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마음

큰괭이밥

by 이우형


야생화 사진을 열심히 촬영하러 다니던 시절이 있었다. 전국 방방곡곡까지는 아니더라도, 경기도 일대는 알뜰하게 구석구석 뒤지고 다녔었다. 물론, 가끔은 강원도로 출장을 가기도 했고, 더 가끔은 서해안이나 남해안 일대도 뒤적거렸다.

그 시절 욕심은 더 많은, 더 보기 힘든 야생화를 찾는 거였다. 그 덕분에 결과도 제법 괜찮았다. 지금도 창고에는 꺼내지 않은 야생화 사진들이 제법 많이 있다. 어쩌다 보니 책도 내고, 기고도 하는 통에 밖으로 내보낸 사진도 적지 않다.

새삼스레 어딘가 연재를 하려 하니, 창고를 뒤져 새롭게 찾던가, 아니면 골라 놓은 사진 중에 사용하지 않은 사진을 찾아야 하는데 머리가 아프다. 그렇게 찾은 야생화가 ‘큰괭이밥’이다.

큰괭이밥은 높은 산 그늘진 계곡에서 만날 수 있다. 꽃은 4~5월경에 핀다. 키는 많이 커야 20cm 정도다. 주변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는 괭이밥과는 달리 흰색의 제법 큰 꽃을 피운다. 꽃잎에 길게 뻗은 분홍색 줄이 인상적이다.

‘괭이밥’이라는 이름을 공유하는 사촌들은 우리나라에 대략 8종 정도 있다. 이 가운데 두어 종은 외국에서 들어온 원예식물이다. 주변에서 가장 흔하게 보이는 괭이밥은 노란 꽃을 피우는 ‘괭이밥’과 ‘선괭이밥’이다. 둘을 구분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줄기가 서느냐 땅을 기느냐를 보는 것이다.

괭이밥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는 식물체 특유의 신맛 때문이다. 괭이밥의 속명은 ‘옥살리스’(Oxalis)다. 이는 잎과 줄기에 옥살산을 함유하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괭이밥 잎을 빛바랜 동전에 대고 문지르면 반짝반짝 빛이 난다고 한다.

흔히 아는 ‘고양이가 속이 좋지 않을 때 뜯어먹는 풀’이란 속설도 여기서 유래한다. 이름이 괭이밥인 것도 그런 연유다. 큰괭이밥은 괭이밥 중에 크다는 이유에서 이름 붙여졌다.

예나 지금이나 꽃 피는 3월이 오면, 산에는 야생화 사진을 촬영하려는 사람들로 붐빈다. 꽃을 좋아하고 보고 싶어 하는 마음이야 어떡하겠는가마는, 사진에 욕심내면서 주객이 전도된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가령 예쁜 모델의 꽃을 찍고는 꺾어 버린다든지(남이 촬영하지 못하게), 배경이 좋지 않다며 캐서 옮겨 촬영한다든지 등등이 그런 경우다. 심지어 옷 버린다고 방석이며 돗자리를 깔고 촬영하는 사람들도 봤다. 이쯤이면 야생화들 입장에서 빌런이 따로 없다.

적어도 자연을 사진에 담는 사람이라면 자연을 존중하는 마음을 갖는 게 당연하다 할 수 있겠다. 이 존중의 마음이 사라진 것은 사진에 대한 욕심만 큰 탓이다.

요즘은 사진이 너무 쉬워졌다. 무엇보다 과거 필름 시절보다 원가가 많이 줄었다. 촬영해 보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지워버리고 다시 촬영하면 된다. 이게 편해서 그런가, 피사체도 비슷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사진의 모델이 되어주는 귀한 존재가 아니고, 카메라에 담고 나면 필요 없는 존재, 남이 촬영해서는 안 되는 내 물건 정도로 취급되는 건 아닌지 싶다. 그러니 주변에 있는 다른 식물들이야 더더욱 안중에 없을 터이다.

큰괭이밥 사진을 보면서 옛일이 떠올라 쉰 소리를 좀 늘어놓았다. 산과 들에서 만나는 꽃을 보면 신나지 않는가? 렌즈 속으로 들여다보면 아름답지 않은가? 사진가에게 피사체는 어떤 것이든 귀하고 아름다운 존재다. 오늘 보고 내일 또 보려면 아끼는 것이 당연하다.

큰괭이밥의 꽃말은 ‘빛나는 마음’이다. 빛바랜 동전을 반짝이게 만드는 능력 탓인지, 아름다운 모습 탓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이들을 보는 우리 마음도 반짝반짝 빛났으면 좋겠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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