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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우진 Oct 11. 2017

도쿄에서 만난
레코드샵과 카세트테이프들

어쩌다보니 음반 쇼핑

추석에 도쿄에 다녀왔다. 요코하마-가마쿠라-에노시마-키치죠지-시부야를 8일 동안 돌고 왔는데, 가장 인상적이던 건 요코하마. 이에 대해선 나중에 따로 올리도록 하고, 키치죠지와 시부야에서 중고 음반점을 좀 돌았다. 애초에 소소하게 음반 몇 장만 사야겠다는 마음으로 찾은 들이라 시간과 공을 들여 디깅을 하진 않았다. 그래도 운좋게 괜찮은 앨범들을 딱 하고 발견해서 기뻤다.

일본 여행을 함께한 워크맨 WM-EX1

CDP가 아니라 워크맨을 들고 갔다. 이 녀석은 워크맨 15주년 기념 모델로 나온 녀석. 1994년 모델이고 전무후무하게 카세트테이프를 카트리지처럼 세로로 끼워넣는 방식. 그 당시 내가 막 스물이 되어 대학에 입학했는데 친구가 이걸 사서 자랑하던 기억이 있다. 너무 갖고 싶었는데 가난한 기숙사생에게는 너무나 비싸서... ㅠㅠ 당시 나는 고등학교 때 쓰던 아이와 워크맨을 갖고 있었는데 괜히 구형이라는 생각에 쳐다도 보지 않던 때. 지금은 그 아이와 모델을 어떻게든 구해보고 싶다. (가격이 엄청 올랐더라고...)


암튼, 이 녀석을 들고 일본 여행을 다녀왔다.


키치죠지의 중고 레코드샵 RARE


중고 음반점에 가면 뜻밖의 물건들을 만나게 된다. 근데 생각해보면, 뭐 중고샵을 찾는 이유에 그거 말고 뭐가 또 있을까 싶다. 우연하게 만나면 기분이 좋고 아니어도 상관없고.

| 키치죠지 역 근처에 있는 중고 레코드샵 [RARE]

꽤 오래된 가게. 10년은 넘었을 거다. 키치죠지 외에 다른 곳에도 지점이 있다고 들었다. 아무튼 이름만 알고 있던 가게였는데 지나다가 딱 만나서 30분만 둘러보려고 들어갔는데 LP, CD엔 애초에 관심이 없어서 카세트테이프만 봤다. 그리 많지 않았지만 일본어로 쓰인 것들은 검색을 하느라 시간이 좀 걸렸다. 하지만 결국 구입한 건 이 두 개.  

| 모리구치 히로코 [이터널 송즈 II] : 건담F91 주제곡인 "이터널 원드" 수록. (1992)
| 윙크 [트윈 메모리즈] : 원 나잇 인 헤븐, 스페셜 투 미 수록. (1989)


모리구치 히로코는 건담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름 정도는 익숙할 듯. [Z건담]의 엔딩송과 [건담 F-91]의 주제곡을 불렀는데 F-91의 "이터널 윈드"가 오리콘에 진입하면서 아직도 인기를 누리고 있다. 최근에는 [원펀맨]의 엔딩곡을 불렀음. 암튼, 다른 곡들도 다 좋아서 간만에 추억에 빠짐....ㅋㅋ

그리고 윙크는 뭐, 말이 필요없을 일본 아이돌. 심심하고 무심하고 처량맞은 이들의 노래를 좋아하는데 마침 테이프가 있어서 주저없이 사버렸다. 모든 앨범은 mp3로 갖고 있음....

모리구치 히로코 - ETERNAL WIND (1992)


시부야의 HMV 레코드샵

HMV와 타워레코드가 파산신청을 해서 지구상에서 사라졌어도 일본에는 남아 있다. :D

그 중 타워레코드는 여전히 빌딩을 통채로 쓰면서 건재한데 HMV는 규모가 점점 작아지는 중. 차이라면, 타워레코드는 아이돌을 취급하고, HMV는 록 음반을 주로 다룬다는 것? 아무튼, 타워레코드에는 카세트테이프가 없어서 HMV에 갔다.

