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
나는 언제부터인가 내가 많이 부끄러워
말을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미움에 대해서는 할 말을 잃었는데
여전히 까닭 모를 짜증은 남아있어 조심하지만
짜증을 참지 못하고 글을 쓰고는 후회하며
불 속에 던져 버립니다.
사랑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습니다만
말이 많으면 사랑이 오해될까 싶어
내 소중한 이가 오해되는 것이 싫어
알 수 있는 사람만 들을 수 있게
시를 배우고 있습니다.
가끔 나도 모르게 짜증을 참지 못 해
재채기하듯이 말을 하고는 후회하고
흥에 겨워 콧노래를 부르듯
사랑의 감탄사를 발하고는 부끄러워합니다.
나는 언제부터인가 내가 많이 부끄러워
말을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러다가 언젠가
말을 잃어버릴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