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후각심리
이 저술은 2016년 정부(교육부)의 후원으로 한국 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임.
This work was supported by the National Research Foundation of Korea Grant funded by the Korea Govenment
이 글에 대한 활용 방안은 저술한 내용에 모두 포함되어 있다. 후각연구와 아울러 현재 유럽을 중심으로 빠르게 전개되고 있는 후각 도시디자인, 후각예술, 전자코, IT와의 연계, 후각 치매진단프로그램, 후각교육, 게임, 의료, 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활용에 대하여 밝혀두었다. 이미 3차 후각혁명은 시작되었고, 4차 산업혁명과 맥을 같이하여 후각은 4차 산업혁명의 중요한 화두가 될 것으로 사료 된다. 그래서 이런 중요한 감각인후각을 깨우고 알리기 위해 기초연구 자료들을 수집하고 연구하여 이 책을 저술하게 된 것이다.
*출처 : 후각혁명, 송인갑, 2020
조시마 장로의 시신부패 냄새, 스메르쟈코프의 향수, 그리고 일류샤 시신의 냄새 없음에 이르기까지 『카라마조프 형제들』에서 냄새가 갖는 중요한 의미는 더 이상의 언급이 필요 없을 정도이다. 부패와 썩는 냄새는 에피그라프 주1)로 사용된 요한복음 구절 - ‘한 알의 밀알’- 과 연계되어 더욱 중요한 상징적 의미를 가지며 이 작품의 전체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중심 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주2)
스메르쟈코프는 자신이 냄새나는 여인 스메르쟈시차야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특히 못견뎌한다.
생모가 기피 대상이 되는 것으로, 그는 어머니가 냄새나는 여자인 까닭에 자신의 어딘가에 남아있을지도 모르는 선천적인 냄새 콤플렉스에 시달린다. 그는 향긋한 냄새를 통해 자신의 본원적인 냄새를 감추려고 하는데, 영국제 구두약으로 닦은 구두를 신고, 몸에 향수를 뿌리는 것은 자신이 악취를 풍기던 여인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감추고 싶어 하는 잠재의식의 발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주3) 사실 몸에서 냄새가 난다는 것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자신의 치부를 드러낸 것처럼 부끄러워 숨기고 싶을 것이다. 특히 냄새는 외부적인 것과 내면의 것으로 나눌 수 있다. 스메르쟈코프가 느끼는 냄새는 사실 내면의 문제가 더 심각하다도 볼 수 있다. 겉으로 드러난 냄새를 감추려 했다기보다는 지울 수 없는 자신의 콤플렉스를 감추기 위한 심리적 상태를 보여주는 것이다.
냄새 연구는 과학적으로 냄새 연구를 개발하는 핵심 인물이 적극적으로 연구를 수행하기 때문에 철학적이고 역사적인 아이디어를 실험 관행의 중심으로 삼을 수 있는 중요한 기회를 제공한다. 그리고 이것은 철학적 분석이 보완적인 방식으로 과학을 충족시키는 곳이다. 냄새의 지각적 차원은 철학과 과학 모두에서 열린 이슈이다.주4)
뇌가 악취를 비공간적이고 다차원적인 자극으로 맵핑하는 방법이있다. 이것은 공간적 자극의 지형적 표현에서 시각 시스템과의 흥미로운 차이를 지적한다. 냄새 지각에 대한 이해를 위한 후각 피질의 '실종'(또는 최소한 숨겨진)지도의 의미는 무엇인가?
하나의 잠재적 함의는 악취 활성화 신호가 통합 된 냄새 지각으로 합성되는 중심 피질 영역이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시각에서의 소위 바인딩 문제에 필적할만한 것을 우리에게 가져다준다. 주5)
인간의 냄새 감각은 점점 퇴화되고 개와 같은 다른 동물들은 사람보다 훨씬 뛰어나다.
이것은 아마도 우리 인간이 가지는 냄새에 대한 가장 지속적인 신화일 것이다.
현대인은 거의 냄새 감각을 사용하지 않는다. 감기에 코가 막히고 모든 것의 맛이 시들지 않을 때, 그리고 특히 향기에 대한 경험의 대부분이 우리의 냄새지각에 묶여 있음을 알 수 있다.
