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보니 음반 쇼핑
추석에 도쿄에 다녀왔다. 요코하마-가마쿠라-에노시마-키치죠지-시부야를 8일 동안 돌고 왔는데, 가장 인상적이던 건 요코하마. 이에 대해선 나중에 따로 올리도록 하고, 키치죠지와 시부야에서 중고 음반점을 좀 돌았다. 애초에 소소하게 음반 몇 장만 사야겠다는 마음으로 찾은 들이라 시간과 공을 들여 디깅을 하진 않았다. 그래도 운좋게 괜찮은 앨범들을 딱 하고 발견해서 기뻤다.
CDP가 아니라 워크맨을 들고 갔다. 이 녀석은 워크맨 15주년 기념 모델로 나온 녀석. 1994년 모델이고 전무후무하게 카세트테이프를 카트리지처럼 세로로 끼워넣는 방식. 그 당시 내가 막 스물이 되어 대학에 입학했는데 친구가 이걸 사서 자랑하던 기억이 있다. 너무 갖고 싶었는데 가난한 기숙사생에게는 너무나 비싸서... ㅠㅠ 당시 나는 고등학교 때 쓰던 아이와 워크맨을 갖고 있었는데 괜히 구형이라는 생각에 쳐다도 보지 않던 때. 지금은 그 아이와 모델을 어떻게든 구해보고 싶다. (가격이 엄청 올랐더라고...)
암튼, 이 녀석을 들고 일본 여행을 다녀왔다.
중고 음반점에 가면 뜻밖의 물건들을 만나게 된다. 근데 생각해보면, 뭐 중고샵을 찾는 이유에 그거 말고 뭐가 또 있을까 싶다. 우연하게 만나면 기분이 좋고 아니어도 상관없고.
| 키치죠지 역 근처에 있는 중고 레코드샵 [RARE]
꽤 오래된 가게. 10년은 넘었을 거다. 키치죠지 외에 다른 곳에도 지점이 있다고 들었다. 아무튼 이름만 알고 있던 가게였는데 지나다가 딱 만나서 30분만 둘러보려고 들어갔는데 LP, CD엔 애초에 관심이 없어서 카세트테이프만 봤다. 그리 많지 않았지만 일본어로 쓰인 것들은 검색을 하느라 시간이 좀 걸렸다. 하지만 결국 구입한 건 이 두 개.
| 모리구치 히로코 [이터널 송즈 II] : 건담F91 주제곡인 "이터널 원드" 수록. (1992)
| 윙크 [트윈 메모리즈] : 원 나잇 인 헤븐, 스페셜 투 미 수록. (1989)
모리구치 히로코는 건담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름 정도는 익숙할 듯. [Z건담]의 엔딩송과 [건담 F-91]의 주제곡을 불렀는데 F-91의 "이터널 윈드"가 오리콘에 진입하면서 아직도 인기를 누리고 있다. 최근에는 [원펀맨]의 엔딩곡을 불렀음. 암튼, 다른 곡들도 다 좋아서 간만에 추억에 빠짐....ㅋㅋ
그리고 윙크는 뭐, 말이 필요없을 일본 아이돌. 심심하고 무심하고 처량맞은 이들의 노래를 좋아하는데 마침 테이프가 있어서 주저없이 사버렸다. 모든 앨범은 mp3로 갖고 있음....
HMV와 타워레코드가 파산신청을 해서 지구상에서 사라졌어도 일본에는 남아 있다. :D
그 중 타워레코드는 여전히 빌딩을 통채로 쓰면서 건재한데 HMV는 규모가 점점 작아지는 중. 차이라면, 타워레코드는 아이돌을 취급하고, HMV는 록 음반을 주로 다룬다는 것? 아무튼, 타워레코드에는 카세트테이프가 없어서 HMV에 갔다.
이런 식으로 매장 가운데에 조그맣게 카세트테이프 부스가 있음. 여기서는 3개를 샀다.
| 10,000 매니악스 [the wishing chair] (1985)
| 모리씨 [viva hate] (1988)
| 재패니즈 브렉퍼스트 [Soft sound from anpther planet] (2017)
10,000 매니악스는 '나탈리 머천트'가 보컬로 있던 밴드. 그녀의 초기 보컬톤을 좋아하는데 마침 있어서 집어들었다. HMV에는 나름 명반들이 테이프로 쌓여 있었는데 (예를 들어 커트 코베인의 홈레코딩 테이프라든가....) 웬만한 것들은 집에 다 CD로 갖고 있는 것들이라 쳐다보지도 않았다. 추억용으로 사는 건데 뭘 그리 돈들이고 힘들이나 싶어서. (가격들이 대략 2~3만원 대) 하지만 모리씨는 왠지 카세트로 들으면 더 좋을 것 같아서 샀다. 재패니즈 브렉퍼스트는 올해 주목받는 인디 밴드. 한국계 미국인 미셸 자우너의 밴드로 네이버나 멜론에도 음원이 있다. 국내보다 싸서 구입함.
