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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각 STUDY

8. 후각 표준화

이 저술은 2016년 정부(교육부)의 후원으로 한국 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임.

This work was supported by the National Research Foundation of Korea Grant funded by the Korea Govenment


이 글에 대한 활용 방안은 저술한 내용에 모두 포함되어 있다. 후각 연구와 아울러 현재 유럽을 중심으로 빠르게 전개되고 있는 후각 도시디자인, 후각 예술, 전자코, IT와의 연계, 후각 치매진단 프로그램, 후각 교육, 게임, 의료, 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활용에 대하여 밝혀두었다. 이미 3차 후각 혁명은 시작되었고, 4차 산업혁명과 맥을 같이하여 후각은 4차 산업혁명의 중요한 화두가 될 것으로 사료된다. 그래서 이런 중요한 감각인 후각을 깨우고 알리기 위해 기초연구 자료들을 수집하고 연구하여 이렇게 저술하게 된 것이다.


*출처 : 후각 혁명, 송인갑, 2020


 표준화란 물건이나 행위가 비교될 수 있도록 정해진 일정한 표준을 말한다. 

산업에 있어서 규격은 색깔, 크기, 무게, 타제품의 특성 등을 규제하는 데 사용되는 기기나 고안물 일 수도 있고, 또는 물리적인 모델일 수도 있다. 

 또한 수학적·상징적인 묘사·그림·공식 등으로 표기되며, 이러한 묘사·그림·공식 등은 실행된 행위나 생산된 제품의 주요한 특징을 나타낸다. 주1) 

 하지만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표준화란 객관적인 기준이 적용되지 않기에 표준화하기란 매우 어렵다. 

가령 비린 냄새가 난다고 할 때 비리다는 것은 개인이 느끼는 후각의 차이로 인해 규정 내릴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이 표준화는 주관적인 후각의 강도와 느낌을 객관화시켜 냄새를 표현할 수 있는 색과 언어로 분류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냄새는 기억이다. 그래서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후각 기억을 어떻게 객관화시켜 표준을 만들 것인가는 후각 표준화에 있어서 가장 기초가 되는 것이다.

 프루스트 효과의 세계적 전문가인 미국 모넬 화학 감각 연구센터 레이철 헤르츠Rachel Herz 박사는 향기가 뇌의 감정 영역에서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특정 향기를 맡으면서 감정이 들어간 개인적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그러자 이번엔 뇌 영상에서 편도의 활동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편도는 뇌의 감정 중추다. 반면 시각적 자극에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헤르츠 박사는 “향기는 감정이나 향수와 깊이 연결돼 있다”며 “추수감사절 때 오랜만에 찾은 집에서 어머니가 해주시는 요리나 거실의 양초에서 나는 냄새가 없다면 어릴 적 추억이 떠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향기와 감정의 관계는 뇌의 진화과정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헤르츠 박사는 편도가 있는 뇌의 변연계가 원래 후각을 담당하던 조직에서 진화했다는 사실을 들었다. 감정을 경험하고 표현하는 능력은 후각 덕분이라는 것이다. 헤르츠 박사는 “나는 냄새를 맡는다. 고로 나는 느낀다“고 말했다. 2001년 헤르츠 박사는 이 현상을 실험을 통해 입증했다. 연구팀은 사람들에게 사진과 특정 향을 함께 제시한 다음, 나중에 향만 맡게 했을 때 사진을 볼 때의 느낌을 훨씬 더 잘 기억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주2)


 영국 런던대의 제이 고트프리드 교수는 헤르츠 박사의 실험과 정반대의 실험을 했다. 

연구팀은 사람들에게 사진과 특정 향을 함께 보여준 뒤, 나중에 향 없이 사진만 보여주었을 때도 사람들의 뇌에서 냄새를 처리하는 부위가 활발하게 활동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논문에서 고트프리드 박사는 “이번 연구는 하나의 기억으로 연결된 시각, 청각, 후각 정보가 한데 모여 있지 않고 뇌 여러 곳에 흩어져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므로 뇌에 분산돼 있는 하나의 감각 기억만 자극해도 이와 연결된 전체 기억이 재생되는 것이다. 주3)


 영국에서는 냄새로 치매증은 물론, 우울증까지 치료하는 '냄새 치료법'이 각광을 받고 있다. 

