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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우진 Dec 16. 2017

디자인'적'으로 사고하는 것에 대해

감성, 취향, 감각, 이성, 그리고 '솔루션'

1. 취향존중... 이 말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그냥 옛날부터 별로였음. 그런데 딱히 근거도 이유도 못 찾고, 한편 내가 하는 일의 상당한 비중이 '취향'이란 영역에 머물러 있는 것 같아서 찝찝한 채로 대충 넘어갔는데, 문제는 어떤 것에 대한 기준을 '취향'에 두면 이걸 기준으로 상/하가 나뉘게 된다는데 있다. 고급/저급 취향이란 말이 성립 가능해지는 것. (보편적인 맥락에서 쓸 때는 있지만) a급, b급 같은 말도 마찬가지. 물론 나는 이 말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위와 아래, 맞고 틀린 것이 아니라 그저 다른 것에 있다고 믿는다. 이건 그저 취향의 존중이 아니라 세계관과 연관된다. 그리고 그게 일관적이어야 의미가 있고.


2. 평가는 이성과 논리에 의한 것이어야 한다. 이 생각을 오래 하고 있다. 이성과 논리는 학습과 경험에서 나오고, 학습과 경험은 세계관을 형성한다. 이걸로 밥 벌어 먹고 사는 입장에선 이 학습과 경험을 이성과 논리로 전환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감각을 다루는 영역에서는 이 전환 능력이 필수적이다.


3. 하지만 음악을 평가하는데 있어선 아무래도 이게 어렵다. 그래서 대충 '좋은 취향'이라는 말로 퉁 친다. 나도 그런 때가 많았다. 그런데 그래선 안되지 않겠냐, 라는 생각. 연말 결산이니 무슨무슨 리스트니 정리하다보니 이런 생각.


4. 디자인'적'으로 사고하기. 요즘의 내 화두 중 하나다. 보통, 디자인은 감성의 영역이고, 감성은 '취향'에 포함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디자인은 문제 해결의 방식(솔루션)이고, 솔루션은 논리적으로 설명 가능해야 한다. 기획자의 입장에서는 '설계'가 가능해야 한다. 설계는 명확한 이유가 필요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획자, 평론가, 기자 등등 내가 속한 업계의 사람들은 이 전환과정에서 다소 게으르다. 나조차 그렇다. 이걸 논리적으로 풀어내는 게 쉽지 않기도 하고, 평소에 그걸 훈련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문화 산업에 종사하는 기존 세력(나 포함!)은 이걸 훈련할 이유가 딱히 없어서 그랬기도 하다.


5. 이런 맥락에서 요즘 눈에 띄는 필자나 기획자, 회사나 개인이나 매체가 좀 있다. 즐겨보면서 긴장하는 중이다.


6. 디자인'적'으로 사고하기, 는 디자이너가 되어야 한다는 얘기가 아닐 것이다. 디자인은 예술과 산업 중간에 있다고 본다. 그래서 감각과 논리가 공존할 수밖에 없다. 이런 맥락에서 음악도 마찬가지. 혹은 요즘의 '콘텐츠'도 마찬가지. 예술적 감각이 시장에서 작동해야 하는 입장에 놓인 뭔가 등등이 모두 마찬가지일 거다.


밥 길의 <이제껏 배운 그래픽 디자인 규칙은 다 잊어라>가 많은 도움이 되더라.


7. 디자인'적'으로 사고하기란, 내가 이해하기로는, '솔루션'에 대한 이해와 설명을 하는 데에 익숙해지는 과정이다. 간결하고 임팩트 있는, 혹은 논리적으로 설명 가능한 선, 면, 색, 구도, 구성을 선택하고 납득할 수 있게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 이게 디자인이라면 글도, 영상도 마찬가지일 거다. 이걸 선택한 이유에 대한 설명이 가능해야 한다. 그리고 보통 그거는 리서치를 근거로 한다. 데이터, 논문, 저서 등. 학습과 경험의 깊이는 모두 여기에 근거한다. 훈련의 결과다.


8. 간결하게 써라, 믿을 수 있게 써라, 논리적으로 써라, 등등 이제까지 배웠던 모든 얘기도 마찬가지다. 디자인과 동떨어진 곳의 사람들이 디자인'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모임... '솔루션으로서의 콘텐츠'를 함께 고민하는 모임, 같은 걸 만들고 싶다. 혼자서는 아무래도 어렵다. 그리고 무엇보다 외롭다.



9. You Are NOT Alone. 내가 에바세대는 아니지만, 아니 에바세대 맞나...?? 아무튼. 시간이 갈수록 좋아하게 되는, <에반겔리온>이 말하고 있는 것도 결국 이런 게 아닐까.


10. 기승전에바..... (왠지 10번까지 채우고 싶었네- ㅋ)


아스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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