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投資), 벤저민 그레이엄에게 평상심을 묻다.

by 자행가

나는 가치투자자다. 주식 투자를 시작한 지는 어느덧 30년 가까이 되며, 본격적으로 투자한 것은 20년 정도 된다. 여의도 개도 만 원짜리 물고 다닌다는 우스갯소리에 대박의 꿈을 꾸고, 친구가 추천하는 종목을 산 것이 첫 주식투자였다. 그러나 증시가 나빠지면서 곧 그 종목들은 상장폐지를 당하는 등 휴지조각이 되었다.


망연자실한 자신을 다독이며 시작한 것이 가치투자 공부였다. 공부는 서점에서 책을 사 독학하는 방식이었다. 그때 알게 된 인물이 가치투자의 아버지 ‘벤저민 그레이엄’이다. 자연스레 그의 저서 “현명한 투자자”를 읽게 되었다. ‘현명한 투자자’는 가치투자의 바이블이며, 이 책을 읽지 않고는 가치투자를 논할 수 없다. 증권투자의 대가 “워런 버핏”도 이 책을 틈나면 읽는다.


그레이엄이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기업의 가치를 철저히 평가하는 것이다. 불황이 오고 위기가 닥쳐도 “망하지 않고 버틸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저평가된 회사”를 찾아내는 것이다. 그리고 '인내심'을 가지고 기업의 가치가 시장에 반영될 때까지 기다린다.


쉽게 들리는 이야기지만 인내심을 갖고 보유하는 것은 진짜 어렵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다. 내 판단이 맞는지 항상 의심이 든다. 이러한 불안은 종종 성급한 매도로 이어진다. 때로는 인내심을 유지하다가 매도의 시기를 놓쳐버리는 경우도 있다. 처음에 굳건했던 기업 가치평가에 대한 확신이 시장의 미친듯한 변동성 앞에 어느새 중심을 잃고 실수를 하게 된다. 참 어려운 부분이다.


검도 수련 중 경계해야 할 사계(四戒)가 있다. 놀라지 않고(驚), 두려워하지 않으며(懼), 의심하지 않고(疑), 미혹되지 않는 것(惑)을 말한다. 검도의 승부는 마음가짐에 지배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항상 4계를 경계하고 평상심을 가져 마음의 동요가 없도록 정신수양에 힘써야 한다. 그래야 상대를 이길 수 있다. 주식투자를 함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마음이 흔들리지 않고 마음의 동요가 없는 평상심의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나 자신 주식에 대한 연구보다 평상심을 유지하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지만, 항상 시장의 변덕에 휘둘린다. '나는 범부인가' 하며 자조할 때면 씁쓸해진다. 이때 생각나는 책이 “현명한 투자자”이다. 다시 읽으면서 마음의 위안을 찾는다. 그리고 예전에 지나쳤던 부분들이 눈에 들어온다.


요즘 전업투자자로서 안전한 투자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한다. 그래서 그레이엄의 안전투자방식에 눈길이 간다. 투자할 돈을 한 곳에 몰아넣지 않고, 안전한 곳(채권)과 수익이 나는 곳(주식)에 50%씩 반반 나누어 담는 방법이다. 주가가 너무 싸졌다고 생각될 때만 주식 비중을 조금 늘리고, 주가가 너무 올라서 위험하다고 생각되면 주식 비중을 50%보다 낮춘다. 이 방식으로 자산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고 안전하게 키워 나갈 수 있다.


그레이엄 투자는 지금 당장 빨리 오를 것 같은 주식(성장주)보다는, 잠시 인기가 시들 해질 때를 기다렸다가, 안전한 아주 큰 회사의 주식을 싸게 사는 것이다. 주식의 진짜 가치(내재가치)보다 최소한 50% 이상 싸게 팔릴 때 매수해야 한다.


매수 종목은 1) 최근 10년 동안 꾸준히 이익을 내고 적자가 없는 회사 2) 미래의 어려움을 버틸 수 있는 충분히 큰 규모와 튼튼한 재정을 가진 회사. 3) 지금 주가와 PER (주가수익비율)가 과거 평균보다 낮은 '훌륭한 큰 회사'이다,


KOSPI가 4,000을 훌쩍 넘었다. 주식시장에 반신반의하던 사람들이 KOSPI 5,000 가냐고 물어본다. 나는 모른다. 그레이엄의 추종자로서 시장예측은 신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주가가 4000을 넘지만 일부 반도체, 방위산업, 원전, 조선주만 활황이고 다른 종목들은 부침이 심하다.


주가 지수 상승만 보고 투자하는 것은 아니다. 시장예측보다는 주식의 가치와 현재 가격을 비교해 보고, 자산 중에서 주식과 채권의 비중을 조절하는 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준비 없이 돈을 좇으면 백이면 백 결국 실패한다.


투자를 할 때, '안전거리(안전마진)를 확보'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안전거리(안전마진)란 주가가 '진짜 가치(내재가치)'보다 훨씬 낮을 때 그 주식을 사서, 혹시 모를 나쁜 상황에 대비하는 것이다. 시장이 오를지 내릴지를 예측해서 투자하는 사람들은 이 안전거리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


주식 투자로 돈을 벌려면 투자한 회사가 어떤 사업을 하는지 깊이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 경영진이 정직하고 능력이 있는지 확인하고, 믿을 수 없다면 매수하지 말아야 한다. 큰 이익을 볼 수 있다는 확신이 들지 않으면 투자하지 말아야 한다. 위험한 투자는 멀리해야 한다. 회사에 대한 평가와 판단이 맞다고 생각되면, 다른 사람들이 망설이거나 반대하더라도 자신 있게 행동해야 한다. 용기를 가진 자만이 얻을 수 있다.


결국 ‘현명한 투자자’가 말하는 성공적인 투자는 높은 IQ나 시장 예측 능력으로 '대박'을 노리는 것이 아니다. 원칙 중심의 건전한 지식체계와 경험, 합리성, 평상심, 인내심을 가진 투자자가 되어야 한다. '안전마진'이 있다는 확신이 있을 때만, 용기를 내어 매수하고 기업을 소유하는 마음으로 종목을 보유해야 한다. 이러한 원칙이야말로 투자자로서 시장에서 살아남고 부자가 될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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