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t 시절 인터뷰...

[INTERVIEW] 꺼내라! 가둬두기엔 관심사가 너무 많다

by 차우진

* 2007년에 진행한 인터뷰. 최인봉 감독님은 요즘 다른 일로 종종 만나는데, 얼굴이 너무나 앳되다.. ㅋㅋㅋ 9나도 그랬겠지... ㅠㅠ)



스카이, 캐논, KB카드 광고 감독 최인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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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종종 드라마나 영화보다 광고가 더 재미있다고 말한다. 어떤 사람들은 채널을 끊임없이 돌리며 광고만 골라서 본다. TV시청이 선택의 문제라면 광고를 선택하는 사람들은 광고만이 가지고 있는 매력에 공감하고 있는 게 아닐까. 그런 점에서 최근 가장 흥미로운 광고라면 단연, 보아와 비가 등장하는 시리즈 카드 광고일 것이다. 사운드와 임팩트, 그리고 카피까지 모두 인상적이었던 이 광고를 만든 사람은 누구일까. 옐로우필름 사무실에서 최인봉 감독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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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이 최근 광고들 중에서 KB카드 광고가 가장 임팩트하다고 한다. 감각적이고 과감한 느낌의 광고라고 생각하는데 이 광고를 찍을 때 모티브는 어디서 찾은 건가.

최인봉: 광고는 짧은 시간에 뭔가 말해야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심플한 메시지를 좋아한다. 단순한 내용일수록 강렬한 게 광고다. 그런데 광고주는 더 많은 얘기를 하고 싶어 하니까 이 간격을 잘 줄이는 게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하나만 전달하는 광고가 좋은 광고라고 생각한다. 극명한 메시지를 꾸준히 끌고가는 광고가 효과적이고 그 정도의 무게감을 가지고 있다. KB카드 광고의 자산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다른 게 아니라 처음부터 둥둥, 하는 사운드다. 1탄을 찍고 나서 사운드가 감각적으로 느껴져 이 사운드를 계속 가지고 가자고 마음먹었다. 오디오도 미리 만들어놓고 거기에 맞춰 촬영하고 있다.


: 그런 사운드는 누가 선택하는가. 효과음뿐만 아니라 다른 광고에 사용된 음악들도 모두 세련되고 대중적이지 않은 곡들이었다.

최인봉: 감독이 모두 고르는 건 아니다. 촬영에 들어가면 모든 스탭들이 아이디어를 낸다. 보통은 오디오 PD가 따로 있다. 오디오 PD가 보통 음악을 골라주는데 그가 광고의 모든 사운드를 정리하고 통제한다.


: 음악도 많이 듣는 것 같다.

최인봉: 아니, 나는 오히려 클래식을 많이 듣는다. (웃음)


“꺼내라, 가둬두기엔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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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떻게 광고 일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최인봉: 원래 잡다한 것에 관심이 많고 그림 그리는 것도 좋아하고 그래서 신문방송학과에 입학했다. 그리고 95년에 제일기획에 입사하면서 한 9년 정도, CM 플래너로 일을 했다. 킬리만자로라는 회사에서 기획실장을 맡았고 2년 전에 감독으로 일을 하기 시작했다. CF 감독이 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CM 플래너나 PD로 일을 하다가 감독이 되는 경우가 있고 프로덕션의 조감독으로 일하다가 감독이 되는 경우가 있다. 나는 전자의 경우다.


: 오랫동안 광고를 만들어왔는데 광고를 찍는 입장에서 광고의 역할이랄까. 너무 원론적이거나 광범위한 얘기일 수 있겠지만, 도대체 광고라는 건 뭔가.

