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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우진 Oct 09. 2017

일본에서 만난
인상적인 자동차들

요코하마, 가마쿠라, 키치죠지의 길에서 만났다

추석 연휴 동안 일본에 다녀왔다. 요코하마부터 가마쿠라, 에노시마, 키치조지와 시부야를 돌고 왔는데 쉬기도 하고 구경도 하고 공부도 했다. 일단 그 동네를 돌아다니다가 마주친 자동차들. 거창한 얘기는 아니고, 그저 일본의 골목길이나 대로에서 자동차들을 마주칠 때가 즐거워서. 그렇다고 내가 자동차를 전문적으로 아는 건 아니지만, 나름 [모터트렌드] 매거진에 2년 동안 카오디오에 대한 칼럼을 연재하면서 웬만한 차들을 타볼 수 있었는데 그때 차를 정말 좋아한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여행 중에 혹은 서울이나 다른 지역의 거리에서 재밌는 차를 만나면 일단 반갑다.

여담으로, 내가 타는 건 골프 컨버터블인데 이 차를 탄 게 올해로 딱 3년이다. 이 녀석을 몰 때마다 앞으로 10년은 더 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만큼 이 차가 좋다. 탈 때마다 다른 기분. 그래서인지 3년 동안 7만 킬로를 달렸다. 배에 차를 싣고 제주에도 다녀왔으니. ㅎㅎ 

일본에서 만난 자동차들은 그저 예뻐서가 아니라, 운전자가 차를 사랑하는 마음이랄까 그런 게 느껴져서 좋았다. 사실 자동차는 소모품이자 장식품이자 취향이다. 취향이란 라이프스타일과 아이덴티티를 드러내는 소품이기도 하다. 잘 관리된 차를 만나면 그런 걸 배우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다. 또한 이런 생각도 든다. 나중에 볼품없이 늙었을 때에도, 작고 뚜껑 열리는 차를 타야지.


| 요코하마 거리에서 마주친 다이하츠 구형 코펜

차를 보고는 한 눈에 엄청 관리를 받고 돈도 들였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반짝이는 외관도 외관이지만 일단 휠부터 시선을 끌었다. 차를 구경하다가 문득 근처 가게에서 나오는 백발의 할아버지를 보고 혹시 이 차의 드라이버라면 정말 멋있겠다고 생각했다. 백발에 체크 셔츠와 청바지를 입었는데, 키가 커서인지 배우처럼 근사한 분위기였다. 그렇게 생각하자마자 그 할아버지가 이 차에 타서 시동을 켜는 걸 보고는 감동받았다. 나는 노인들이 중후한 세단을 타는 것보다 실용적이지만 임팩트가 있는 차를 타는 게 근사하다. 키도 작고 배도 나오고 볼품없겠지만, 나도 그런 노인이 되고 싶다. 그리고 코펜은 구형 모델이 더 예쁘다. 이 녀석은 세계 유일의 경차 하드탑 컨버터블이다.


| 가마쿠라 주택가 개인차고에 세워둔 폭스바겐 구형 비틀 

반짝이는 것만 봐도 관리가 엄청 잘 된 인상이다. 일본에서 구형 비틀을 자주 봤다. 그러나 주황색은 이 녀석이 유일했다. 대체로 붉은색, 아니면 검은색이었다. 주황색 비틀이라니, 이걸 매일 혹은 며칠에 한 번은 쓰다듬으면서 물로 닦고 광을 내는 생각을 하면 참 아름답다. 물론 편의 장치도 없고 운전하기에도 불편하겠지만, 21세기에 우리는 어쩌면  '불편함'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해야하는 게 아닐까, 싶다. 

| 가마쿠라 공영주차장에서 마주친 피아트 500 

산책하다가 눈에 띄었는데, 처음엔 지나쳤다가 도저히 살펴보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아서 오던 길을 돌아가 사진을 찍었다. 데칼과 휠이 다 예쁜데, 실내에도 꽤 공을 들였더라. 이런 작은 부분에서 차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 디테일링에는 돈도 많이 들고 그래서 그만큼 과시적인 부분도 크지만, 사실은 대부분 자기 만족이다. 아주 사소한 부분들을 바꿔놓고는 자기가 제일 먼저 만족해버리는 것이다.

| 키치죠지 골목길에서 만난 닛산 마치 룸바 에디션

꽤 귀한 모델이다. 일반 마치보다 모던하면서도 귀여운 디자인인데 80년대에 나온 모델로 알고 있다. 데일리카로 쓰는 차일텐데, 실용적이지만 스타일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주인이 아닐까, 생각했다. 혹은 그저 아는 사람에게 싸게 구입했거나 혹은 큰아버지의 자동차를 물려받거나 하는 식으로, 어떤 사연이 있을지도 모르겠지. 닛산 마치는 80년대 애니메이션에도 자주 등장하던 모델이기도 하다.  

| 이노카시라 공원 앞에서 발견한 피아트 바르게타

레어템. ㅎㅎ 사실 일본 특히 도쿄에는 고급 컨버터블이 많이 돌아다니는데 이 녀석은 실물로는 나도 처음 봤다. 피아트가 컨버터블을 만들었다는 사실도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 '바르게타'란 말이 '컨버터블'이란 뜻이기도 하다. 한국의 중고 매물로, 그러나 완전 폐차 직전의 모델로 나온 걸 본 적은 있다. 그게 98년 식이었는데, 이 차도 그 정도는 되지 않았을까 싶다. 매끈한 유선형의 외관과 상쾌한 주황색이 발랄한 인상을 준다. 그야말로 20세기의 향수를 자극하는 듯한 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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