2차 대전 당시 폭격이 있고 난 후 불타는 건물에서 났던 냄새, 그 당시 세탁을 할 때 맡을 수 있었던 독특한 비누 냄새 등이 유년 시절의 기억을 상실한 노인들에게 새로운 기억 회생의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다. 

 영국 중부 잉글랜드에 있는 워릭 대학교에서 올팩션 연구 그룹의 일원으로 일하고 있는 심리치료사 존 킨쥐 박사는 일명 회상 치료법reminiscence therapy이라고 불리는 방법으로 많은 치매증 환자들에게 새 희망을 불어넣고 있다고 더 타임스 신문이 보도했다. 

때로는 반세기 전에 유행했던 차의 향기, 그때 해변에서 맡을 수 있었던 바다 내음이 1대1 치료에서 효과를 보고 있다고 킨쥐 박사는 말했다. 그러나 폭격으로 불타는 건물에서 나는 냄새처럼 현대의 일상생활에서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전쟁의 독특한 냄새들을 집단적으로 투여했을 때 기억 회생의 효과가 훨씬 탁월했다고 킨쥐 박사는 설명했다. 

 이는 뇌리에 남아 있는 과거의 인상적인 장면의 잔상들, 혹은 우리의 손끝이나 발에서 피부가 기억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촉감, 우리가 오래전에 맛보았던 어떤 맛이나 귓가에 아련히 남아 있는 곡조, 폭음, 음성 등이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우리에게 일깨워내는 기억의 양 보다는 냄새가 기억량과 지속력에서 훨씬 강하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킨쥐 박사는 "인간의 여러 가지 감각 중 취각은 기억 회생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다른 어떤 감각도 도달할 수 없는 곳을 건드릴 수 있다 주4)"고 말했다.


 냄새의 포집과 기록은 이미 약 50여 년 전에 개발되었다. 헤드스페이스Headspace주5)라는 기구인데 이 기구의 개발은 향의 다양성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였다. 단순히 포집하는 것만 아닌 재생, 곧 인위적으로 자연의 냄새를 재현하는 놀라운 기술이었다. 포집된 향은 가스 크로마토그래피Gas Chromatography 주6)를 통해 향을 분석하게 된다. 분석한 향은 구성된 성분을 인위적으로 합성하여 비슷한 향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분석된 향을 즉시 재생하게 만드는 것은 쉽지가 않다. 그 이유는 프린트 기기가 4가지 잉크로 여러 색을 내는 것과는 달리, 향은 수많은 물질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과 그중에는 아주 미미한 물질 하나가 전체의 향을 이끌어감으로 센트 플레이어 장치에 필요한 모든 향 물질을 갖추자면 기기는 엄청난 크기를 요구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 모든 문제를 해결한다고 하여도 플레이어에서 재현된 합성 향은 실제 냄새와 미묘한 차이가 있을 수 있고 때로는 전혀 다른 냄새를 제공함으로써 냄새에 대한 착각과 후각의 오류를 줄 수 있다. 주7)


 대안적인 방법으로는 향기를 표준화시켜 1번은 바다 냄새, 2번은 화약 냄새 등 사람이 보편적으로 기억하고 있는 냄새를 일정하게 만들어 플레이어 기기에 장착하여 재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것은 쉽게 만들 수 있지만-TV나 컴퓨터에 수백 가지 향을 장착하면 대체로 사람이 현실에서 느낄 수 있는 냄새가 표현 가능하다.-이로 인해 사람들에게 냄새에 대한 개인의 감성이나 기억을 무시하고 오히려 표준화시킴으로써 후각의 획일화를 가져 올 가능성이있다. 

 이러한 문명의 기술은 인간의 감성을 무디게 만들며, 그러한 냄새의 재생은 인간을 궁극적으로 퇴보시키는 것이다. 주8)


 리드와이어를 통해 전류가 흐르면 수분이 있는 솔루션을 가열한다. 이 열은 압력을 만들어내면서 탄성중합체의 작은 구멍을 열어 향기를 발생시킨다. 이 향기는 검출기를 통해 측정할 수 있을 정도의 것이다. 미래의 TV를 미리 본다. 이것이 현대판 Smell-o-Vision이다.

