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제처럼 풀어온 대학 회사 결혼
'나는 한 번도 내가 하고 싶어서 뭔가를 해본 적이 없어. 대학에 가야 하서 대학에 갔고, 취업을 해야 해서 지금 직장에 왔고, 결혼하고 애를 낳아야 해서 지금의 삶을 살고 있을 뿐이야.'
최근에 내가 직접 들었던 말 중에 가장 나를 울컥하게 만드는 이야기였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쉽게 울컥하지 않는데 순간의 쓸쓸한 표정이 같이 보여서였을까. 내 눈에서 눈물이 흐르지 않았지만 마음속에는 눈물이 한 방울씩 뚝뚝 떨어졌다. 지금까지의 삶에 '나'는 없었기 때문이다.
인생은 어렵다. 열심히 살아왔는데도 순간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고 '이게 맞는 건지'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인생이 어려운 이유는 우리가 인생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이다.
이제 30이 조금 넘은 나이로 인생에 대해서 알면 얼마나 안다고 이러는 것일까. 여기서 말하는 인생이란 거창하게 인간의 인생이라는 진리를 탐구하는 것이 아니다. 소박하다.
고도 경제발전을 이룬 세대, 그 부모님 세대 밑에서 커온 우리들이 현재 20~40를 이루고 있다. 그분들의 바람은 자식들의 성공이었다. 대부분의 우리는 우리도 모르게 그 삶을 살아가고 있고 또한 그렇게 살아왔다. 지금의 청소년들도 별반 다를 바는 없다. 무조건 성공을 위해 공부 또 공부. 그리고 대학 그리고 입사. 현재에 이르기까지 무작정 성공만을 위해 달려왔다. 결혼과 육아도 마찬가지다. 대학, 취업과 마찬가지로 왜 결혼을 해야 되고 왜 출산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확한 답 없이 하나의 숙제처럼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다. 대학 → 취업 → 결혼 → 출산. 우리는 우리도 모르게 인생의 가장 보편적인 기준을 적용하며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왜 돈을 많이 벌어야 하고 성공해야 하는 걸까. 결혼은 왜 해야 하며, 아이는 왜 낳아야 하는 걸까. 뭐 때문에 이것들을 숙제처럼 풀면서 살고 있는 걸까? 인생이란 게임이 우리에게 미션을 주고 있다고 생각하는 게 속편하다는 생각도 든다. 고민하지 않아도 되니.
막연히 돈과 성공을 목표로 살아오거나, 막연히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사는 사람들은 결국 자신이 뭘 원하는지도 모르고, 생각해보지도 않은 채 달려와서 지금에 이르게 된 것이다. 타인의 요구에 의한 것인지 사회의 요구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신이 내린 미션 인지도 생각해보지 못한 채 말이다.
지금이라도 생각해보자. 생각해봐야 한다.
내가 뭘 해왔고 여태까지 어떤 손해나 희생을 감수해 왔건 상관없이 일단은 제로베이스로 돌아가 보자.
나라는 사람은 뭘 좋아하고 뭘 하고 싶은지 생각해보자.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남의 기준 따위는 버려버려라. 정말 쓸모없다. 남들이 하는 대로 행동할 필요도 없다. 제로베이스로 돌아가 내 인생을 통해 나는 무얼 하고 싶은지 고민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움직여야 한다. 지금에 비해 10배는 행복해질 것이다.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혀 내가 좋아하는 어떤 걸 발견할 기운도 없고, 발견한다 해도 그것을 해낼 시간이 없어도 상관없다.
우선은 생각하라.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할 때 행복해하는지, 무엇이 재미있어 보이는지를.
지금 당장 뭘 할 필요도 없다. 지금 당장 무언가를 해야 한다면 당신이 당신 스스로에 대해 질문을 하고 답을 얻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도 모르는 나만의 작은 시간이지만 당신의 인생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결정적인 순간이다.
부모님이 빚을 대신 갚아야 하는 등의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면, 세상에서 해야 되는 일은 2가지다. 내 몸 나하 먹고살 수 있게 경제활동을 하는 것, 그리고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것. 그 외의 부분은 다 자유다. 내 인생은 나의 것이니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된다. 하고 싶은 것이 거창할 필요도 없고 멋있을 필요도 없다. 소소해도 좋다. 단지 그냥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게 인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