최인봉: 광고는 제품을 팔기 위해 존재한다. 원론적인 얘기다. 그런데 이건 일방적이지 않다. 광고는, 다른 영상물들처럼 어쨌든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수많은 제품들 속에서 소비자와 대화하는 게 광고다. 그러다보니 많은 화법이 필요하고 그걸 통해서 사람들이 재미를 느낀다. 제품을 파는 거지만 어떤 메시지를 함께 전달하는 게 광고다. 그래서 문화적인 면과 사회적인 면이 함께 작용하는 것도 광고라고 생각한다. 하나의 제품을 시장에 내놓지만, 그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하는 것. 그 방법, 그러니까 영상화법이 사람들에게 자극을 주는 거다. 그런 과정이 곧 대중문화이기도 하고. 무차별적으로 그런 메시지를 쏟아내고 있으니 만드는 입장에서는 그런 사회문화적인 영향을 무시할 수는 없다.


: 최근 광고 속에서 비의 모습이 독특했다.

최인봉: “꺼내라”라는 게 컨셉트였다. 지난 번 광고에서는 그런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충실했지만 실제로 소비자들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이 잘 보이지 않아서 이번에는 구체적으로 그런 혜택을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자라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분신술이 어떨까. 그런데 일반적인 분신술은 여러 가지가 있었으니까 우리는 가슴에서 비가 튀어나오듯이, 그러니까 꺼내지듯이 나오는 걸로 하자라고 했다. 그리고 사운드는 처음부터 우리 자산이었으니까 거기에 맞춰서 컨셉트를 정했다. 촬영은 모션 컨트롤 카메라를 통해 촬영했는데 컴퓨터로 카메라 동작 제어가 가능한 카메라다. 세팅하는데 대략 10시간 정도 걸린다. 광선이 있으니 야외보다는 세트에서 촬영해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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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적으로는 캐논 광고를 좋아한다.

최인봉: 그 광고는 세트나 합성이 아니라 실제로 찍은 거다. 헝가리에 있는 한 폐공장에서 찍었는데, 공장 옥상에 구조물을 설치하고 배우들을 달리게 했다. 마지막에 건물에서 건물로 뛰어오르는 장면은 여배우에게 와이어를 달고 찍었다. 남자 배우는 실제로 그 거리를 점프할 수 있는 사람이다. 프랑스 영화 <13구역>에 출연한 데이비드 벨이라는 배우로 세계적인 야마카시 선수다. 많이 위험했지만 사실 와이어가 더 위험했다.


“광고에서 스타는 장애도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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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스타가 나오는 광고부터 일반 배우가 등장하는 광고까지 많이 찍는데 실제로 스타와 함께 일할 때 어떤지 궁금하다.

최인봉: 사실 광고에 등장하는 스타는 내가 선택하지 않는다. 오히려 광고주나 대행사에서 결정하고 나는 거기에 따르는 게 광고 감독이다. 하지만 감독의 입장에서는 대스타보다는 일반 무명배우를 쓰는 게 더 좋다. 더 창조적인 표현이나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으니까. 스타를 쓰면 광고 자체보다 그 사람의 이미지가 먼저 전달되는 경향이 있다. 물론 경우에 따라 다르긴 하다. 얼마 전의 스카이 광고는 스타 대신 잘 알려지지 않은 배우를 기용했다. 스타의 영향을 받지 않을 때 광고의 크리에이티브가 살아난다. 스타가 장애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물론 광고주의 입장에서는 아니겠지만, 만드는 입장에서는 그렇다는 얘기다.


: 지금 한국의 광고계의 경향에 대해서 한 마디 해준다면. 덧붙여 연예 산업 안에서 광고의 위치에 대해서도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최인봉: 너무 광범위한 얘기다. (웃음)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을 얘기하자면, 이미 한국의 광고는 그 전성기가 지났다고 생각한다. 어떤 의미에서 지금은 포화기다. 인력도 많이 늘어났고. 아마도 90년대 초반과 중반이 전성기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현재는 무척 성숙한 상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연예 산업 안에서는 글쎄, 매니지먼트 분야와 광고가 함께 한다면 더 많은 시너지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실제로 그런 회사들도 존재하고 그런 효과들도 기대하고 있으니까. 하지만 그렇게 많지는 않다. 어쨌든 광고라는 건 짧은 시간 안에 제품의 이미지와 메시지를 전달해야하는 장르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즐거운 일이기도 하다.


(글) 차우진 lazicat@cine21.com

(사진) 이원우 macqueen505@cine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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