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 비즈니스
두바이는 두 번 방문했다. 한 번은 8일간, 또 한 번은 이틀간이었다. 첫 방문에서 넓지 않은 두바이 전역을 거의 다녀봤고, 보고 만날 수 있는 대부분을 경험한 터라 두 번째 방문은 그리 흥미롭지 않았다.
지금은 경전철이 놓여 그나마 교통에 숨통이 좀 트였지만, 첫 방문 당시 만해도 대중교통은 거의 없었고 도시 전체가 공사장과 다름없었다. 사람들은 친절과 불친절 사이 어디쯤 있었고, 고위층으로 분류되는 사람들의 비즈니스 마인드도 별로였다. 물론 이 기준은 우리가 (아마도)보편적으로 가지고 있는 글로벌 스탠다드라는 개념에서다.
아랍문화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그래서 뭔가 판단한다는 것은 주제넘은 일이 분명하다. 다만 두바이에서 겪은 몇 가지 경험이 그리 유쾌한 것은 아니다. 두바이로 출장을 갈 당시 3명의 고위 인사와 인터뷰 약속을 했다. 한 명은 두바이상공회의소 회장이었고, 다른 한 명은 두바이항만관리 책임자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다른 한 명은 두바이 미디어 시티 대표였다. 결론적으로 모두 사전 약속을 하고 방문했지만, 실제로 만난 사람은 두바이 미디어 시티 대표뿐 이었다.
두바이상공회의소 회장은 사무실에서 두 시간 가량 기다리게 하고는 결국 나오질 않았다. 대신 수단 출신의 부하직원이 나와 “자신과 인터뷰하면 된다”고 해 ‘당신을 만나러 온 게 아니다’라고 쏘아붙이고 나왔다. 항만관리책임자 역시 사무실 입구에서 한 시간, 사무실에서 또 한 시간 넘게 기다리게 하고서는 펑크를 냈다. 이유가 걸작이었다. 자신들이 ‘부산항과 자매결연을 체결한 처지라 경기도와 관계가 있는 사람들을 만나면 그쪽에서 싫어할 것’이란 게 이유였다. 난처한 표정으로 그 소식을 전한 영국인 직원은 ‘미안하다’며 대신 사과했다. 어이없는 표정으로 “그럴 거면 뭐하러 여기까지 오라고 했냐”며 쓴소리를 내뱉었다. 그의 잘못이 아니란 걸 알지만 화는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찾은 사람이 두바이 미디어 시티 대표였다. 그는 두바이 월드 트레이드 센터에서 만났다. 일단 만나 인터뷰하면서 친해지자 엄청난 친화력으로 다가왔다. 만나기가 어려워 그렇지 친해지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사람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어쨌거나 두바이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비즈니스 관례와는 다른 무엇인가 있는 듯했다. 그래서일까. 두바이에서 사업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고 한다. ‘IBM’이란 것이다. 여기서 ‘I’는 무슬림의 인사말인 ‘인샬라(in shā΄ Allāh ; 신의 뜻대로란 의미)’를, ‘B’는 ‘내일(Tomorrow)’을 의미하는 ‘부크라(Bukra)를, ‘M’은 ‘문제없다(No Problem)’는 ‘마알리쉬(ma'alish)’를 각각 뜻한다고. 이는 두바이 관료들의 행태를 비꼬는 말로, 일 진행의 불확실성을 의미한다. 서명이 끝난 계약도 인샬라 한 마디면 없던 일이 될 정도니, 말 그대로 끝나야 끝나는 것이다.
한국에서 파견 나간 한 기관 관계자는 외부에 간판을 달기 위해 현지에서 고용한 인도사람을 통해 해당 관청에 서류를 제출했는데, 계속해서 퇴짜를 맞았다고 한다. 몇 번 퇴짜를 맞은 그는 “자신이 가면 계속 퇴짜를 맞을 것 같으니, 한국인인 당신이 직접 가보는 게 어떠냐”고 했단다. 그래서 직접 찾아갔는데, 접수하던 직원이 퇴근 시간이 되자 입력하던 서류를 돌려주고는 “퇴근 시간이니 내일 다시 오라”고 했다며 고개를 저었다.
두바이에도 일종의 계급제도와 비슷한 것이 존재한다. 인도인들이 많아 자연스러워진 것인지, 아니면 아랍 자체의 계급의식 탓인지는 알 수 없다. 그리고 노동자들조차도 급여나 지위에 따라 적절히 서열이 만들어지고 있는 듯 보였다. 그나마 한국 사람들은 두바이에서 상대적으로 존중받고 있다고 한다.
낙타경기장에서 만난 낙타몰이꾼은, 현지 가이드의 설명으로는 최하층의 대접을 받는다고 했다. 우리의 차를 운전했던 파키스탄 기사가 초면인 그에게 뭔가 지시하는듯한 태도를 보여, 물어봤더니 그런 사정이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세상에서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어디나 비슷하다. 빠르게 세계화를 꿈꾸며 성장하는 중동의 도시 두바이는 구조적으로 다양한 문제가 얽혀, 그만큼 다양한 얼굴로 사람들을 맞이한다. 두바이의 성장통은 앞으로 더 오래 계속될지도 모르겠다.
어쩌다 보니 두바이의 비즈니스 관례에 불평을 늘어놓게 되었지만, 두바이 자체는 매력이 넘치는 도시임에 틀림이 없다. 특히 여행으로 떠나는 두바이는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