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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현 Apr 14. 2017

상식과 통념

생활을 지배하는 통념의 이면에 상식이 있다.

상식 – 사람들이 보통 알고 있거나 알아야 하는 지식. 일반적인 견문과 함께 이해력, 판단력, 사리 분별 따위가 포함된다.


통념 – 일반적으로 널리 통하는 개념


이처럼 상식과 통념은 의미가 다소 다르다. 하지만 우리는 생활 속에서 이 두 단어를 혼용하곤 한다. 많은 사람들이 상식이라는 단어를 다들 알고 있는 일반적인 지식, 즉 통념의 의미로 사용한다. 두 단어의 차이가 미묘하기는 하다. 이 글에서는 상식과 통념을 구분해 사용하고자 한다. 상식이라는 단어를 통념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어떤 현상이나 개념의 이면의 본질에 가까운 것이라는 의미로 사용하려 한다. 즉,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진 것을 통념이라고 칭하고. 상식은 그 통념의 속을 이론과 연구로 톺아보아야 발견할 수 있는 의미로 사용하고자 한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우리가 통념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부모 자식 간의 사랑은 이렇다.

‘조건 없는 사랑 - 모든 부모는 아이를 사랑하기 마련이다.’

대부분의 부모가 아이를 낳으면 그 아이가 어떻든 간에 사랑으로 보듬어 키워낸다는 것이 이 사회의 일반적인 생각이다. 하지만 아이를 낳은 엄마의 85%가 우울감을 느끼고 10~20%는 우울증에 빠져 아이를 사랑할 여력을 갖지 못한다. 육아라는 것이 쉽지 않으니 어찌 보면 당영한 현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의 이러한 통념 때문에 10~20%의 엄마들은 아이를 사랑하는데 ‘실패’한 자신을 자책하곤 한다. 아이들이 조금 커도 현실은 통념과 다르게 흘러간다. 적지 않은 수의 부모들이 자녀가 공부를 시작하면서 그들의 성과를 사랑하기 시작한다. 자녀의 앞날을 위해서라는 이유로 말이다. 성취가 뛰어나야 더 큰 사랑을 받는 아이들, 그야말로 조건 있는 사랑이다. 


‘조건 없는 사랑이 가능하기는 해?’라는 반문이 있을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가 사회적으로 공유하는 통념의 반대 상황에서 조건 없는 사랑을 찾아낼 수 있다. 심리학자들은 부모가 아닌 자녀 측에서 조건 없는 사랑을 준다고 이야기한다. 특히 취학 전의 아이들이 부모를 대할 때 그렇다. 어린아이들은 부모를 무조건적으로 사랑한다. 그들에게 세상의 전부인 부모는 오롯한 사랑의 대상이다. 부모의 능력, 외모, 성격, 그 어떠한 조건도 보지 않고 무조건 부모를 사랑한다. ‘조건 없는 사랑 – 모든 아이는 부모를 무조건적으로 사랑한다.’라고 하는 것이 더 상식에 가까울 것이다.


이런 상식과 통념의 혼재는 우리 삶 곳곳에 스며있다. 그리고 회사의 경영에서도 통념은 막강한 힘을 발휘한다. 통념은 조직의 문화와 효율을 결정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조직을 지배하는 몇 가지 통념을 살펴보자.



인센티브는 동기부여에 좋다.

자본주의를 꽃피게 한 최고의 발명품이라 불리는 인센티브. 인센티브가 직원들의 동기 부여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통념이다. 하지만 사실상 인센티브가 직원들의 동기를 향상시키는데 별 효과가 없고 심지어는 동기를 빼앗는 부작용을 일으키기도 한다는 연구가 많다. 물론 인센티브에 반응해 좋은 업무 효율을 보여주는 직원도 있다. 하지만 연구를 통해 밝혀진 바에 따르면 인센티브를 받아 업무 능력이 향상된 수 보다 실적이 나빠진 경우가 더 많다고 한다. 이는 직원들이 기존에 갖고 있던 내재적 동기가 외적 동기로 대체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즉, 스스로 일을 하기보다는 외적 자극에 반응해 일을 해 나가게 되기 때문이다. 널리 알려진 TED 동영상 ‘The puzzle of motivation’에서 Daniel Pink는 인센티브가 오히려 동기를 훼손하는 요인이라 확신한다. 나아가 그는 돈으로 직원의 행동을 유발하기보다는 방향성과 비전 제시를 통해 직원들로 하여금 내적 동기(Intrinsic motivation)를 계발할 수 있도록 한다고 주장한다. [1]



근무 시간이 길 수록 일하는 양도 늘어난다.

지난 글[2]에서 언급한 바 있듯이 직원이 발휘할 수 있는 최상의 퍼포먼스는 시간에 비례하지 않는다. 많은 회사들이 직원들의 초과 근무를 자제시키면서도 야근을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생각하고 방치하는 데에는 시간이 길면 일하는 양도 많아질 것이라는 잘못된 통념 때문이다. 하지만 Yerkes-Dodson 법칙에서도 볼 수 있듯이 근무 강도가 적정 수준을 넘어 이어지면 업무의 효율은 급속히 감소한다. 특히 지식근로자의 경우 그런 경향이 더 심하다고 하니 조직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직원들의 근무 강도가 적정 수준을 유지하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동일 직종의 리더가 더 나은 성과를 보인다.

