슴슴한 평양냉면 같은 소설. 평범하다지만 행복하게 잘 살았다
‘스토너’는 미국 작가인 존 윌리엄스가 1965년에 출간한 영문학 교수 스토너의 일대기를 다룬 소설이다.
스토너는 가난한 시골 농가의 외아들로 공부와 농장일을 하며 유년기를 보낸다. 그런 그에게 기회가 찾아온다. 공무원이 방문하여 스토너가 대학에서 농학을 공부할 것을 추천한다. 부모는 대학에서 농업을 전문적으로 배우면 척박한 땅을 일구고 사는데 도움이 되겠다 싶어 아들의 대학 진학을 허락한다.
그러나 스토너는 영문학에 매료되고 부모님 몰래 영문학을 공부한다. 졸업 즈음 부모에게 영문학을 계속 공부하겠다고 한다. 부모는 넉넉하지도 않은 형편과 농사일에 힘든 상황에서 허락한다. 그의 부모는 본인들이 원하는 직업이나 공부를 자식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스토너는 영문학에 매진하여 박사학위를 받고 종신교수가 된다. 공부를 잘하고 열심히 한다고 교수가 되기는 쉽지 않다. 학부과정에서 영문학을 공부할 것을 제안한 지도교수가 교수의 자리까지 이끌어준다.
교우관계가 다양하지 못한 그의 유일한 친구가 학과장이다. 고지식하고 아집이 있는 스토너는 학내 정치에는 관심도 없고 정치력도 부족하다. 학과장과 문제가 발생하여 어려운 상황 속에 있었지만 학장 친구가 도움을 준다.
인복이 있는 사람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공부할 수 있었고 죽는 날까지 영문학 연구와 교육자의 삶을 살 수 있게 해 준 부모님, 지도교수, 학장 친구가 있었다. 그러나 그는 더 진한 인연을 원하고 성취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불행한 결혼생활은 항상 스토너를 슬프게 하였다. 배우자인 이디야는 초임교수 시절 첫눈에 반한 상대였다. 은행가 집안의 외동딸이다. 그러나 정신적으로 불안하고 신체적으로 허약한 아내에 대한 사랑은 1년 만에 식어버렸다. 이후 아내가 불만족스러웠으나 체념하며 결혼 관계를 유지한다.
스토너는 여제자인 캐서린과 사랑에 빠진다. 둘의 사랑은 주변이 모두 알고 있음에도 아무 탈없이 끝난다. 안나 카레니나에서 보는 파탄은 없다. 알아서 조용히 캐서린은 떠나고 수습이 된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캐서린이 타 대학에서 논문을 발간하면서 그를 언급한다. 시간이 흘렀는데 잊지 않고 기억하고 논문을 헌정한다.
이디야는 불륜사실을 알았음에도 가정을 유지한다. 그리고 죽음을 맞이하는 스토너 곁을 지킨다.
불행하다면 불안정한 부부관계와 엄마의 정신적 가해와 아빠의 체념에 피해를 본 딸이다. 알코올 중독에 빠진 딸의 불행을 보면 부부관계를 딸이 어릴 때 끝냈다면 어떠했을까 싶다. 그래도 딸은 임종을 앞둔 아빠에게 자신과 엄마 때문에 힘들지 않았느냐고 위로한다.
죽음을 맞이하면서 스토너는 자신의 실패한 인생을 관조한다. 친밀한 우정을 원했지만 전쟁에서 무의미하게 죽은 친구와 홀로 남겨질 학장 친구. 열정적인 사랑으로 시작했으나 곧 실망으로 변한 결혼생활. 교육자로서 가르치는 일을 좋아했지만 무심한 선생이었던 자신. 순수성과 성실성을 추구하였지만 현실과 타협했고 시시한 일에 빠져버린 지난 날들. 결국 지혜를 갈구했으나 마지막에 발견한 것은 무지였음을 알게 된다.
나는 무엇을 기대한 것일까?라는 스스로의 질문에 결국 실패와 안타까움은 가치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따사로운 햇빛 속에서 책을 펼친 채 자기 집 침대에서 죽는다. 아버지는 아무도 모르게 농토에서 쓰러져 죽었지만 말이다.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고 무엇을 기대하고 살았든지 모두 흙으로 돌아갔다. 우리 모두의 인생은 소소하지만 의미가 있고 가치가 있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또한 그러하게 살고 있다. 평범함이 모이고 모여 세상이 밝고 따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