시부야 레코판은 BEAM 건물 4층에 있다.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는데 시부야 외에 몇 군데 지점이 있다. 주로 LP를 다루지만 CD도 많아서 훑어보기 좋다. 가격도 정직하고 상태도 좋음. 여기선 2시간 정도 머물렀는데 역시나 시간이 모자라다. 적어도 4시간은 있어야 뭔가를 찾을 수 있을 듯. 그래서 후딱 타케우치 마리야와 야마시타 타츠로 앨범만 담아왔다. 안그래도 올해 일본 퓨전의 40주년이라고, 소니 뮤직에서 엄청 프로모션을 하고 있기도 하고 몇 년 전부터 일본 씨티팝이 다시 유행하고 있어서 찾아봤는데 웬만한 앨범들이 다 있었다. 그리고 뭔가 추억과 관련된 앨범을 기념 삼아 사고 싶었는데, 딱 눈 앞에 자드 앨범들이 있어서 94년에 발매된 [Oh my love]를 샀다. 이때 내가 딱 대학에 입학했던 해.
| 자드 [oh my love] (1994)
: 내게 제이팝의 '오리진'이라는 것은 자드와 아무로 나미에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자드 쪽에 좀 더 청춘을 빌린 기분이 있다. 자드의 94년 발매반. 이거는 내가 스무살 때라서 기념으로 샀다.
| 타케구치 마리야 [re-collection 3] (1997)
| 타케구치 마리야 [expressions] (2008)
| 타케구치 마리야 [winter lovers] (1998)
: 올 여름 내내 들었던 타케구치 마리야 앨범들을 뒤졌더니 이런 게 나왔다. 어차피 바이닐 아니면 별 의미가 없을 거라서 씨디로 사버림.
| 야마시타 타츠로 [opus] (2012)
| 야마시타 타츠로 [온 더 스트리트 코너 3]
| 야마시타 타츠로 [크리스마스 이브]
| 야마시타 타츠로 [rarities]
: 마리야 여사님과 세트로. ㅋㅋ opus 가 3장짜리 베스트 앨범이라서 그거 먼저 사고, 거기서 빠진 것들로 다른 앨범들을 채웠다. (빅웨이브나 뭐 그런 거는 다 뺐음... 나중에 기회되면 또 구하겠지-)
다이칸야마 츠타야에는 가봤는데 시부야 츠타야는 처음. 둘이 컨셉이 달랐다. 나는 다이칸야마가 좋음. 시부야 츠타야는 1층부터 4층까지는 cd, dvd 등의 렌탈샵과 판매점이고, 서점은 5층과 6층 뿐이다.
| 야마시타 타츠로 [Come Along 1] (1980)
| 야마시타 타츠로 [Come Along 2] (1984)
| 야마시타 타츠로 [Come Along 3] (2017)
: 소니에서는 올해 J-fusion 40주년이라고, 야마시타 타츠로, 카시오페이아 등의 AOR 앨범들을 재발매하는 중. 뭐가 되게 많았는데 마침 컴얼롱 시리즈가 새로 나와서 담아옴. 이 녀석은 중고 LP로 듣는 게 딱 좋겠지만, 어차피 턴테이블 없어서 상관없음. :D 특이하게 라디오 디제이가 야마시타 타츠로 특집이라 그의 음악을 쭉 소개하는 컨셉이다. 들으면 기분이 좋아짐.
시부야의 타워레코드는 아직도 상징적이다. 나는 이 노란색을 보면 여전히 강남역 앞에 있던 타워레코드가 생각남... ㅎㅎㅎㅎ
여기서는 음반을 안 사고 구경만 했는데 이상한 물건을 하나 봐서 사버렸다. 블루투스 포터블 CD 플레이어.... 대체로 블루투스 지원하는 CDP는 블루투스 스피커를 지원한다는 얘기인데, 이 녀석은 CDP 자체에서 블루투스를 지원해서 CD를 블투 스피커나 헤드폰으로 들을 수 있다. 물론 일반 CDP로도 사용 가능함.
사실 휴대용 CDP 주제에 블루투스를 지원한다는 컨셉은 일본이니까 가능한 게 아닐까. 하이엔드 앰프에나 잇는 기능을 포터블 씨디피에 억지로 이식한 인상인데, 씨디가 사라지는 세계에서 버둥대는 느낌이랄까. ㅎㅎ
혹시나 해서 찾아보니 한국엔 판매처가 전무하고 세계적으로도 아마존 재팬이나 타워레코드 등 일본 내에서만 판매하는 것 같았다. 그게 너무 귀엽고 짠하고 기특해서 일단 사버렸다.... (응?)
아이온이라는 회사는 이거말고도 카세트테이프 플레이어에 usb를 적용해 mp3로 변환하는 제품이라거나, 턴테이블에 블루투스를 적용한 제품 같은 것들을 내놓는데, 히스토리를 좀 더 찾아보면 재밋겟단 생각이 들 정도로 흥미로운 인상.
암튼 집에 돌아와 이걸 소니 블루투스 스피커에 연결하려는데 잘 안되서 샤오미 블투 스피커에 연결했더니 잘 나온다. 음질 따지지 말고 그냥 휴대성? 무선? 재미? 같은 거에 만족함. 가격은 5천엔.
결론은, 집에 씨디는 잇는데 오디오 시스템이 없으면 갖고 잇을 만 함. 그게 아니라면 전혀 고려 대상 아님. 갖고 다니기엔 좀 큰데, 블투 이어폰/헤드폰에 연결할 거면 나름 괜찮을지도... 음질은 무난하게 중상. 코비인가... 뭐 그런 cdp 보단 낫다. :)
장점
1) 스피커/헤드폰의 선이 필요없는 블루투스 포터블 cdp
2) 안티쇼크 60초
3) AA건전지(2개) 지원.
4) usb 전원으로 작동.
단점
1) 재생이 끝나면 연결이 곧 끊긴다. (그런데 이건 스피커에 따라 달라지는 듯. 다른 스피커로 테스트 못해봄)
2) 모든 블루투스 환경에 적합한 건 아닌 듯. 스피커를 가린다. (예: 소니 SRS-X5에는 연결이 안됨. 이유는 모름ㅠㅠ)
3) 크다.
4) 버튼이 좀 뻑뻑함.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