 수백 가지 여러 가지 다른 향기를 액상 형태로 작은 '통'안에 담아 넣어, 특정한 향기를 담은 통에 전기 시그널을 보내면 이 통에서 원하는 향을 분사한다. 영화나 시트콤 등에서 음향이 이미지와 미리 싱크로 되듯이 미리 예약된 프로그램을 통해 향기와 이미지가 싱크로 되는 방식이다. 

 예를들어 TV를 보다가 햄버거를 주문하는 장면이 나온다면 TV에서 햄버거 향이 나오며, 아름다운 여인이 지나가는 장면에서는 여인의 향기가 나오는 것이다. 부품의 재료는 비 독성, 비 연소성 실리콘 중합체로 만들어지며 이 X-Y매트릭스를 전선으로 가열하면 이 물질에서 미세한 구멍이 열리면서 향기를 발산하게 되는 원리다. 샌디에이고 대학(UCSD) 연구진과 삼성 종기원이 지난 2년간 연구한 끝에 향을 발산하는 TV 및 휴대폰용 부품 기술을 개발하였다. 아직 이름 붙여지지 않은 이 기술은 TV 프로그램과 웹 사이트에서 1만 가지 향을 제공하게 될 전망이다. 주9)


  UCSD와 삼성 종기원은 이를 더욱 구현 가능한 기술로 만들었다. 그 주문형 향기 발산 시스템을 향한 도전 성공의 핵심은 소형화와 디지털화였다.  

 이 기술개발의 핵심은 향기 픽셀로서 100x100개의 작은 전선 매트릭스로 200개의 컨트롤러를 이용해 1만 종류의 작은 향기로 가득 찬 컨테이너를 가열해 향기를 내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이 향기는 아주 자연스러운 것이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냄새로 인해 가정용 세정제를 사용해야 하는 상황에 봉착하므로 삼성은 친환경적인 버전으로 내놓게 될 것이다.

 이 기술이 적용되려면 특정한 냄새를 차단하는 기술도 함께 제공될 필요가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또한 이 기술은 TV뿐만 아니라 휴대폰 등 다양한 전자기기에 적용이 가능하다. 주10)                                                 

 또한 2명의 산업 공학자가 가상현실에서 실제와 똑같은 냄새 풍경(Smellscape)을 만들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냄새가 있어야 하는지를 연구했다. 그들은 약 40만 가지라고 계산했다. 주11)이렇듯 후각에 대한 연구는 아직 초보 단계로 연구 개발해야 할 분야가 다양하고 그 가능성이 매우 높다.


 중요한 모든 냄새의 분류법은 18세기 스웨덴 식물학자 칼 폰 린네(Carl von Linne)로 거슬러 올라간다. 린네는 냄새를 통해 의학적으로 유용한 식물을 분류하면서 향기로운 냄새, 향료 냄새, 사향 냄새, 마늘 냄새, 염소 냄새, 썩은 냄새, 메스꺼운 냄새라는 7가지 종류를 제안했다. 주12)  

 린네 이후 19세기 말 네덜란드의 생리학자 핸드리크 츠바르데마케르 Hendrik Zwaardemaker가 나타난다. 그는 애초에 냄새에 관심이 없었던 인물이다. 그러나 그는 린네의 냄새 분류에 2가지 새로운 종류(에테르 냄새와 타는 냄새)를 추가하고 각 종류를 다시 세분화하였다. 


 독일 생리학자 한스 헤닝(Hans Henning)은 츠바르데마케르 분류법의 모순을 공격하며 그는 츠바르데마케르가 자신의 코로 냄새를 맡기보다는 문학작품에 묘사된 냄새를 인용했다고 비난했다. 

그의 모토는 “그냥 냄새를 맡아보라”였다. 

