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재도에서 만난 겨울 하늘
세 해전 겨울, 아버지를 모시고 바람 쐬러 나섰다. 목적지는 영흥도였다. 늘 그렇듯 뭔가 작정하고 떠나는 날은 날씨가 묘했다. 눈발이 날렸고 하늘은 우중충했다. 전곡항을 지나 바다를 마주하자 변화무쌍한 하늘은 더 극적으로 변했다.
어머니께서 돌아가진 지 한 해가 지난 시점이었고, 아버지께서는 무척 외로움을 타셨다. 상실감은 아버지께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우리 모두 뭔가 위로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짧은 분위기 전환을 위해 잠시 시간을 냈다. 그리고 바다가 보고 싶었다.
바다 위의 하늘은 계속 다른 그림을 그렸다. 추웠다. 잠시 차에서 내리면 칼바람이 얼굴을 스쳤다. 운전하며 계속 왼쪽으로 펼쳐진 하늘로 눈을 돌렸다.
검은 하늘이 어느 순간 열리고 빛이 쏟아져 내렸다. 차를 세우고 카메라를 챙겨 내렸다. 아버지께 양해를 구하고 바다 쪽으로 향했다. 빛을 이기지 못한 구름에 구멍이 뚫렸다. 수평선 위로 빛이 쏟아져 내렸다.
위로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방법으로 오는 경우가 많다. 시린 마음만큼이나 차가운 겨울 공기가 위로가 되어 주기도 하고, 먹구름 속 햇살이 위안이 되기도 한다.
다시 겨울이 왔다. 공기는 여전히 차갑고 분위기는 을씨년스럽다. 어쩌면 올겨울은 더 추울지도 모르겠다. 보호막 하나를 걷어내고 대신 자유를 얻게 되기 때문이다. 계획이라는 것을 딱히 믿지 않기에, 뭔가 준비하고는 있지만 그대로 될 거란 믿음은 없다. 하지만 그마저 하지 않으면 너무 헛헛하지 않을까 싶어 계속 잡고는 있다.
어느 순간 먹구름을 뚫고 환한 햇살이 내려오겠지만, 뭐 알겠는가? 그 햇살이 반드시 내게 비취리란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래도 햇살을 본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적어도 세상이 따뜻은 해졌으니 그것으로 된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목적지는 영흥도였지만, 기억은 선재도에서 멈췄다. 그저 바닷바람 쐬고 차 한 잔 마시고 오려던 계획이 엉뚱하게 흘러가 버렸다. 인생이 그런 거다. 누가 앞일을 알겠는가?
미래의 거창한 계획은 가슴에 품고, 마주치는 오늘을 더 열심히 살자. 그러다 보면 따뜻한 겨울을 보내는 순간도 만날 수 있으리라. 올겨울 그렇게 보내리라 마음먹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