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 입성기
“테헤란으로 비행 갔다가 폭설에 갇혀 사흘을 비행기 속에서 보냈어요.”
에미레이트항공 승무원으로 근무하는 후배의 말이다. 사연인즉 두바이에서 이란의 수도 테헤란은 당일 갔다가 오는 비행 일정인데, 그날따라 눈이 많이 와서 갇혔다는 것이다.
“공항인근 호텔에서 지내면 되지 비행기 속 노숙은 뭔 소리야?”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되묻자 “비자가 없어서….”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승무원들도 다른 나라로 비행할 때는 비자가 필요한데, 당일 노선이라 비자 없이 비행한 것이 화근이었다.
이란 비자는 단수라 갈 때마다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갔다가 바로 돌아오는 비행인데 그걸 누가 매번 신청하겠는가. 그러다보니 기상악화에 비행기 속 노숙이라는 웃지 못 할 상황도 벌어지게 된 것이다.
두바이에서 테헤란으로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들은 이란의 이미지였다. 그러잖아도 이란에 대한 걱정은 컸다. 여전히 서방에서 북한과 비슷한 취급을 하는 이란이었고, 여행일정을 듣는 사람마다 더 큰 걱정으로 적당히(?) 만류까지 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내심 ‘무사히 돌아올 수 있을까’하는 두려움도 생겼다.
스스로 결심해 떠난 여행이 아니라, 일로 가는 여정이었기에 멈출 수도 없었다. 더군다나 혼자도 아니지 않은가?
비행기는 깔끔했다. 출발 전 여승무원이 좌석 위 짐칸에서 햄버거빵이 가득 든 비닐봉지를 꺼내는 모습이 보였다. 두 시간 가량의 짧은 비행에 식사가 제공되었는지 기억은 없지만, 햄버거가 나오지는 않았던 것 같다. 이란항공의 여승무원은 차도르를 닮은 까만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이맘 호메이니 공항은 깔끔했다.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다른 어느 나라 공항 못지않은 현대식 공항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공항 곳곳에 보이는 LG와 삼성의 광고판은 여느 서방국가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돌이켜보니 이란에 대한 좋지 않은 선입견이 있었던 것 같다. 독재자의 나라에 북한과 비슷하게 못 살 거라는 편견이 이란을 두려워하면서도 얕보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입국수속은 쉬웠다. 그렇게 나온 공항 밖은 황무지 비슷한 허허벌판이었다. 테헤란 시내로 가는 짧은 버스길 곳곳에는 군부대의 모습이 보였다. 여전히 마음은 복잡했다. 테헤란 시내초입에 들어서면서 무너진 벽과 건물들이 나타났다. 그리고 시내로 들어가자 색 바랜 페인트를 입은 낡은 건물들이 이어졌다.
맑고 청명한 하늘이지만 어딘지 매캐한 매연 냄새가 섞여 있는 도심의 공기가 코에 닿았다. 이란에 대한 막연한 근심은 ‘딱’ 거기까지였다.
친절하고 순박한 사람들, 맛있는 음식, 투박하지만 볼거리 가득한 팔레비궁은 이란에 대한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 주었다.
여행은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여정이다. 선입견을 바꾸고 두려움을 즐거움으로 바꾼다. 한때 중동의 파리로 불렸고, 고대 페르시아의 영광을 간직하고 있는 이란에 대한 선입견은 경험이 아닌 미디어에 의한 오류다.
여행은 편견을 깨트리기 위한 여정이다. 인류학자 마빈 해리스는 ‘문화에는 우열이 없다’고 강조했다. 문화를 미개와 선진이라는 양분법으로 나누는 것은, 물질적으로 조금 더 부유한 자들의 근거 없는 자부심 탓이다.
테헤란에서의 짧은 일정은 많은 것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그리고 적지 않은 유쾌한 일화들을 남겼다. 무엇보다 이란 사람들의 친절함은 오래도록 잊히지 않는 기억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