1916년에 발표된 그의 분류법은 2가지 중요한 장점이 있었다. 경험상의 자료를 바탕으로 했고 편리한 시각적 표현, 즉 냄새프리즘Odor prism이 겸비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 냄새 프리즘은 기하학적으로 깔끔하게 잘 정리되어 있었다. 프리즘의 여섯 모서리에는 각각 구체적인 냄새의 특징이 놓여 있고, 모든 냄새가 프리즘 상에 위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주13) 


 미국인들은 처음에는 열광했지만 헤닝의 이론이 번거롭고 시험할 수 있는 예측을 제시하기에는 너무 애매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헤니의 냄새 프리즘에 실망한 미국인 어니스트 크로커와 로이드 핸더슨 -1만 가지의 냄새가 있다고 추측한- 은 새로운 냄새 분류를 만들었다. 이들은 제일 먼저 4가지 기본 후각, 즉 향긋한 냄새와 시큼한 냄새, 탄 냄새, 동물 냄새를 선택했다. 그다음 각각의 기본 후각을 냄새 강도에 따라 0 – 8 등급으로 나누어 네 숫자로 표기하였다. 


 이 분류법이 인기를 끈 이유는 경험적 자료와 누구나 참고할 수 있는 표준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이었다. 감각 심리학자들은 처음에 이 분류법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1949년 벅넬대학교의 연구원들은 이 분류법의 모순을 꼬집었다. 훈련받지 못한 사람들은 32가지 참고 냄새를 크로커와 핸더슨이 가정한 4 가지 기본 후각과 비슷한 것으로 분류하지 못한다는 점을 발견함으로 이 분류법 또한 사라졌다. 주14)


 냄새 분류법의 또 다른 혁명은 1950-1960년대에 일어났다. 존 아무어(John Amoore)가 이소발레린산이라는 악취 나는 발 냄새를 맡지 못하는 사람들이 비슷한 냄새에 비교적 둔감하다는 점을 알게 되었고, 결국 7가지인 장뇌, 사향, 꽃, 페퍼민트, 에테르, 매운, 썩은 냄새를 제안했다. 하지만 기본 냄새에 대한 그의 개념은 감각 실험엔 적합하지 않았고, 심리적인 후가 분류와는 무관하였다. 


 냄새 분류의 최근 시도는 1960년대에 앤드류 드라브니엑스Andrew Dravnieks라는 향기 학자가 개척해 오늘날에도 이용하는 의미론족 분류법이다. 연구원들은 사람들에게 많은 냄새 서술어를 주고 특정 냄새 샘플에 해당되는 모든 형용사에 표시하도록 했다. 이 실험의 결과는 서술어가 비슷한 냄새를 분류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주15) 냄새 숫자는 어마어마하게 많은데 냄새 유형의 숫자는 너무나 적다는 것이 놀랍지 않은가? 간단한 분류법으로 복잡한 현실세계를 표현할 수 있을까? 인간의 두뇌는 이 복잡한 냄새를 간단하게 정리하는데 매우 능숙하다는 게 드러났다. 


 아래에 있는 프루스트의 글을 영화로 만들었다고 하자. 그리고 향기를 상황에 어울리게 우리의 후각에 접근시켰다면, 과연 어떤 현상이 일어날 것인지 매우 궁금해진다.

 “나의 고모는 사실상 인접한 두 개의 방에서 살고 있었다..... 그것은 시골 방이었다.... 무수한 냄새로 우리를 황홀하게 하는 방이었다.
또한 그 냄새는 자연의 냄새, 이웃 시골의 냄새와 마찬가지로 그 철의 풍물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그대로 게으르게 눌러앉아서 인간과 어울리고 떠날 줄을 모르는 그런 냄새다. 다시 말해, 그 냄새는 과수원에서 찬장으로 옮겨진 그 해의 모든 맛있는 젤리, 잘 익은 맛있는 젤리다.
 철 따라 변하지만, 세간과 하녀처럼 그 집의 특유한 냄새, 따끈한 빵의 보드라움으로 서리의 짜릿함을 조절하는 냄새, 마을의 큰 시계처럼 한가 로우나 시각을 어기지 않는 꼼꼼한 냄새, 빈둥거리고 있는 것 같으면서도 질서 있는 냄새.....  불은 파이를 구울 때처럼 구미를 돋우는 냄새를 풍겨, 이 냄새 때문에 방 안의 공기는 완전히 응결되었다. 그리고 그 냄새는 화창한 아침의 상쾌한 습기로 이미 반죽이 되어 부풀었고, 불은 그런 냄새를 풍기는 이 반죽을 잎 모양으로 부푼 과자로 만들고, 거기에 달걀노른자를 바르고, 구김살을 내고 부풀게 하여, 눈에는 보이지 않으나 촉지 할 수 있는 시골 과자.... 그러한 냄새 속에서, 벽장이나 찬장이나 지엽 무늬가 있는 벽지가 풍기는 바싹바싹한, 보다 이름이 난 그러나 동시에 보다 메마를 향기를 맡으면, 나는 즉시, 꽃무늬 있는 침대보의 중간적인, 끈적끈적하고 맛이 간, 소화가 안 되는 풋내 나는 올리브유 같은 냄새 속으로, 말 못 할 탐욕과 더불어 끈끈이에 붙어 버린 듯이 되돌아가기가 일쑤였다. 주16)

