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꿀
‘꽃은 피지만 하잘것없는 모양이다.’ 제비꿀을 설명하는 한 도감의 내용이다.
아마도 제비꿀이란 식물의 이름을 들어본 사람은 많이 없을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제비꿀은 줄기도 연약하고 꽃도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작은 탓이다. 주로 잔디밭 같은 곳에서 만날 수 있다. 꽃을 자세히 보려면 돋보기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꽃의 모양이 하잘것없다’는 의견에는 쉬이 동의하기 어렵다. 사진으로 촬영해 들여다보면 크기만 작을 뿐 완벽한 꽃의 형태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잡초라고 하는 풀들이 있다. 일단 앞에 ‘잡(雜)’이 들어가면 ‘기타 등등’의 한 부류다. 유용하지 못한 채 막자란 나무는 잡목, 농사에 도움이 되지 않는 풀은 잡초, 이런 식이다. 곤충이나 동물에게는 유해조수, 해충 등 ‘해(害)’가 붙는다. 이런 분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느냐 해가 되느냐가 기준이다.
자연에서 쓸모없는 동식물은 없다. 오랜 시간 서로 협력하여 함께 공존하는 생태계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모두가 동등한 위치에서 생태계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동식물들이, 사람의 개입으로 인해 처지가 하잘것없어졌다. 일단 잡초나 잡목, 유해조수나 해충으로 지목되면 살아가기 쉽지 않다. 그들은 박멸의 대상이 된다.
제비꿀 역시 잡초의 한 부류일 듯싶다. 무엇보다 존재 자체가 희미해 잡초라는 이름을 듣기에도 민망할지 모른다. 존재를 모르니 이렇다 저렇다 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제비꿀이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는 이유는 작기 때문이다. 키는 20cm 내외이고, 꽃의 크기는 2~3mm 정도에 불과하다. 흰색 꽃잎으로 보이는 부분은 꽃받침이다. 이런 형태는 다른 꽃에서도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제비꿀은 잔디밭이나 논 주변 띠가 자라는 곳에서 만날 수 있다. 단향과의 반기생식물로 광합성을 하지만, 일부 영양은 숙주를 통해 얻는다. 숙주가 바로 잔디와 띠다.
식물 중에는 작아서 진가를 발휘하지 못하는 종이 많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진가는 순전히 사람의 기준이다. 대표적인 식물이 ‘꽃마리’다. 꽃마리는 봄부터 여름까지 사람 사는 곳 주변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는 식물이다. 조그만 화단이나 풀밭 등에는 여지없이 꽃마리가 모여있다. 꽃마리의 꽃을 크게 촬영해 보여주면, 모두가 아름답다고 말한다.
비슷한 꽃으로 ‘꽃받이’도 있다. 주변에는 별꽃과 벼룩나물도 있을 수 있고, 노란색 꽃을 피운 괭이밥도 함께 산다. 이들 모두는 사람들의 눈으로 볼 때 하잘것없는 식물들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들만의 우아함과 기품을 지니고 있다. 고개 한 번 숙여 살펴볼 정성이면 굳이 식물원을 찾지 않아도 될 정도다.
제비꿀은 그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예로부터 약재로 사용되어 왔다. 약재로서의 이름은 ‘하고초(夏枯草)’다. 꿀풀 대용으로 사용하며, 항염증, 항산화, 이뇨 작용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옛사람들에게만큼은 존재감 확실했던 풀인 셈이다.
이름의 유래는 열매가 꿀단지처럼 생겼고, 꽃 아래 달린 가는 잎이 날렵한 제비를 닮아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이렇게 작고 눈에 띄지 않는 꽃에도 꽃말을 붙였을까 싶지만, 놀랍게도 제비꿀의 꽃말은 ‘당신 없이는 못 살아’라고 한다. 남에게 일정 부분 기대어 살아가는 반기생식물인 탓이지 않을까 싶다. 한약명인 하고초에는 한 순박한 시골 청년의 억울함이 담긴 전설까지 전해오고 있다.
그러고 보면 작은 고추가 맵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닌가 보다. 작디작은 제비꿀의 꽃을 찍으려 숨을 참고 또 참던 기억이 새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