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동덩굴
김대중 대통령을 상징하는 꽃이 있다. ‘인동초’(忍冬草)다. 김대중 대통령은 숱한 역경을 견디며 살아온 당신의 삶을 인동초에 비유했다. 자서전을 통해 자신의 호가 인동(忍冬)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사람들은 인동초를 혹독한 추위를 견디며 살아남는 풀로 알고 있다. 이름 역시 같은 의미에서 유래되었다.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고 많은 국민의 존경을 받는 대통령께서 애정하고, 스스로 표상으로 삼은 식물에 대해 딴지를 거는 게 좀 껄끄럽기는 하다. 그래도 틀림은 바로 잡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므로 잠시 실례를 해보자.
우리가 흔히 풀로 여겨 부르는 인동초는 틀린 표현이다. 인동초는 풀이 아니라 나무다. 정식명칭은 ‘인동덩굴’로 반상록 덩굴성 목본이다. 남부지방에서는 겨울에도 잎이 지지 않는 상록성 식물이지만, 추운 중북부지방에서는 잎이 떨어진 채 겨울을 난다. 반상록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잎이 떨어진 덩굴이 주변의 마른풀과 구분되지 않아 오해를 할 수도 있겠다. 혹시 궁금하다면 줄기를 잡아 보자. 주변의 마른 풀대와 달리 인동덩굴의 줄기는 여전히 탄력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여기서 드는 궁금증 하나. ‘풀과 나무의 차이는?’이다. 이 구분은 사람들 대부분 어느 정도 알고 있다. 세상 모든 일을 두부 자르듯 구분 짓기는 힘들겠지만, 일반적으로 단단한 목질(木質) 조직을 만들며 줄기가 굵어지는 ‘부피생장’을 하면 나무다. 반면 목질을 만들지 않고 부피생장도 하지 않으면 풀로 본다.
사계절이 뚜렷한 온대지방은 나무의 나이테로 구분하기도 하지만, 열대지방은 그마저도 어렵다. 나이테가 절대 기준은 아니란 의미다. 일단 외떡잎식물은 나무가 될 수 없다. 같은 의미로 우리가 나무로 부르는 ‘대나무’의 본색은 풀이다. 열대지방에서 자라는 ‘야자수’나 ‘바나나’도 풀로 분류된다.
인동덩굴은 우리 주변에서 비교적 흔하게 만날 수 있다. 주로 숲 가장자리 양지바른 곳에서 자라며, 물을 좋아한다. 그런 이유로 요즘 조성된 하천길을 따라 인동덩굴을 심어 놓는 경우가 많다.
인동덩굴의 꽃은 ‘금은화’(金銀花)로도 불린다. 흰색으로 꽃이 펴 나중에 노란색을 변하기 때문이다. 꽃의 색이 변하는 이유는 ‘혼인했느냐 하지 않았느냐의 차이’다. 처음 흰색으로 핀 꽃에 수분(受粉)이 이루어지면 노란색으로 변한다. ‘나는 결혼했습니다.’하고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알려주기 위함이다.
이외에도 인동덩굴을 부르는 이름은 아주아주 많다. 이우철 교수의 《한국 식물명의 유래》에 적혀 있는 이름만 대략 15종이 넘는다. 몇 가지 이름들을 살펴보면, 능박나무, 털인동덩굴, 우단인동, 금차고, 노사등, 노옹수, 밀보등, 원앙등 등등이다.
인동덩굴과 꽃이 비슷한 식물로는 ‘괴불나무’가 있다. 꽃의 모양이 거의 같아 혼동하기 쉽지만, 괴불나무는 덩굴이 아닌 관목(떨기나무) 또는 소교목(작은 나무)이라 식물체의 모양이 확연히 다르다.
이름이 많은 만큼 인동덩굴의 꽃말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꽃말이 ‘사랑의 인연’이다. 더불어 ‘헌신적인 사랑’과 ‘부성애’ 등도 있다. 모든 꽃말에 ‘사랑’이 담겨 있음을 알 수 있다. 차디찬 겨울을 참고 견뎌 피우는 꽃에 사랑의 징표까지 담겼으니, 인동덩굴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적지 않아 보인다.
힘들고 어렵더라도 참고 견디며, 변치 말고 오래오래 정직하게 사랑하라. 옛사람들로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인동덩굴에 대한 우리의 생각이다. 그렇게 사랑하자.
■참고서적
·《한국식물생태보감 1》, 김종원 著.
·《한국식물명의 유래》, 이우철 著.
·《한국 식물 이름의 유래》, 조민제 外 編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