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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각 STUDY

10. 숨겨진 냄새들

이 저술은 2016년 정부(교육부)의 후원으로 한국 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임.

This work was supported by the National Research Foundation of Korea Grant funded by the Korea Govenment


이 글에 대한 활용 방안은 저술한 내용에 모두 포함되어 있다. 후각 연구와 아울러 현재 유럽을 중심으로 빠르게 전개되고 있는 후각 도시디자인, 후각 예술, 전자코, IT와의 연계, 후각 치매진단 프로그램, 후각 교육, 게임, 의료, 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활용에 대하여 밝혀두었다. 이미 3차 후각 혁명은 시작되었고, 4차 산업혁명과 맥을 같이하여 후각은 4차 산업혁명의 중요한 화두가 될 것으로 사료된다. 그래서 이런 중요한 감각인 후각을 깨우고 알리기 위해 기초연구 자료들을 수집하고 연구하여 이 책을 저술하게 된 것이다.


*출처 : 후각 혁명, 송인갑, 2020


 사회에 대한 분석은 고대 그리스에서부터 시작된 서구 합리주의 전통의 일부로 이해할 수 있지만, 근대의 과학적 분석이 출현한 것은 18~19세기에 이르러서였다.

 사회학도 원래는 근대 철학의 일부로서, 생물학과 진화론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예를 들어 초기의 사회학자들은 사회적 유기체와 생물학적 유기체 간의 공통성에 관한 이론을 전개했으며, 찰스 다윈의 진화론을 사회에 적용하기 위해 시도했다(사회진화론). 오귀스트 콩트가 소시올로지 sociologie라는 말을 만들어낸 것은 1838년이었으나, 그 뒤 거의 60년이 지나서야 사회학은 독자적인 학문으로 정립되었다. 주1)


 후각의 사회학은 후각의 일부분이 규명된 20세기가 지나면서  고유한 영역을 가지는 학문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해왔다. 그러나 후각의 사회학이 자리 잡기 위해서는 후각의 사회학적 구분과 집단의 후각적 상태와 제도 등을 이해하고 인식해야만 했다. 사회학은 그들 여러 영역에 걸쳐서 그 밑바닥에 있는 집단·제도·행위에 연구의 초점을 둔다. 집단에 대한 후각적 견해는 나이, 사회적 신분, 직업 등 그 집단이 추구하고 있는 방향성과 상당히 일치됨을 알 수 있다.


 19세기말 프랑스의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은 개인 간의 다양한 상호작용으로부터 각 개인에게서는 찾을 수 없는 새로운 속성, 즉 '사회적 사실'(social facts:집단적인 감정, 풍습, 제도, 민족 등)이 생긴다고 했는데, 이는 개인적인 심리학 수준이 아니라 사회학적 수준에서의 연구와 설명을 필요로 하는 것이었다. 주2)사회 각 부문의 상호관계는 하나의 통합된 체계로서 개인의 외부에 존재하면서 개인의 행동에 제한을 가하는 것으로 간주되었다. 

 특히 후각은 개인적인 견해와 취향의 일부로 여겨져 왔기에 집단 속의 후각적 견해는 무시당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점차 후각이 감각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점차 확산되면서 집단의 후각도 조명되기 시작했다.


 후각은 모든 학문과 연계되어 있는데 그 중에서도 인문학과의 연계성은 후각을 규명하고 이론화 시키는데 필수적인 학문이 된다. 하지만 현실은 상업적이거나 환경,  의료, 공학 기술 분야에 더 많은 관심과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후각의 사회화는 비체계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으며, 원천 이론과 다양성은 부족할 수밖에 없다.


 사회적인 공동생활에서의 후각은 모집단의 정체성을 규정하고 있지만, 후각적 장벽은 같은 사회 안의 집단에서도 일어난다. 블루컬러와 화이트컬러로 대변되는 사무직과 노동자계급의 후각적 갈등은 표면상 드러나지 않지만 서로에게 깊은 투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것은 오늘날의 얘기만이 아니라 조선시대에도 마찮가지로, 양반과 중인, 그리고 일반 백성과 백정 등 그들의 경계는 정치적이거나 물질적인 것뿐만 아니라 냄새에 의한 분명한 나눔이 존재했다. 그래서 이 후각적 갈등이 시대의 반란과 역모 등을 유발하는 하나의 도구로 사용되기도 했던 것이다. 후각의 의식화와 사회화의 감각적 특성은 사회 문화적인 이데올로기와 상징의 특성과도 연결되며, 인간 신체의 냄새는 집단지역과 인종, 성 등을 분별하여 동종간의 정서와 정보를 교류하는 네트워크가 될 것이다. 주3)


