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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우진 May 06. 2021

#49 | 판단하기 전에 이유를 물어주세요 / 장재열

요즘 매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있어요. 정체성도, 직업도, 사는 곳과 좋아하는 커피 종류도 모두 다른 사람들과 얘기하면서 새삼 이 다양한 사람들이 가진 고민들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되는 것 같아요.

물론 고민의 실체는 달라요. 누군가는 이직 고민을 하고, 누군가는 결혼을, 누군가는 재태크를, 누군가는 삶의 방향에 대해 고민하지만 본질적으로 '어떻게 좋은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에요. 차우진님도 비슷할 지 몰라요. 장재열 작가의 편지가 이런 고민에 대한 힌트가 되면 좋겠습니다.

오늘 첫 곡은 빌리 아일리시의 신곡이에요. 매우 서정적으로 들리지만 내용은 권력에 의한 성착취, 혹은 모든 위력에 의한 폭력에 대한 곡입니다. 팝 컬쳐와 빌리 아일리시에 대해 매우 다양한 생각이 듭니다.

Billie Eilish - Your Power (4:22) | 2021


돕고 싶다면 먼저 물어봐주세요 / 장재열

2주간 잘 지내셨나요? 지난번 밤레터를 보시고 나서, 몇몇 분들이 질문을 주셨어요. “우울증을 겪고 있는 친구 곁에 있어만 줘도 된다는 말. 공감은 되는데요. 그래도 그냥 가만히 있으라는 뜻은 아닐 거 같은데, 조금 더 알려줄 수 있나요?” 라고요.

사실, 가만히 있어주시기만 해도 괜찮은데요. ‘재열씨 글에서 가만히 있어주랬어.’라고 너무 묵언수행이 되면, 꾸준히 친구 곁을 지켜주기가 힘들긴 하겠다 싶더라고요.


그래서 오늘은 ‘우울하지 않은 사람은 이해할 수 없는’ 우울한 사람의 머릿속 사고 회로, 그리고 “우리가 해주면 좋을 말 / 하지 않는 게 좋은 말”을 준비해봤어요.


전 말이죠. 길고 오랜 우울증을 겪었던 사람이니까, 우울의 감각에 익숙해요. 그러다 보니, 다시 그 아이가 찾아올 기미가 보이면 빨리 알아채고 대비를 합니다. 가장 먼저 에어팟을 귀에 꽂고요. 유튜브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나카시마 미카의 ‘僕が死のうと思ったのは(내가 죽으려고 생각한 것은)’이라는 곡을 듣지요.


그곳에 가면 댓글창에 수많은 동지들이 있습니다. 마치 한,중,일의 우울한 사람은 모두 와 있는 기분이에요. 1년에 한 번씩 온다는 분도 있고요, 이 댓글창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행복해졌으면 좋겠다고 기도해주는 사람, 누군가 죽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글을 봐주세요. 라며 응원을 전하는 사람. 모두 우울한 사람들인데, 슬픔을 토로하는 게 아니라 서로를 부둥켜안듯 함께하고 있습니다.


그 광경을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차갑디 차가운 세파에 얼어붙어버린 사람들이, 모닥불에 빙 둘러 앉아 몸을 녹이는 것 같은 느낌이 들곤 한답니다. 모두들 이곳에서만은 이해받는 기분, 나같은 사람들이 이토록 많다는 것에 작은 희망을 얻는 기분인 거지요. 저 역시 그 기분을 느끼러 찾아가는 거고요. 그럴 수 있는 이유는, 노래 가사가 가진 힘이겠지요. 잠깐 함께 볼까요?


더 읽기: https://maily.so/draft.briefing/posts/6aabd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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