냄새는 사물에 대한 인식이 아니라 문맥의 변화로서, 끊임없이 수백 개의 분자로 둘러싸여 있지만, 거의 그것들의 냄새를 알지 못한다.
칠판 옆에 오래 앉아 있으면 그것을 계속 보고 있어도 냄새에 대한 인식을 잃어버리지만, 이웃 사람의 기체 활동에 의한 화학 물질 농도 변화는 즉시 감지 할 수 있다. 냄새 인식을 프로세스가 아니라 객체를 말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처음에는 편심 철학적 아이디어처럼 들린다.
후각에 대해서 철학적으로 흥미로운 많은 질문이 기다리고 있지만 경험적 과학과 함께 살펴 봐야한다. 내성과 철학적 직감만으로는 오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감기에 걸렸음에도 불구하고, 임마누엘 칸트조차도 냄새감각을 미각감각에 종속적이라고 생각했으므로 인과 관계의 명백한 위반인 것이다.
감각 과학은 그것이 만들어내는 열린 질문을 확인하고 분석하며, 물리주의와 환원주의에 관한 전통적인 논증보다 지각에 대한 철학적 연구에 더 많은 기여를 한다.
현재의 과학 상태와 일치하는 우리의 -때로는 절망적으로 고풍스러운- 철학적 직감을 가져 오는 대신, 우리는 현재의 과학으로부터 발생하는 지각의 본질에 대한 새로운 철학적 질문을 더 추구해야한다. 주6)
냄새의 감각은 기억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우리의 다른 감각보다 더 중요하다. 완전한 후각 기능을 가진 사람들은 특정한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냄새를 생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린 시절 소풍의 추억을 연상시키는 꽃과 과수원의 향기 등은 종종 자발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 오랜 시간 잊혀진 사건이나 경험을 상기시키는 원인이 되는 냄새도 있다. 냄새에 대한 우리의 정서적 반응의 대부분은 여러 사람들이 동일한 냄새에 대해 완전히 다른 인식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에 의해 뒷받침되는 협회에 의해 지배 될 가능성이 크다. 냄새와 기억의 강한 연관성에 대한 요점으로 돌아가면 냄새 감각을 상실하면 기억에 중요한 감정적인 통로가 없어 질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주7)
시스템 또는 시스템의 어떤 특성을 최적화하기 위한 개념이나 구성요소의 파라메트 냄새에 대한 우리의 정서적 반응의 대부분은 여러 사람들이 동일한 냄새에 대해 완전히 다른 인식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에 의해 뒷받침 된다.
우리의 감각이 우리의 심리적 구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감안할 때, 우리 주변의 세계와 연결되는 다섯 가지 방법 중 하나가되는 것 외에도, 그 부재는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선천적 무후각증Anosmia를 가진 사람은 종종 그들 주위의 세계로부터 고립되고 단절된 느낌의 감정의 둔감함을 경험한다.
냄새 상실은 개인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능력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우울증을 유발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문제는 냄새 상실이 환자를 제외한 모든 사람에게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들 자신이 말하지 않는 한, 알 수 없다.
이것이 냄새가 우리의 삶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일반적인 이해가 부족한 이유 중 하나이며, 왜 아노스미아가 많은 주목을 받지 못했는지 우리가 경험하지 않았기 때문에 쉽게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냄새와 기억의 강한 연관성에 대한 요점으로 돌아가면 냄새 감각을 상실하면 기억에 중요한 감정적인 통로가 없어 질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향은 한 시대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특정 지을 수 없는 시간의 공존을 허용하고 있다.
그래서 향기는 우리가 잃어버렸던 감각의 세계를 떠오르게 하며 시대를 넘어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이다. 특히 정서적인 생활 속으로 끌어들이려는 강한 흡인력으로 인해, 향은 존재하고 있는 가장 풍요롭고도 복잡한 감각의 경험 중 하나를 우리에게 제공한다. 모든 감각 중에서 후각에 대해서는 매우 일찍부터 철학자들과 의사들이 그 신비를 캐내려 했지만 아직도 알려진 것이 많지 않다.
기원전 4세기 아리스토텔레스는 후각기관의 구조를 처음으로 밝히고자 했다. 그 후 냄새의 암흑시대인 중세를 지나 르네상스 시대가 되어서야 비로소 향이 영혼에 유익한 영향을 주는 것으로 찬양되었다.