 커피나 꽃, 바다와 익히 알고 있는 냄새의 표준화는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마저도 각자가 느끼는 냄 새의 이미지와 후각 기억은 다른 것이다. 하물며 시골 방, 이웃 시골의 냄새, 집의 특유한 냄새, 따끈한 빵의 보드라움으로 서리의 짜릿함을 조절하는 냄새, 메마를 향기, 침대보의 풋내 나는 올리브유 같은 냄새, 선견지명이 있는 냄새, 아침 일찍 일어나는 냄새, 신앙심의 냄새, 평안을 즐기는 냄새, 산문적인 것 밖에 즐기지 못하는 냄새 등은 어떻게 향기로 표현할 것인가? 사람마다 다르게 느끼는 공간과 사물의 냄새를 하나의 이미지로 통합할 것인가는 매우 중요하고 심각한 문제다. 상상과 생각으로만 존재하는 냄새를 현실화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주17)


 보편화된 사물, 공간, 기억 등을 하나의 표준으로 만들고 표준으로 삼은 상황과 스토리를 향기로 표현하여 그것을 기준으로 삼는다. 

 예를 들면 된장냄새라고 할 때 이 냄새는 정해진 규칙에 의해 하나의 표준화가 이루어진다. 표준화된 콘셉트를 가지고 향기로 표현하는 것이 향기 표준화이다. 표준화한 냄새가 자신이 기억하는 것과 똑같지 않다 하더라도 우리의 기억은 냄새의 유사성만으로 기억의 터널로 들어가게 된다. 그래서 표준화된 냄새는 누구에게나 적용 가능한 것이다.


 리얼리티 향의 표준화 플로어를 살펴보면 냄새의 리서치, 콘셉트와 표준화할 향기 확정, 표준화 작업(통상 100여 종의 향) - 순차적 개발(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감), 1차 향기 테스트, 표준화 재검토, 2차 향기 테스트, 그리고 마지막으로 냄새 표준화를 확정한다.


 국내의 후각 표준화 개발을 보면 후각정보 표현 참조모델(2006), 후각 상호작용 메타데이터, JPEG에서의 후각 상호작용을 위한 파일 포맷(2007), 전자코 시스템을 위한 메타 데이터(2008), 실감 콘텐츠를 위한 발향 장치 데이터 구조(2009), 실감 콘텐츠를 위한 가스 센서 메타 데이터(2010), 가상현실을 위한 전자코 기반 서비스 (2012)가 만들어졌다.

 후각 관련 국제표준화는 2000년대 초 EU-FP에서 시작된 NOSE II 연구과제로부터 시작되었으며 이들은 전자코 시스템의 국제표준을 최초로 지향했다. 유럽에서는 GOSPEL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시작했으나 성과가 없었다. 또한, 일본에서는 NTT, NICT, 동경공업대 등에서 후각 발향 장치에 관련된 연구들이 많이 수행되었고, 오감 산업 포럼 등을 통해 오감 관련 연구는 매우 활발하나 표준화에는 아직 적극성을 표현하고 있지 않다. 주18)  


