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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우진 Oct 13. 2017

도쿄아트북페어2017
-도쿄에서 만난 책들(2)

내년에 또 갈거다

추석 연휴에 요코하마-가마쿠라-에노시마-키치죠지-시부야를 8일 동안 돌고 왔다. 요코하마에서는 뱅크 아트 스튜디오와 도시 재생 프로젝트로 잘 알려진 코가네초를 들렀고, 키치죠지와 시부야에서는 중고 음반점을 둘러봤다.


애초에 도쿄의 작은 서점들을 둘러볼 생각이었는데 '토토도'에서 [도쿄 아트북 페어 2017]에 대한 소식을 듣고 마지막 날 일정을 그곳으로 바꿨다. 상당히 힙한 이벤트였다. 도쿄 멋쟁이들이 많았고 일러스트나 사진 관련 책들이 많았다. 엄청난 인파와 예상보다 큰 규모 덕분에 3시간 정도 둘러볼 생각을 바꿔 8시에 폐장할 때까지 대략, 6시간 정도 머물렀다.


| 시부야에서 JR과 시내버스를 타고 시나가와로 이동했다. 30분 정도. 이 행사의 메인 스폰서는 빔스(BEAMS). 도쿄바이크에서는 무료로 자전거를 대여해줬는데 타지는 못했다.


[도쿄 아트북 페어 2017]은 테라다 아트 콤플렉스 건물의 두 개 동을 썼다. B동에는 크게 '인터내셔널 섹션'과 '기획전시 섹션'이 있었고 A동에는 소규모 및 개인/아티스트들의 판매 부스가 있었다.


어쩌다보니 B동에 먼저 들렀는데 인터내셔널 섹션에는 서울, 상하이, 타이베이 같은 아시아를 비롯해 미국, 독일, 캐나다 등 여러 나라들에서 온 출판 그룹들이 있었다.

'인터내셔널' 섹션은 대체로 조용했다. 대부분 개인이 아니라 출판사들이 참여하는 곳이라서 책의 퀄리티도 좋았고 가격도 비쌌다. 인상적이었던 건, 의류 브랜드 COS의 콘셉트 북도 있었다는 점. 패션 브랜드들이 자사의 디자인이나 컨셉을 테마로 정기적으로 책을 만드는 게 최근 눈에 띄는데 COS는 처음 봤다. 엄청 두껍고 비싸서 구경만 했다.


'인터내셔널' 섹션 옆에서는 기획전시 공간이 따로 있었음. 그리고 옆 건물에서는 개인/아티스트 셀러들의 공간이 따로 있었는데, 이곳은 '인터내셔널' 섹션보다 훨씬 복잡하고 시끌벅적하고 활기가 넘쳤다.




A동에는 들어서자마자 복잡하고 시끌시끌했다. 개인 혹은 그룹으로 참여한 셀러들이 많았고, 정말 다양한 연력대의 사람들이 부스마다 서서 대화하고 있었다. 각 부스에서는 만화/일러스트 작가들의 팬 사인회도 열렸고 음악을 틀어놓는 곳도 있었다.


전반적으로 소규모 출판 그룹들이라는 인상이었고, 각자 자기들의 매력을 어필하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오래 전 ACA전이나 코믹월드에 다니던 때가 생각났는데 '언리미티드 에디션'이나 '레코드페어'의 분위기와도 비슷했다.


아무튼, 이곳에서는 한국 작가들도 꽤 마주쳤다. 입구에는 임영웅 작가의 누드 사진집 부스가 있었는데, 한국에서 살 생각으로 구매는 안했다. 그런데 정작 판매처를 못 찾겠네.... (물어나볼걸)

| 시끌벅적한 활기가 넘치던 A동


둘러보다가 몇몇 아티스트들의 명함을 받고 책을 구입했다. 책을 사지 못하는 경우엔 명함만 받았다. 그리고 인스타 팔로우. 주로 사진집들에 관심이 많은데, 특히 이런 곳에서는 '동시대의 풍경들'을 보고 싶었다. 젊은 작가들 외에 경력이나 나이가 좀 있어보이는 작가들이 보이는 게 신선했다.