이런 식으로 매장 가운데에 조그맣게 카세트테이프 부스가 있음. 여기서는 3개를 샀다.

| 10,000 매니악스 [the wishing chair]  (1985)
| 모리씨 [viva hate] (1988)

| 재패니즈 브렉퍼스트 [Soft sound from anpther planet] (2017)


10,000 매니악스는 '나탈리 머천트'가 보컬로 있던 밴드. 그녀의 초기 보컬톤을 좋아하는데 마침 있어서 집어들었다. HMV에는 나름 명반들이 테이프로 쌓여 있었는데 (예를 들어 커트 코베인의 홈레코딩 테이프라든가....) 웬만한 것들은 집에 다 CD로 갖고 있는 것들이라 쳐다보지도 않았다. 추억용으로 사는 건데 뭘 그리 돈들이고 힘들이나 싶어서. (가격들이 대략 2~3만원 대) 하지만 모리씨는 왠지 카세트로 들으면 더 좋을 것 같아서 샀다. 재패니즈 브렉퍼스트는 올해 주목받는 인디 밴드. 한국계 미국인 미셸 자우너의 밴드로 네이버나 멜론에도 음원이 있다. 국내보다 싸서 구입함.


시부야의 중고 레코드샵 [레코판]

시부야 레코판은 BEAM 건물 4층에 있다.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는데 시부야 외에 몇 군데 지점이 있다. 주로 LP를 다루지만 CD도 많아서 훑어보기 좋다. 가격도 정직하고 상태도 좋음. 여기선 2시간 정도 머물렀는데 역시나 시간이 모자라다. 적어도 4시간은 있어야 뭔가를 찾을 수 있을 듯. 그래서 후딱 타케우치 마리야와 야마시타 타츠로 앨범만 담아왔다. 안그래도 올해 일본 퓨전의 40주년이라고, 소니 뮤직에서 엄청 프로모션을 하고 있기도 하고 몇 년 전부터 일본 씨티팝이 다시 유행하고 있어서 찾아봤는데 웬만한 앨범들이 다 있었다. 그리고 뭔가 추억과 관련된 앨범을 기념 삼아 사고 싶었는데, 딱 눈 앞에 자드 앨범들이 있어서 94년에 발매된 [Oh my love]를 샀다. 이때 내가 딱 대학에 입학했던 해.

| 자드 [oh my love] (1994)

: 내게 제이팝의 '오리진'이라는 것은 자드와 아무로 나미에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자드 쪽에 좀 더 청춘을 빌린 기분이 있다. 자드의 94년 발매반. 이거는 내가 스무살 때라서 기념으로 샀다.

| 타케구치 마리야 [re-collection 3] (1997)
| 타케구치 마리야 [expressions] (2008)
| 타케구치 마리야 [winter lovers] (1998)
: 올 여름 내내 들었던 타케구치 마리야 앨범들을 뒤졌더니 이런 게 나왔다. 어차피 바이닐 아니면 별 의미가 없을 거라서 씨디로 사버림.

| 야마시타 타츠로 [opus] (2012)
| 야마시타 타츠로 [온 더 스트리트 코너 3]
| 야마시타 타츠로 [크리스마스 이브]
| 야마시타 타츠로 [rarities]
: 마리야 여사님과 세트로. ㅋㅋ opus 가 3장짜리 베스트 앨범이라서 그거 먼저 사고, 거기서 빠진 것들로 다른 앨범들을 채웠다. (빅웨이브나 뭐 그런 거는 다 뺐음... 나중에 기회되면 또 구하겠지-)


시부야의 츠타야 서점


다이칸야마 츠타야에는 가봤는데 시부야 츠타야는 처음. 둘이 컨셉이 달랐다. 나는 다이칸야마가 좋음. 시부야 츠타야는 1층부터 4층까지는 cd, dvd 등의 렌탈샵과 판매점이고, 서점은 5층과 6층 뿐이다.