 사회학의 기본적인 문제는 사회와 개인의 문제이다. 집단·문화사회학의 중심적 과제라고도 할 만한 집단의 연구이다. 인간의 사회적인 공동생활은 실상 여러 가지 집단의 구성원으로서 행하는 생활이다. 사회학은 여러 가지 집단에 대하여 유형에 따라 분석하는 동시에 집단과 집단 사이의 관련도 밝히려 한다. 주4) 개인과 개인의 후각적 반응은 자신의 선호도에 따라 구분이 된다. 하지만 이러한 선호도도 각 개인의 직업과 의식, 문화, 지식의 정도에 따라 변한다. 그래서 개인 간의 후각적 의미는 삶의 풍요로움에 기인하고 있으나 집단의 후각적 의미는 계급과 공동체 의식을 가져다준다. 이것은 후각적 코드를 공유하여 집단의 연대를 꾀하고 후각의 정체성을 유지하게 하여 사회의 상류층으로 인정받고자 하는 것이다. 주5)


 가령 학교나 기업에서 따돌림을 당하거나 소외되는 경우 거의 개인에 대한 후각적 불평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적어도 개인의 후각적 영역은 하루아침에 생성되는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그 개인의 삶의 일부로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후각사회의 평등을 위해서는 냄새의 보편화와 균형을 사회적 시각에서 전달해야하는 것이다. 특히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는 학생들의 자살과 왕따 등 학교문제는 집단에 대한 후각의 균형과 중립이 큰 도움을 주게 될 것이다. 이러한 추론은 앞으로 후각적 규명을 위한 연구가 더 필요할 것이다.


 감각으로 사회를 설명할 수 있을까? 독일 철학자 짐멜은 언뜻 기이해 보이는 이 가능성을 제시해 현대문화학 연구의 초석을 쌓았다. 사람들의 상호작용이 감각에서 시작된다는 것이 그 출발점이다. 짐멜은 보고 듣고 냄새 맡는 우리의 눈과 귀, 코 감각의 특성과 그 사회적 영향을 분석하는데 20세기 초 베를린에서 이루어진 그의 분석은 오늘날에도 큰 통찰을 준다. 특히 후각은 다른 감각기관과는 달리 아무것도 거치지 않고 직접 편도체에 도달함으로서 인지와 수행 속도가 빠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후각은 상호보완적인 감각이라기보다는 직선적으로 감각을 이끌어간다고 할 수 있다.  


 타인과 만날 때 우리는 먼저 그의 얼굴을 본다. 하지만 얼굴이란 수수께끼 같고 헤아리기 어렵다. 얼굴에는 그의 삶이 만들어 놓은 항상적이고 고정적인 것이 있지만, 그와 동시에 변화무쌍한 상황들에서 “순간적 기분, 충동”이 끊임없이 달라지는 표정으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얼굴에서 표정을 분리시킬 수 없는 한, 얼굴에는 고정적이고 항상적인 것이 변화무쌍하고 유동적인 것의 형식으로 드러나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얼굴만 보고 타인이 내게 호의적일지, 적대적일지 판단하는 건 쉽지 않다. 이 불확실함은 그와 청각적으로 소통하게 되면, 곧 말을 주고받으면 해소된다.

 그런데 오늘날 대도시를 스쳐 지나는 사람들과의 관계는 “타인을 듣는 것보다 보는 것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광대”하다. “몇 분에서 몇 시간 동안 아무 말도 나누지 않고 보기만 하는” 대중교통이나 엘리베이터를 생각해보면 쉽다. 대도시에서 사람들의 상호작용이 불확실하며 불안한 성격을 띠게 되는 이유다. 


 도시인들은 좀처럼 시선을 주고받지도 않는다. 주고받는 시선이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인격체로서 한 명의 상대를 전제한다면 여기에서 우리는 ‘한 무더기의 사람들’을 집합적으로 “바라볼” 뿐이다. 이런 지각 방식은 도심 생활에서 개인의 고립감을 강화시킨다. 덜 문명화된 사회에서 후각은, 예를 들어 배설물 냄새를 통해 사냥감의 정보를 얻는 객관적 지각으로 작용했다. 그런데, 문명사회에서 후각은 주로 유쾌함이나 불쾌함을 주는 주관적 지각으로 작용한다. 특히 많은 사람이 좁은 공간을 함께 점유해야 할 경우가 많은 대도시에서, 예를 들어 만원버스나 지하철 한가운데 붙들려 있을 때 후각은 곤혹스러운 감각이 된다. 그렇기에 후각은 불가피하게 개인을 고립시키고 사적 영역을 더 엄격히 경계 짓게 만드는 것이다. 