쾌락을 만물 안의 최대 중요한 요소로, 미덕은 본원적인 가치는 없는 것으로 여겼던 철학자 아리스티포스는 음악이 나오는 연회나 아주 매력적인 의복, 그중에서도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향기를 풍기는 것을 좋아했다. 그의 향기에 대한 완전한 표현은 삶의 감각을 즐기는 것이었다.
프로이트는 후각적 의미의 폄하 속에서 헤매던 인류문화를 감각의 영역으로 들여 놓았다. 프로이트는 진화의 역사에서 의미 있는 감각기관의 발달을 통해 오직 문화의 창조가 가능하며 후각 역시 무의미한 것이라 못 박은 관념에서 벗어났다. 그는 감정 사이의 갈등이 계속 심화되어 외상을 입게 되고 냄새에 대한 감각이 둔화된 자신의 환자가 탄 푸딩의 냄새를 통해 외상의 기억을 깨우고 치료한 경험을 주목한다.
그는 또한 인간의 내면의 상처를 하나의 냄새로 상징하기도 했다.
칸트는 후각은 체면이 손상되는 단순한 오감 중의 하나라 했다.
칸트는 후각을 모든 감각 중에서 생각할 수도 없고, 소유할 수도 없는 것이라 했다. 객관적인 감각인 청각, 시각, 촉각과는 반대로 주관적 감각인 후각과 미각은 외부대상의 인식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때문에, 냄새는 바꾸거나 피할 수 없는 것으로 강요되고 강제적인 것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기에 이성으로 통제가 안 되고 혐오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어떤 것을 인식하기 위해 객체는 우선 오감, 즉 시각, 촉각,미각, 청각 그리고 후각을 통한 지각을 필요로 한다. 칸트는 이 오감을 대신하여 하나의 개념을 사용하고 있다. 그 개념의 의미를 오늘날 짧게 표현하면 '감성' 이다. 그러나 어떤 것을 인식할 때 나는 감성 외에 다른 것을 필요로 한다. 왜냐하면 모든 인식은 또한 오성을 전제하기 때문이다. 그는 인간의 이중적 인식능력에 관하여 언급하는데, 모든 인식은 두 개의 근본 축은 오성과 감성이며 오성은 감성에 의존하고 있고 그 반대로 오성 없는 감성을 결코 올바른 인식을 성취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헤겔은 이에 대해서 후각을 좀 더 미학적으로 관대하게 표현했다. 이 입장은 얼굴에서 코를 두 가지의 반대부분 사이의 중간 역할로 구분했다. 눈, 귀, 이마는 이론적 정신적 부분을, 입은 실용적 부분으로 보는 입장 사이에서 코는 전략적 위치에 있다. 코는 헤겔의 의하면 두 가지의 시스템에 속한다. 정신적과 실용적 사이의 이음새에 위치한 코는 문화와 정신의 흥미로움이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후각은 예술의 요소가 될 수 없다고 하였다.
포이에르바하에 이르러 후각은 인간을 위해 신체와 조화를 이룬다. 미각과 후각은 짐승적 감각의 속박에서 벗어나 유능한 감각으로 증명되어 승격된 것이다.
사과냄새를 맡은 인간은 일정한 색깔, 맛, 냄새, 모양, 경도를 관찰하고 그것을 한데 결합시켜 하나의 물체라고 승인하며 또 사과라는 단어로 그것을 표시한다. 그리고 다른 일부 관념들의 집합에 의하여 돌, 나무, 책과 같은 이러한 감성적 실체가 구성된다.
니체는 코에 대한 긍정적 철학을 책에 실었다. 그는 인간성의 진정한 쾌락은 후각에 기인한다고 했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대화가 발달했고 주로 청각적이고 시각적 수단으로 정보교환을 한다는 것이다.
냄새에 의한 대화는 거의 무의식적 차원에서 이뤄진다. 그리고 후각정보는 작동하고 무의식적 정보채널을 통한 관계를 통해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친다. 주8)
니체는 우리의 체험이 '해석된 것'이라는 점에서 또한 ' 창작된 것'이라고 말하였다.