한편 작년 다이칸야마 츠타야에서 구입한 [Study of Girls] 시리즈의 일러스트레이터 시라네 유탄포를 만나 인사를 나눈 게 뜻밖의 수확.

| 작년에 산 [study of girls]. 이런 스타일이다. https://www.facebook.com/yutanposhirane




그리고 이날 구입한 몇 권의 책들. 재미있는 책들인데 돈이 떨어져서(대체로 현금 결제, 드물게 페이팔/신용카드) 이 정도로 만족..... 다행이다. :D


| 토마스 소빈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지아쟈찌 프레스, 2000)
행사장에서 [유어마인드]의 이로를 몇 년 만에 만났는데, 그가 작년 웹진 아이즈에 [도쿄아트북페어2016]에 대한 칼럼을 쓰면서 소개했던 책이 올해에도 참여해서 샀다. 중국 결혼식에서 신랑신부가 담배를 나눠피우는 풍습이 담겼다. 구체적인 내용은 칼럼으로 확인하시고.... 이 책은 실제 담배갑에 담겼고, 당연히 책도 같은 사이즈로 제작되었다. 위트와 애수가 동시적으로다가, 꽤 복잡한 감정을 주는 사진집.


| 미즈타니 요시노리 [Colors] (아마나, 2014)
미즈타니 요시노리란 작가의 사진집으로, '색'을 주제로 한 사진집. 밋밋한 표지와 달리 속에는 온갖 색깔들로 가득한데, 위트도 있고 묘한 순간들도 있어서 사버렸다. 판매자가 영어를 잘 못한 덕분에, 둘이 서툰 영어로 어설픈 농담을 주고 받다가 그냥 사버렸다. (이거 정말 좋은데 좀 둘러보고 다시 와도 돼? / ㅇㅇ 둘러보고 와, 방금 온 거야? 여기 되게 넓어! / 응 이제 막 왔어. 좋은 게 많네! / 오케, 여기 정말 좋아. 그럼 나는 여기서 널 기다릴게. / 기다릴거야? / 응 진심이야. 돌아올때까지 기다릴게. 크레딧 카드기도 빌려둘게.) 진짜 마음에 든다.


| 자레드 피택 [Feeling low down: Early Years] (얼라이드 포스 프레스, 2016)
부제가 'a selection of BLUES greats BY Jared Pittack' 인데, 미국에서 온 온 몸에 문신 가득한 친구들이 팔던 책이다. 부스에는 이들이 큐레이션한 믹스테잎 카세트테이프들도 여러 개 있었는데 이 책은 카세트테이프와 책이 한 세트였다. 들어보니 출판사와 레이블(혹은 뮤지션)이 협업했다고 함. 카세트테이프에는 블루스 명곡들이, 책에는 그 곡을 만들고 부른 블루스맨들의 일러스트가 있다. 역시, 카세트가 힙하다. ㅋㅋ


| 보이드 도쿄 [Void Tokyo] 매거진 (보이드도쿄, 2017)
스트리트 매거진. 내가 구입한 건 2권으로 1권은 이미 매진. 꽤 인기가 많았다. '지금의 도쿄'를 주제로 젊은 사진작가들의 사진을 실었는데, 단지 몇 줄의 글만 있고 나머지는 모두 사진으로 채웠다. 동시대의 사진이라는 점, 그리고 유스컬쳐를 직관적으로 다룬다는 점, 무엇보다 일본어가 1페이지 밖에 없다는 점이 좋다.




이외에도 갖고 싶었던 책이 있는데... 여러 나라에서 흡연하는 10대들을 찍은 에드 템플턴의 사진집 [Teenage Smokers 2]. 작가의 홈페이지에서 사진들을 볼 수 있다. http://ed-templet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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