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기적

by 자행가

여행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 1996년 8월 대학원 논문을 쓰고, ‘언제 다시 유럽을 올 수 있을까?’하는 생각에 런던에서 출발하는 버스 여행을 예약했다. 런던에서 출발해 네덜란드를 거쳐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프랑스를 돌아보는 긴 여행이었다.

오스트리아 수도 비엔나에 도착한 뒤 주변을 둘러보다가 다리가 저리고 피곤이 몰려와 잠시 벤치에 앉아 숨을 돌렸다. 길 건너 고급스러운 호텔이 눈에 들어왔다. 정장 차림의 사람들이 캐리어를 끌며 여유롭게 그 호텔을 드나드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전혀 다른 세상이 존재하는 듯했다.

배낭을 메고 버스로 유럽을 돌고 있는 내게 그들의 모습은 부러움으로 다가왔다. 마음속으로 ‘저곳에서 하룻밤 묵어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스쳤지만, 곧 ‘과연 내가 그곳에 묵을 수 있을까?’하고 내게 반문했다. 저들처럼 묵고 싶다는 바람과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뒤섞였다. 그리고 한참 그 호텔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배낭여행에서 돌아와 얼마 지나지 않아 IMF 와중에 회사에 취직하였다. 해외영업부로 발령받아 구소련과 동유럽을 담당하였다. 그리고 본사에서 독일지사 업무를 보조했다. 2년쯤 되었을까? 해외 출장을 가서 관리하는 업체와 신규업체를 만나보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2000년 1월 우크라이나 오데사 공항에서 수속 마치고 눈이 수북이 쌓인 활주로를 걸어서 비행기에 탑승하였다. 오스트리아 빈 국제공항에서 환승 한 뒤 독일 자사가 있는 프랑크푸르트로 가는 일정이었다. 날씨는 안 좋았으나 용케 비행기는 떴다. 회사의 배려로 비즈니스석을 탔는데 좌석에 아무도 없었다. 이코노미석에는 승객 한두 명이 보일 뿐이었다.

밤늦게 도착한 빈 국제공항은 눈이 내리고 있었다. 독일행 비행기가 연착되었다는 안내가 들려왔다. 비행기 출발 시간은 다음 날 아침 시간으로 변경되었다. 항공사에서 마련한 숙소로 이동했다. 버스에서 내리자, ‘이게 무슨 조화인가’ 싶었다. 그곳은 바로, 수년 전 부러운 눈으로 바라봤던 그 호텔이었기 때문이다. 그 순간, 간절한 바람이 응답했다는 전율이 일었다. 간절히 바라면 이뤄지나 보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뭔가 신에게 선택받은 듯한 착각이 일었다.

2007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시크릿』이라는 책이 있다. 끌어당김의 법칙을 소개한 책이다. 우리의 생각은 강력한 자석과 같아서, 비슷한 주파수나 진동수를 가진 것들을 우주에서 끌어당겨 현실이 된다는 것이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원하는 것에 집중하면 긍정적인 결과와 행복을 가져오고,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부정적인 상황을 만든다고 한다. 따라서 매사에 좋은 기분을 유지하려 애쓰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긍정적으로 임해야 한다. 나쁜 기분은 되도록 빨리 떨쳐버리는 것이 좋다.

무조건 바란다고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복권 1등 당첨같이 허황된 꿈을 꾸라는 것도 아니다. 생각으로만 원한다면 그것은 헛된 망상일 뿐이다.

바라는 것이 있다면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계획하고 간절히 바라야 한다. 이 과정에서 말로 내뱉거나 글로 써보는 것을 추천한다. 그리고 이미 받은 것처럼 믿고 행동해야 한다. 의심은 사치다. 확신을 가져야 한다. 원하는 것을 받을 때의 좋은 감정을 미리 느끼고, 행동하며 현실로 나타나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포기하지 말자.

요즘 글 쓰는 재미를 느끼는 중이다. 컴퓨터 앞에 앉아 글을 쓰기 시작하면 잡생각이 나지 않아 좋다. 그동안 특별히 바쁜 게 없어 소파에서 빈둥거리거나, 유튜브 보거나, 책을 읽는 시간이 무의미하고 따분했다. 그러나 글을 쓰기 시작한 이후 시간도 잘 가고 지루하지 않다.

많은 사람이 공감하는 좋은 글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다는 바람이 생겼다. ‘과연 내가 작가가 될 수 있을까?’하는 반문을 하지 않으려 한다. 현재로서는 구체적인 주제가 생각나지는 않지만 독자가 공감하는 명확한 주제를 찾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저 글 쓰는 즐거움 속에서 좋은 작가로 성장한 ‘나’를 상상하고 받아들이려 한다.

꾸준히 글을 쓰다 보면 언젠가 독자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좋은 책이 출판되리라고 본다. 나에게 맞는 옷처럼 편안한 소재들이 나를 찾아와 독자들과 함께할 날을 기다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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