일반적으로 특정 직군의 부서의 리더로는 같은 직군 출신의 ‘전문가’를 배치한다. 디자인 팀에는 디자이너가, 개발 팀에는 개발자가, 기획 팀에는 기획자가 리더를 맡는 것이 일반적이다. 같은 나와바리에서 성장한 사람이 당연히 일도 잘할 것이라는 통념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IBM에서는 조직의 성과와 직원 만족도를 토대로 리더의 능력에 대한 통계를 도출한 적이 있었다. 그들은 동일 직군의 리더가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오는지도 조사했다. 직군별 차이가 있으리라는 예상과는 달리 결론 '차이가 없다'였다. 즉, 동일 직군의 리더와 다른 직군의 리더가 팀을 이끌 때 성과나 만족도 평가 측면에서 차이가 없었다. 어느 직군 출신의 리더가 자리에 앉더라도 성과와 만족도는 그 리더의 ‘리딩 능력’에 따라 좌우되는 것이지 ‘출신 직군’은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같은 직군의 리더가 팀을 이끄는 것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믿고 있다. 리딩 능력이 리더의 평가 척도가 된다는 상식보다는 같은 나와바리의 사람이 리더가 되어야 한다는 통념을 굳게 믿는 것이다.



자기가 맡은 일의 목적을 의심하지 말아라.

대한민국의 기업의 조직은 전체주의 성향을 띄는 곳이 많다. 얼마 전 유시민 작가는 TV에서 이러한 조직 내의 전체주의 성향을 ‘미시 파시즘’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러한 미시 파시즘은 사회 곳곳 스며있어 우리나라 기업에서는 그 예외를 찾기가 어려울 정도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상명하달식의 업무 프로세스가 익숙하다. 반대로 이걸 ‘왜’하는지 ‘어떻게’할 것인지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은 불편한 시선을 감내해야 한다. 이러한 불편함의 원인은 무엇일까? 자신의 권위가 다른 이로부터 도전받는다는 생각에 민감하게 반응한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생각해야 하는 불편함’과 ‘여러 사람의 의견을 조율하는 것에 대한 불편함’을 조직의 구성원들이 버티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이유를 떠나 '생각하지 않음'은 조직의 역량을 심각히 악화시킨다. 단순히 악화 정도가 아니다. 일하는 이유를 늘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생각지 못하게 하는 것은 조직이 방향성을 잃고 표류하게 만드는 행위다. 하지만 현실은 일의 방향을 생각하기보다는 조직의 명령에 따라 주어진 일을 일사불란하게 처리하는 것이 미덕처럼 여겨진다. 생각과 의심은 백신과도 같다. 이를 제거하는 것은 다양한 변수로 인한 혼란과 실패에 내성이 없는 조직을 만들 뿐이다.



조직 운영에 규율은 꼭 필요하다.

예전 몸담았던 회사 중에는 청바지나 반바지를 입을 수 없는 곳도 있었다. 출퇴근 시간과 야근 시간을 꼼꼼히 챙기고 지적하거나 강요하는 팀장을 만나기도 했다. 내용보다는 보고서의 모양과 포맷, 단어 선택에 집착하는 리더를 만나서 피곤했던 적도 있었다. 회사 혹은 리더가 ‘직장인이라면 모름지기 이래야지’라는 생각이 규율을 만든다. 오늘날 많은 회사가 자유로운 사고와 창의성을 갖춘 인재 양성을 부르짖으면서 직원들을 크고 작은 규율로 가둔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피터 드러커는 회사에서 업무 시스템이라는 이름으로 존재하는 대부분이 사실은 직원들의 행동을 제한하고 방해하는 것들이 많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극단적 이야기이긴 하지만 그 취지는 공감한다. 우리가 직원들에게 제시하는 규율이라는 것이 직원들의 효율적인 업무나 창의성 발현에는 별다른 영향도 미치지 않는 것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규율을 강조하는 것은 회사를 운영하는 경영자 입장에서 일사불란하게 규율을 따르는 것을 보는 것에서 안도감을 얻기 때문이다. 사실 규율로써 직원들을 '정돈'하는 것이 조직 성과 향상에 필요하다는 것은 통념, 아니 미신에 가깝다. 대신 자율성을 보장하고 대신 직원들에게 방향성과 최소한의 규칙만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렇듯 통념에 기반한 경영은 회사 내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위에서 든 예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아무런 불편함 없이 받아들여지고 있는 통념들이 우리 삶 곳곳에 있다. 이를 인지하고 상식으로 대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 우선 상식에 가까운 것이 어떠한 것인지를 알아야 한다. 어떠한 위치에서 조직을 구성하는 사람이든지 간에 상식과 통념을 구분 짓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선형적 사고와 시각으로 문제에 대해서 통찰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공부다. 통념의 이면을 들여다보려면 주위에 흐르는 이야기들을 의심해봐야 한다. 주위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이야기들은 통념을 강화시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흐르는 이야기가 아닌 문제에 대해서 고민한 사람들의 통찰을 빌려와야 한다. 많은 책들과 이론을 접하고 보고 자신의 통념을 상식로 갱신해야 한다.


      

[1] https://www.ted.com/talks/dan_pink_on_motivation?language=ko

[2] https://brunch.co.kr/@woohyun/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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