우리는 감각에 의하여 정보를 주로 얻는다. 이러한 정보에는 감각적인 시각에 의해서 얻는 부분인 '붉은 꽃이 아름답다' 라든지 후각인 '좋은 향기'라는 것들의 정보가 합쳐져 '붉은 꽃이 아름답기도 하지만 향기도 좋다' 라는 종합적인 결과로서 사물의 정보를 인지하기도 한다.
또한 코는 우리에게 분광기로도 확인하지 못하는 인식의 차이를 확인하게 한다. 후각은 연합관계는 물론 통찰력, 동정과 공감으로 직관적 상황을 가능케 한다. 그래서 후각은 심리학과 윤리적 의식의 중심에 서있었으며, 문명 때문에 자연이 병들어 버린 것을 폭로하고 일깨웠고 자연은 본능이고 본능에 대항해 탄생한 논리와 이성 때문에 후각은 냉각되었다. 후각은 이후 직관적 감각이 되었다.
한 예로 평범한 물건에 대한 제안으로 맨 처음 새로운 냄새를 생각해보자. 다른 것과 반대로 한 대상의 냄새근원이 무엇인지 알게 되면 우리는 카페에서 "커피 냄새가 난다"는 말을 할 수 있다. 이 사실은 후각 경험은 평범한 대상을 나타내는 것으로 곧 후각적인 경험에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며 오직 냄새, 그 자체가 '커피를 말하고 있다. 주9)
곧 후각은 경험에서 나오는 직관적인 감각으로 변모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육체적 혹은 정신적으로 강한 충격을 받아 오랫동안 마음의 상처가 되어 버리는 심리적 외상psychological trauma은 자칫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같은 증상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트라우마는 후천적인 경험에 의해 발생하는 것 같지만 부모로부터 유전적 형태로 선천적으로 이어받을 수도 있다. 사람의 후각은 중요한 감각전달 채널이고, 이 정보는 아주 깊게 인간의 경험과 태도에 영향을 미친다. 즉, 향기가 사람의 감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주10)
시각적 경험이, 특히 그것이 세계적으로 감지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우리는 지각적 경험의 내용을 세계의 방식으로 생각할 수 있다. 어떤 주제에 대해 그녀가 그런 경험을 했을 때 나타나는 만약 세상이 그런 방식이라면, 시각적 경험은 객체 기반으로 매우 중요하다. 사과나 오렌지 같은 평범한 물건을 우리에게 보여 주면서, 우리 환경에 어떤 후각 속성을 가진 평범한 물체가 있다는 것을 후각 경험을 통해 나타낸다.
이 견해가 우리가 말하는 방식과 일치한다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우리가 사과가 빨갛다고 말하는 것처럼 라일락은 또한 향기가 좋다고 말한다.
윌리엄 리칸에 따르면, 후각 경험이 스컹크와 라일락 같은 일반적인 물체는 2차적인 표현 수준에서만 꽃을 피운다는 것에서 라일락 향기가 난다고 말하고, 또한 그 냄새가 정원에 남아 있다고 말한다. 곧 후각 경험은 또한 우리에게 공기 중의 무엇인가를 제공해준다 후각 리얼리즘은 세상의 것들이 후각에 의해 그들에게 귀속된 속성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주11)
냄새는 그 어떤 감각보다도 감정을 자극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기쁨과 분노를 안겨주고 눈물을 흘리거나 가슴을 아프게 하며 공포에 떨게 하고 욕망으로 안달하게 만든다. 냄새는 감정을 불러일으킬 뿐 아니라 감정 자체가 될 수도 있다. 주12)
냄새-감정 조건화는 스트레스 상황에서 사회적 행동을 개선하는데도 사용될 수 있다. 가령 특정한 냄새를 긍정적인 감정과 연관시키면 이 냄새를 통해 폭력적이거나 반사회적인 행동을 줄일 수 있다. 주13)
인천의 신경정신과 병원에서 시행한 알코올 중독 치료프로그램에서 영상과 냄새를 활용하여 악취와 고통, 좋은 향과 자유로움을 반복적으로 교차 학습시킴으로서 궁극적으로 긍정적인 감정을 가지고 치료에 도움을 주는 후각치료에 참여한 적이 있다. 시각과 청각을 넘어 후각은 기억이기 때문에 반복적인 냄새의 치료는 긍정적인 결과를 필연적으로 가져다준다는 것을 알게 한 기회였다.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에서 최근 행해진 연구에 따르면 냄새를 주목하거나 의식적으로 지각하면 같은 냄새가 나는데도 의식하지 못했을 때는 활성화되지 않았던 뇌의 일부가 활발하게 작용한다고 한다.
