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세의 우울
뒤떨어진 삶이었는데
어찌하여 따라가다 보니,
신의 산 호렙의 불을 만나고
홍해를 가르고
광야를 건너왔다.
나는 위대하건만
지나가던 아이가 나를 보며 시큰둥하고
옆에 있는 젊은이가 입을 씰룩거리고
뒤에 있는 노신사는 입만 웃는다.
하늘에서 소리가 들린다.
그건 형광등 불빛이었어
수도가 터진 거였지
잠시 지나간 여행지였잖아.
수치가 잠시 있다 말라버렸지만,
상관없어!
손에 쥔 것이 있으니.
모두 사라진 채로 있고
소리는 사라졌다
먼지만큼의 진심은
한 때 있었는데.
참으로
조용한 세상이야
더 이상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