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umi Zouma - Depths (Pt. I) (2017)
어쩌다보니 80년대 스타일 음악을 연속으로 다루는데, 아무튼, 이 밴드는 몇 년 전 우연히 접한 뒤에 혼자 응원하고 있는 팀이다. 주변에 물어봤더니 아는 사람들이 없어서 그렇게 되었다. 그 이유는 뭐, 해외 인디 록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예전보다 줄어들어서가 아니려나... 그게 아쉽다거나 그런 건 아니지만, 아무튼.
유미 조우마, 혹은 유미 주마. 뉴질랜드를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사실은 다국적으로 구성된 밴드다. 3명은 프랑스, 미국, 뉴질랜드 국적을 가졌는데, 뉴질랜드의 크라이스트 처치에서 함께 지내며 음악을 시작했다. 그러다가 2011년 지진으로 멤버들이 뿔뿔이 흩어졌는데, 그럼에도 음악적 유대관계(=공동체로서의 밴드)를 지속할 수 있던 것은 드롭박스 덕분이었다.
인터넷 이후의 취향 공동체가 작동하는 방식, 요컨대 냅스터 이후 p2p 사이트나 사운드클라우드 같은 플랫폼을 통한 창작-소비 활동 자체가 낯선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보편적인 것도 아니다. 그래서 세계 곳곳에 흩어진 멤버들이 드롭박스(한국식으로 하자면 웹하드..?)를 기반으로 음악적 아이디어와 활동을 이어나가고 데뷔까지 했다는 건 나름 의미심장하게 보이는 포인트다.
아무튼, 이들의 음악은 한 마디로 '매가리가 없다'. 나른한 신시사이저 비트 위에 흐느적거리는 여성 보컬이 포개진다. 공간계 이펙트가 도드라지는 구성으로 드림팝 계열로 분류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일단 듣고 있으면 확실히 사람을 이끄는 매력이 있는 곡들이다. 80년대 보컬 팝을 자기 스타일로 밀어붙이는 밴드랄까. 당연히, '자기 스타일로 밀어붙이는', 여기가 중요하다. 누구라도 그러하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