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 속, 여인과 향기

9화. 푸른 에게해를 품은, 니코스 스컬프처

하얀색에 가까운 것에서부터 검은색을 느낄 수 있는 것까지의 색!
이 색의 이미지는 깨끗하고 상쾌하며 신선한 자연을 느끼게 하지만,
때로는 우울하고 거친 파도를 전해주기도 한다.
4,700~5,000(Å)의 파장을 가진 색으로서,
시간은 빠르게, 물체는 가볍게 만드는 특징이 있는데 우리는 이 색을 청색,
블루(blue)라고 한다.


그리스인 니코스 아포스톨로플로스νικος αποστολοπουλος는 지중해 연안의 항구도시 파트라스Patras에서 태어나 파리 소르본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였고, 1985년 남성 언더웨어로 자신의 패션 하우스를 시작한다.

니코스의 패션은 고대 그리스 조각의 완벽한 아름다움과 영원한 생명력에 영감을 얻어 만들어졌다.

하지만 고대의 유물에 지나지 않는 조각품에 생명을 불어넣고 싶은 욕망은 그의 패션 철학에 영향을 미치게 하였으며 1994년 향수 전문회사 랭커스터를 만나면서 본격화되었다.

니코스 자신과 자신이 추구하였던 고대 그리스 조각품의 아름다움을 네이밍 한 니코스 스컬프처Nikos Sculpture향수를 탄생시킨 것이다.


프레쉬 플로랄 계열의 향취를 가진 스컬프처의 탑 노트는 베르가못, 레몬의 상큼한 시트러스 향으로 지중해의 하늘과 바람, 그리고 햇빛이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로즈, 프리지어, 일랑일랑, 시클라멘, 백합, 아이리스의 미들 노트는 고대 그리스 여인이 아름다움을 한껏 표현하였다.

베이스 노트로는 바닐라, 샌들우드, 시더우드, 머스크, 벤조인, 통가빈의 적절한 배합으로 깊고 오묘한 여인의 신비스러움을 마음껏 드러내며, 여성이 새로운 감성으로 다시 태어날 순간을 영원히 간직하고자 한 것이다.


특히 1995년 코스모프로프에서 여성 향수 패키지상을 수상한 스컬프처의 용기는 기존의 병과는 달리 조화와 균형을 여지없이 무너뜨려 정상적으로 세울 수 없었다.

파괴적 미학을 지닌 이 용기는 페플로스 코레Peoplos Kore (고대 그리스의 여신의 옷을 입은 여성)의 패션과 엠포라Amphora (고대 그리스의 다용도 항아리)를 모티브로 헬레니즘적인 고대 그리스 조각상의 영원한 아름다움을 이미지화하여 여신의 신비한 매력과 고귀함의 향기를 담아내었다.


스컬프처의 스토리는 엘 그레코El Greco의 모피 목도리를 두른 여인Lady in a Fur Wrap에서 볼 수 있다.

본명은 도메니코스 테오토코플로스Doménikos Theotokópoulos로 1541년 당시 베네치아 공국의 식민지였던 크레타 섬에서 그리스인으로 태어났다.

엘 그레코란 이름은 “그리스인‘이라는 뜻으로 평생 이방인으로 살았던 그에게 조국 그리스를 그리워하는 그의 마음을 대변한 닉네임이 자연스럽게 그의 본명 대신 사용하게 된 것이다.


그림 속의 여인이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작고 아담한 입술과 진한 입 꼬리의 도발 때문이다.

그것은 다소 건방져 보이는 깊은 미소와 코 윗부분의 얼굴을 더욱 드러나 보이게 하는 놀라운 무기로 작동하고 있다. 곧 얼굴의 하부가 상부를 살려주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모피에 둘러진 마네킹과 같은 정지된 우아함이 아닌, 살아 숨 쉬는 생명력을 지닐 수 있는 것이다.

결국 나를 깨운 것은 눈이 아니라 입이었다.

조화와 균형을 깨뜨린 완벽한 미학으로서의 입.
451320@2x.jpg 엘 그레코El Greco의 모피 목도리를 두른 여인Lady in a Fur Wrap




향의 조합은 음악에서의 작곡과 화가의 그림에 자주 비유된다.

향의 골조가 되는 것은 기초제(base)로서, 그것에 의해 향의 형이 결정된다. 기초제는 일반적으로 휘발도가 낮고 보류성(향을 머금고 있는 성질)이 풍부한 향료가 사용된다.

기초제 만으로는 천연의 미묘한 향이 재현될 수 없다면, 향 전체에 조화를 가져오는 향료를 첨가해야만 한다.

이러한 향료를 조화제(blender)라고 하는데, 이렇게 해도 향이 최종적으로 정리되지 않을 때는 다른 향조의 향료를 조금 더한다.

이 경우 가해지는 향료를 변조제(modifier)라고 부른다.


이렇듯 향수는 단순히 한 가지 물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여러 가지 향료가 조합되어 있어서 그 휘발하는 속도와 시간의 흐름에 따라 향기의 미묘한 느낌이 변해간다.

이러한 향의 느낌은 조향사에 의해 결정된다.

조향사들은 시대의 조류와 유행을 만들어 가야 하기에 그들은 시대를 읽어내는 새로운 디자인과 감각이 필요한 것이다.

지금의 시대는 우리에게도 조화와 균형 그리고 파괴, 끊임없이 반복되는 새로운 지혜와 통찰을 매 순간 요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조화와 균형을 깨트린 완벽한 미학으로서의 존재가 되도록.


Olfactory Direc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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