| 야마시타 타츠로 [Come Along 1] (1980)
| 야마시타 타츠로 [Come Along 2] (1984)
| 야마시타 타츠로 [Come Along 3] (2017)
: 소니에서는 올해 J-fusion 40주년이라고, 야마시타 타츠로, 카시오페이아 등의 AOR 앨범들을 재발매하는 중. 뭐가 되게 많았는데 마침 컴얼롱 시리즈가 새로 나와서 담아옴. 이 녀석은 중고 LP로 듣는 게 딱 좋겠지만, 어차피 턴테이블 없어서 상관없음. :D 특이하게 라디오 디제이가 야마시타 타츠로 특집이라 그의 음악을 쭉 소개하는 컨셉이다. 들으면 기분이 좋아짐.


시부야 타워레코드

시부야의 타워레코드는 아직도 상징적이다. 나는 이 노란색을 보면 여전히 강남역 앞에 있던 타워레코드가 생각남... ㅎㅎㅎㅎ


여기서는 음반을 안 사고 구경만 했는데 이상한 물건을 하나 봐서 사버렸다. 블루투스 포터블 CD 플레이어.... 대체로 블루투스 지원하는 CDP는 블루투스 스피커를 지원한다는 얘기인데, 이 녀석은 CDP 자체에서 블루투스를 지원해서 CD를 블투 스피커나 헤드폰으로 들을 수 있다. 물론 일반 CDP로도 사용 가능함.

사실 휴대용 CDP 주제에 블루투스를 지원한다는 컨셉은 일본이니까 가능한 게 아닐까. 하이엔드 앰프에나 잇는 기능을 포터블 씨디피에 억지로 이식한 인상인데, 씨디가 사라지는 세계에서 버둥대는 느낌이랄까. ㅎㅎ


혹시나 해서 찾아보니 한국엔 판매처가 전무하고 세계적으로도 아마존 재팬이나 타워레코드 등 일본 내에서만 판매하는 것 같았다. 그게 너무 귀엽고 짠하고 기특해서 일단 사버렸다.... (응?)


아이온이라는 회사는 이거말고도 카세트테이프 플레이어에 usb를 적용해 mp3로 변환하는 제품이라거나, 턴테이블에 블루투스를 적용한 제품 같은 것들을 내놓는데, 히스토리를 좀 더 찾아보면 재밋겟단 생각이 들 정도로 흥미로운 인상.


암튼 집에 돌아와 이걸 소니 블루투스 스피커에 연결하려는데 잘 안되서 샤오미 블투 스피커에 연결했더니 잘 나온다. 음질 따지지 말고 그냥 휴대성? 무선? 재미? 같은 거에 만족함. 가격은 5천엔.


결론은, 집에 씨디는 잇는데 오디오 시스템이 없으면 갖고 잇을 만 함. 그게 아니라면 전혀 고려 대상 아님. 갖고 다니기엔 좀 큰데, 블투 이어폰/헤드폰에 연결할 거면 나름 괜찮을지도... 음질은 무난하게 중상. 코비인가... 뭐 그런 cdp 보단 낫다. :)

테스트 영상. BGM은 야마시타 타츠로의 "someday" (COME ALONG 2수록버전)

장점

1) 스피커/헤드폰의 선이 필요없는 블루투스 포터블 cdp
2) 안티쇼크 60초
3) AA건전지(2개) 지원.
4) usb 전원으로 작동.


단점
1) 재생이 끝나면 연결이 곧 끊긴다. (그런데 이건 스피커에 따라 달라지는 듯. 다른 스피커로 테스트 못해봄)
2) 모든 블루투스 환경에 적합한 건 아닌 듯. 스피커를 가린다. (예: 소니 SRS-X5에는 연결이 안됨. 이유는 모름ㅠㅠ)
3) 크다.
4) 버튼이 좀 뻑뻑함.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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