20세기 초 대도시 삶의 경험에 근거한 짐멜의 분석은 그 이후의 급격한 변화들을 고려해 수정되어야 한다. 같은 공간에 있는 사람들은 소리와 눈처럼 보지 않거나 듣지 않아도 되지만 후각은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냄새를 맡을 수밖에 없다. 이것은 함께 맡는 공동체가 되어 버리는 사회를 만들어 간다.


 사회현상의 결정요인 또는 설명요인으로서 심리적 요인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입장의 사회학이다. 프랑스에서 이 입장을 대표한 타르드는 모든 사회현상 중에서 사회학의 대상이 될 '순수하게 사회적인 것'을 빼내어 이것을 두 사람 사이의 심적(心的) 관계로 설명했다. 이 관계는 한 사람이 타인을 반영하는 관계, 즉 모방인 것이다. 따라서 그는 모방이 있는 곳에 사회현상이 있다고 했다. 미국의 경우 기딩스의 동류의식(consciousness of kind)에 의하여 인간의 사회적 활동을 설명하려 하였고, 쿨리(C. H. Cooley)는 사회현상은 원래 의식현상이므로 내면적으로 고찰해야 한다고 보았다. 이들 이외에도 미국에 있어서는 이 입장을 취하는 학자를 많이 볼 수 있다. 이 입장은 엄밀한 뜻으로 보면, 종합사회학이 쇠퇴한 후 차차 사라지고 그 계열은 사회현상의 심리적 측면을 중시하면서 이런 연구에 자기를 한정시키는 개별과학으로서의 사회심리학에 흡수되었다고 할 수 있다. 주6)


 


세상은 냄새 투성이다. 좋은 냄새, 악취, 사랑하는 사람이 떠난 후 그 사람의 베개에서 나는 그리운 냄새, 우리의 냄새, 다른 사람의 냄새. 베이비파우더 냄새 그리고 맛있는 스테이크와 감자 요리 냄새, 창가에서 흔들릴 때마다 심장까지 감미롭게 만드는 바질 냄새, 샤워 후 나는 라벤더 냄새, 깊은 산 속의 나무와 계곡 냄새, 아기의 살 냄새, 바닷가의 싱그럽고 때로는 비릿한 냄새, 월남 국수 냄새. 찌든 담배 냄새, 자동차 매연냄새, 헬스장의 땀 냄새, 수영장의 소독제 냄새, 장거리 비행기 안의 발 냄새, 두통까지 유발하는 레스토랑의 옆 좌석의 향수 냄새, 이런 냄새는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곳곳에 놓여 있다. 이런 냄새는 우리가 탄생시켜 왔다. 마치 문명의 선구자인 것처럼 우리는 수많은 냄새를 만들어 왔던 것이다, 마침내 우리는 다른 것을 맡고 다른 것은 우리를 맡게 되었다.


후각은 사람의 감각기관 중 가장 예민한 기관일 것이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냄새를 발산하는 대상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갓 내린 커피 향을 맡을 때, 마시고 싶은 유혹을 뿌리치기란 참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사실 혈기왕성한 시절엔 이성의 주목을 끄는 것이 남자의 능력을 측정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가 된다. 그렇기에 사춘기 때 연애 한 번 못해본 남자들은 바로 촌닭 취급당하게 되어 있다. 바로 그러한 촌닭을 영웅으로 반전시켜 ‘. 동물이 발정기가 되면 냄새를 통해 상대방을 탐지한다고 한다. 냄새는 이성을 끌어들이는 가장 자극적인 매개물인 것만은 틀림없는 것이다. 엑스 광고는 성적 욕망이란 점에서는 여타 짐승들과 별다를 바 없는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냄새로 유혹하기’ 본능에 탐침을 꽂고 있다. 주7)

결국 후각의 사회학은 개인과 개인, 개인과 집단, 집단과 집단의 후각적 균형과 중립의 묘한 경계에서 서로 이해하고 교류되어야 하는 것이다.


Olfactory Director 송인갑, 2020 


주)

1) 다음백과

2) 다음백과

3) 정진영, 앞의 책, 46 49

4) 다음백과

5) 정진영, 앞의 책, 51.

6) 다음백과

7) 김홍탁, 촌닭은 가라, 엑스(Axe), 월간디자인 2007.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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