 인간의 감각 가운데 그 복잡성으로 인하여 가장 알려지지 않은 영역이 후각 분야이며, 특히 후각의 인지는 수많은 후각 신경세포에 의해 발생한 신경신호의 조합에 의해서 이루어져 그 메커니즘이 매우 복잡하다. 이로 인해 반도체성 회로의 전류 변화를 모니터링하여 냄새 분자를 인지하는 기존의 바이오 전자 코는 균일한 크기 및 모양을 가지는 나노어레이 트랜지스터 형성이 힘들어 여러 가지 냄새를 한 번에 인지하는데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생명공학 연구원 연구팀은 제조된 그래핀 마이크로 패턴 트랜지스터와 다종의 인간 후각 수용체를 결합하는 방식으로, 특정 냄새 분자와 선택적으로 결합하는 후각수용체들을 부착하여 여러 가지 냄새를 한 번에 인지할 수 있는 인공 후각 재현기술 개발을 성공하였다. 특히, 세포막에 발현되는 막 단백질로 이루어져 그 구조가 매우 복잡하고 이종 세포에서의 발현이 극히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는 후각 수용체 주19)를 대장균 시스템에서 대량으로 발현 후 분리 정제하는 데 성공하여 전자코의 효용성을 더욱 높였다 주20)고하니 이러한 연구 성과를 보면 인간이 가지고 있는 무한성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개발된 전자 코가 인간의 후각보다 정밀하고 뛰어난 것처럼 느껴지지만, 이것은 우리 인간이 인공지능과 비교할 수 없듯이 사람의 감각은 사람이 만들거나 주입시킬 수 없는 종류의 것이다.


Olfactory Director 송인갑, 2020 


주)

1) 다음 백과

2) 최낙언, 프루스트 현상: 오직 냄새만이 감정과 추억을 자극한다 (2017.7.19.), 재인용 SeeHint.com, 

3) 송인갑(2012), “후각을 열다”, 청어, 18.

4) 조선일보/파리= 김광일 기자, “냄새로 잃어버린 시간을 찾는다” 해외 의학.

5) 크로마토그래피를 이용하여 공기 중의 향을 분석하는 방법이며 향의 여운이나 자료를 종 모양의 기구로 포착하는 과정을 포함한다. 커피 향이나 가죽 냄새, 또는 가을의 정원에서 나는 향뿐만 아니라 에센스 오일을 추출할 수 없는 은방울꽃 등의 향도 포착할 수 있다. 

6) GC라고하며, 흡착제가 들어있는 긴 column (가늘고 긴 튜브)을 이용해 내부에 있는 샘플을 기화시켜 물질이 통과하는 시간의 차이를 이용해 어떤 성분이 있는지를 알아내는 장비이다.

7) 송인갑 앞의 책, 38.

8) 송인갑 앞의 책, 38-39.

9) 송인갑 앞의 책, 48.

10) 송인갑 앞의 책, 48-49.

11) 에이버리 길버트((2009),“왜 그녀는 그의 스킨 냄새에 끌릴까”, 이수연역, 21세기북스, 16.

   재인용 W,Barfield & E, Danas”의 학술논문

12) 에이버리 길버트, 앞의 책, 31-32.

13) 에이버리 길버트, 앞의 책 32-33.

14) 에이버리 길버트, 앞의 책 34.

15) 에이버리 길버트, 앞의 책 35.

16) 마르셀 프루스트.『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스완네 집 쪽으로1』. 김창석 역. ㈜국일출판사, 2006, 72-74

17) 송인갑, 앞의 책 109.

18) 김정도, 이상국(2010). “향 메신저 서비스를 위한 후각 정보 표현 참조 모델”한국 정보기술학회 논문지, 8(5), 89.

19) 후각 수용체(olfactory receptor) : 냄새물질을 선택적으로 결합하는 단백질로 후각 신경세포 막에 발현되어있다. 인간은 약 390개의 후각 수용체를 가지고 있으며 냄새물질과 후각 수용체 간의 선택적인 결합에 의해 후각 신경세포에서 후각 신경신호가 발생한다. 이렇게 발생한 후각 신경신호는 인간의 뇌의 한 부분인 후각 신경구(olfactory bulb)에 모이고 신호의 조합이 일어나게 된다. 조합된 후각 신경신호를 대뇌에서 인지 함으로써 냄새를 인지하게 된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20) 권오석 외, “사람 코(후각기능) 보다 정확한 바이오나노 전자코 기술개발”, 생명공학연구원(국가 연구 개발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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