와 뛰어난 재능을 겸비했던 여성화가인 비제-르브룅Marie Louise Elisabeth Vigee-Lebrun이 그렸는데, 그녀는 당시의 성차별을 극복하고 루이 16세 시절 궁정 전속화가로 24세 때(1779) 베르사유 궁전에 초대되어 왕비의 초상화를 그리게 되면서 앙투아네트의 총애를 받아 궁정 전속 화가로 활동하게 된다. 평생 왕비의 초상화를 25점 가량 그렸다.

비제-르브룅Marie Louise Elisabeth Vigee-Lebrun의 Marie-Antoinette in a musslin dress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마리 앙투아네트(1755 빈 -1793 파리)는 1770년 프랑스 루이 15세의 손자 루이 왕세자와 결혼하여 루이 16세의 왕비가 되었다.

그녀는 내성적이며 말이 없는 성격인 남편과 달리 사교적인 성격으로 궁정에서 자주 파티를 열고 사람들과 친밀한 관계를 가진 인물이었으며, 왕정 타도 후 1793년 1월 루이 16세가 처형된 뒤 그해 10월 단두대에서 이슬로 사라졌다.

그렇게 그녀는 베르사유 마지막 파티의 비극적 주인공으로 우리에게 각인된다.




장 데스프레는 프랑스 향수의 전성시대에 태어났다.

19세기 향수제조자 펠릭스 밀로Felix Millot의 증손자로 아버지 앙리 데스프레가 회사를 이어받게 되고, 그는 1922년 24세 때에 밀로 향수회사의 수석 조향사가 된다.

특히 장은 동양적인 감각의 향수를 많이 만들었으며 그중에서도 1925년 중국도자기병에 콜크 뚜껑의 3가지 플래버 연작시리즈인 ‘"Auguste Spirit of China"를 발매했으며, 이 향수는 아직도 주문 제작되어 판매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는 진정한 프랑스 향수의 맥을 이어온 조향샤인 것만은 틀림이 없다.


만약 어떤 냄새를 오래 맡으면 반드시 해가 되며, 비록 향기가 더러움보다는 낫다고 하지만 향기도 오래 맡으면 몸에 좋은 것만은 아니다.

나쁜 냄새로 인해 병이든 사람은 향기로운 냄새를 맡기를 즐겨하지만, 냄새로 병이 든 적이 없는 사람은 언제나 깨끗한 냄새를 좋아한다.

적어도 향기로운 사람은 주변 냄새에 따라 치우치지 않는 법이다.

그래서 아름다운 향기는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내면으로부터 시작 되는 것이다.


Olfactory Direc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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