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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우진 Oct 12. 2017

시부야 츠타야+토토도
-도쿄에서 만난 책들(1)

이 책들은 그야말로 사랑스럽다

추석 연휴에 도쿄에 다녀왔다. 요코하마-가마쿠라-에노시마-키치죠지-시부야를 둘러보는 일정이었는데, 그 중에 요코하마의 예술지구에도 들리고 가마쿠라에서는 전통 가옥을 개조한 게스트하우스에도 묵고 키치죠지와 시부야에선 중고 레코드점을 둘러보며 꽤 좋은 시간을 보냈는데, 사실은 애초부터 이번 도쿄 여행은 작은 서점들을 둘러보려는 계획이었다. 토토도, 유토레히토, 무인양품 무지북스, 에혼야루스반, 카모메 북스 같은 동네 책방/소규모 서점들을 미리 정리해두고 동선을 짰는데 맨 처음 들린 곳이 시부야에 있는 토토도였다.

건축/사진 전문 서점 토토도

토토도는 중고 사진책/일러스트/패션/디자인 책들을 주로 취급하는 곳이었는데 꽤 흥미로운 책들이 많았다. 특히 7~80년대에 발간된 사진집들과 일본의 라이프스타일/건축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사진집들. 일본 책들은 좀 비싸서 구입할 생각을 못했지만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얼마나 즐거웠는지 사진도 못찍음...


여러 책들 중에서 일단 눈에 띈 책을 딱 두 권 구입했다.

둘 다 사진집이다.

| 로버트 플랭크/잭 케루악 [The Americans] (랜덤하우스, 1986)
이 책은 현대 다큐멘터리 사진의 개념을 바꿨다는 평을 받는 사진가 로버트 프랭크의 출세작이다. 서문은 비트 제너레이션을 대변하던 작가들 중 하나인 잭 케루악이 썼다. 요즘의 추천사처럼 꽤 유머러스하다. ("네가 찍은 그 엘리베이터의 여자, 전화번호 좀 알려줘"란 말로 끝나는 추천사) 1986년에 출간된 이후로 지금까지 꾸준하게 재판본이 나오는 스테디셀러. 이걸 결제할 때는 최신본이 있는 줄 몰랐다..... =_= 그게 더 저렴함... 초판본이라는 거 외에는 큰 매리트 없음. 책장을 열 때마다 옛날 종이 냄새가 난다. 기관지가 걱정되지만 여기엔 뭐 불만은 없음. ㅋ


| 스테판 쇼어+린 틸먼 [the VELVET YEARS: warhol's factory 1965~67] (파빌리온북스, 1995)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뉴욕펑크 시절이 매우 짧게 불타올랐다가 완전히 사라진 기적같은 시간이라고 본다. 압도적인 것들이 대체로 그러하듯, '시작과 정점'이 동시적으로 벌어지던 불꽃의 강렬함. 그 중심에 있던 벨벳 언더그라운드와 앤디 워홀, 그리고 팩토리에 대한 다큐멘터리 사진집이다. 사진은 스테판 쇼어가, 글은 린 틸먼이 썼다. 스테판 쇼어는 워낙 유명한, 70년대를 대표하는 작가인데 이 사진들을 찍을 때에는 막 그의 천재성이 꿈틀대던 17살 무렵이었고, 그는 24살이 되는 1971년에 이 사진들로 개인전을 열었다. 린 틸먼은 소설가, 저널리스트, 평론가로 이 책이 그의 첫번째 논픽션이다.




이런 책들을 사면서 주인에게 한국에서 몇 달 전에 출간된 [도쿄 책방 탐사]란 책을 보고 찾아왔다 인사를 건냈는데, 그가 마침 도쿄에서 '아트북페어'가 열리고 있으니 가보라고 했다. 그건 생각도 못했던 것. 검색해보니 딱 일정이 겹쳐서 (한국에서는 2009년부터 유어마인드가 주최하는 '언리미티드 에디션'이 2016년부터 '언리미티드 에디션-서울아트북페어'란 이름으로 열리고 있다), 그리고 아무래도 다음 날 들리려던 작은 서점들이 다들 여기 참여할 것 같아서 다음 날 일정을 변경해버렸다.

| 독립출판물의 성지라는 오모테산도의 유토레히토는 '도쿄아트북페어'의 주최사로 당연히 클로즈드.. ㅠㅠ


그래서 일단 밥을 먹고 시부야 골목길을 돌다가 타워레코드에 들러 몇 시간을 보낸 후 츠타야에 들렀다. 다이칸야마와는 다른 컨셉의 공간이라는 건 익히 알았지만 직접 본 건 꽤 달랐다. 재미있는 경험이었는데, 마침 숙소를 잡은 유텐지에도 츠타야 렌탈샵이 있어서 프리미엄 공간과 일반 샵을 비교해볼 수 있었다. 서점으로서는 다이칸야마가 압도적이라고 보는데, 어째서 츠타야가 이렇게 무리해서 브랜딩을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음. 이에 대해선 따로 글을 쓸 생각. (예고~!)

시부야 츠타야: 6층 규모인데 1~4층은 CD/DVD 렌탈+판매 매장이고 5~6층이 서점+비스트로 컨셉이다

아무튼, 시부야의 츠타야는 6층 건물을 쓰고 있는데 지 1~2층은 만화책/게임/음반/dvd 등을 판매하고 3~4층은 cd/dvd를 렌탈하는 매장이었다. 서점은 5~6층으로 6층은 비스트로와 연계해서 식사와 커피를 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모든 층을 다 둘러봤지만 결국 5~6층에 가장 오래 머물렀고, 거기서 또 눈에 띈 책을 몇 권 샀다.


| 논 나카무라 [70' 하라주쿠] (소학관, 2015)

해외에 나갈 때마다 되도록 그 나라, 혹은 그 동네의 역사를 다룬 사진집을 사온다. (하긴 여행을 가지 않아도 이런 책들은 좋아하고, 여력이 되면 바로 구입하긴 하지만.. ㅎㅎ) 하라주쿠의 70년대 풍경은 좀 엉망진창이랄까, 아노... 이로이로 손나 간지 데스.


| 사울 레이터 [All about Saul Leiter] (세이겐샤 아트 퍼블리싱, 2017)
아마도 3~4년은 되었는데, 파고뮤직의 손관호 대표님으로부터 기대치않게 몇 권의 책을 선물 받은 적이 있다.(예고없이 택배로 받음ㅎㅎ) 그중에 사울 레이터의 사진집이 있어서 알게 되었는데 구도와 색감에 완전히 반했다. 영화 [캐롤] 촬영을 위해서 토드 헤인즈가 많이 참고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국에서도 꽤 알려졌다. 아쉽게도 한국엔 아직 그의 책이 단 한 권도 번역/수입되지 않았지만, 일본에서는 최초로 첫 회고전이 열릴만큼 꽤 유명하고 인기도 높다.




일단 이날은 토토도와 시부야 츠타야에서 4권의 책을 사고 다음 날 [도쿄 아트 페어 2017]에 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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