텍사스 라이스 대학의 드니스 첸은 연구를 통해 인간이 공포와 행복의 냄새를 알아차린다는 것을 입증해 보였다. 주14)행복한 영화와 공포 영화를 보게 한 뒤에 겨드랑이 땀을 체취하면 알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냄새는 비합리적인 사랑과 같다. 상상력을 불어 넣으려고 직유를 흐르게 하는 것만으로도 애매하다. 주15)오스트레일리아 심리학자 데이비드 랭(David Laing)은 인간은 코 하나만으로 혼합물에서 얼마나 많은 냄새를 구별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처음으로 다루었다. 그는 혼합물에 섞인 냄새가 많아질수록 성분을 단 하나라도 구분하기가 어려워진다는 사실을 발견하고는 경악했다. 주16)훈련 받지 않은 후각은 그 기능을 발휘하기 어렵다. 왜 인간은 이토록 냄새를 잘 구분하지 못하는 걸까?
실상 인간의 후각정보 수집 능력은 어머 어마하다. 그래서 복합적 혼합물에서 냄새를 탐지하기 보다는 수집하는데 더 능하다.
곧 랭이 말한 한계는 코가 아니라 뇌에 문제가 있음이 밝혀졌다. 냄새를 분석적으로 생각하는 능력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었다. 주17)
뇌는 많은 정보를 처리하지만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다.
만약 모든 냄새의 분자를 구별할 수 있다면 우리는 미쳐 버릴 것이다. 마치 눈이 세세한 것을 보는 것과 같이 세균까지 볼 수 있다면 아무것도 먹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간의 뇌는 한계를 둔 것이 아닐까?
냄새가 있는 순간은 일상의 지나가는 수평적 시간과는 달리 높이와 깊이가 있는 수직성을 지닌 시간을 의미한다. 또한 그 시간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연결하는 하나의 고리로 이어져 있으며, 지나가는 일직선의 시간 속에서 정지되지 않고 반복적인 일상의 모양으로, 하지만 늘 다른 냄새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1) 에피그라프(epigraph,'제사(題詞)')는 문학작품의 서두에 붙는 다른 문학작품이나, 신문기사, 혹은 잡지등의 글에서 인용한 인용문를 말하며, 이는 앞으로 전개하려고 하는 작품의 전체적인 주제나 의미를 독자들에게 예고하는 역할을 말한다.
2) 권철근(2011). “카라마조프 형제들의 미각과 후각의 테마”. 슬라브학보, 26(4), 35.
3) 권철근, 앞의 책, 38.
4) Ann-Sophie Barwich(2016),“Smellosophy - The History and Philosophy of Olfaction", 'Making Sense of Smell' The Philosophers Magazine 73, 41-47.
5) Ann-Sophie Barwic, 앞의 책, 47.
6) Barwich, AS. 2016. "Making Sense of Smell" The Philosophers' Magazine 73,
7) The Psychology of the Sense of Smell.
8) 조성준, 이인숙(2006), “아로마 치료”. 학지사.
9) Clare Batty, “Smell, Philosophical Perspectives”, Encyclopedia of the Mind, Pashler (ed.), 2.
10) 앞의 책, 3.
11) Clare Batty, “Smell, Philosophical Perspectives”, Encyclopedia of the Mind, Pashler(ed.).
12) 레이첼 허즈, “욕망을 부르는 향기”, 장호연 옮김, 뮤진트리, 29.
13) 앞의 책, 30.
14) 앞의 책, 34-35.
15) Bonnie Blodgett (2010), "Remembering Smell: A Memoir of Losing- and Discovering - the Primal Sense", Houghton Mifflin Harcourt, 141.
16) 에이버리 길버트((2009), “왜 그녀는 그의 스킨 냄새에 끌릴까”, 이수연역, 36.
17) 앞의 책, 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