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은 하나다. 하나의 방은 두개로 나뉜다. 커튼이 가운데 드리워져 있다. 이 쪽 벽 위에 못을 박고, 저쪽 벽 위에도 못을 박아 철사를 연결한다. 그 위에 천을 매단다. 처음에는 팽팽하게 당겨진 철사는 며칠 못가 천의 무게로 늘어진다. 겉모양이 후줄근해진다. 그래도 괜찮다. 걸쳐있어 바람만 막아주면 된다.
방 위쪽은 춥다. 많이 춥다. 몹시 춥다. 천장에서는 바람이 분다. 엄마가 웃풍이라고 한다. 방에 들어와도 두꺼운 옷을 입고 있어야 한다. 천장과 벽에서 바람이 불기 때문에 감기에 든다. 방에는 벽이 네 개다. 벽에 기대면 밖의 겨울을 느낄 수 있다. 등으로 차가운 바람이 들어온다. 바람은 밖에서도 불고 바람은 안에서도 분다. 하지만 두꺼운 옷을 입고 있으면 괜찮다. 밤에 잘 때도 두꺼운 옷을 입으면 따듯하다. 목에 수건을 두르면 더 따듯하다. 수건에는 파란색 글씨로 철도청 체육대회라고 쓰여 있다. 귀한 수건이다. 아빠라고 부르는 사람이 다니는 곳이라고 한다. 수건을 목에 두르면 이불과 어깨 사이 벌어진 틈으로 바람이 들어오지 않는다. 방은 춥지만 수건은 따듯하다. 이불속은 따듯하다.
방은 춥지만 방바닥은 따듯하다. 방바닥은 아래쪽만 따듯하다. 연탄불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대문 옆에 담장은 까맣다. 연탄이 까맣게 쌓여있다. 올 겨울에 땔 연탄이다. 연탄은 세상에서 가장 까맣다. 가장 까만 색깔은 연탄 색이다. 안 닦아서 때가 낀 내 발목보다 더 까맣다. 겨울이 오기 전에 연탄을 쌓아 놓아야 한다. 겨울이 오기 전에 김장김치를 해놓아야 한다. 겨울이 오기 전에 나무를 해놓아야 한다. 겨울이 오기 전에 겨울 옷을 꼬매 놓아야 한다. 겨울이 오기 전에는 할 것이 많다. 연탄이 쌓이면 겨울 준비가 끝난다. 엄마는 쌓인 연탄을 보며 좋아한다. 엄마가 즐거워하는 때는 많지 않다. 겨울 준비를 다 마치면 즐거워한다.
연탄아궁이 숨구멍을 열어놓으면 불이 활활 타오른다. 방이 따듯해진다. 하지만 연탄을 금방 갈아줘야 한다. 연탄이 빨리 떨어지면 안 된다. 겨울이 얼마나 길지 모르기 때문이다. 외상으로 사 온 연탄이다. 아껴 써야 한다. 아주 추울 때만 연탄 숨구멍을 열어놓아야 한다. 밤에 잘 때만 열어 놓아야 한다. 방바닥에 이불을 깔아 놔야 한다. 이불을 깔아 놓아야 온기가 오래간다. 이불을 걷어놓으면 혼난다. 연탄을 많이 때야 하기 때문이다. 연탄을 때면 신경 써야 할게 많다. 하나라도 잊어버리면 방바닥은 너무 뜨거워지고 너무 빨리 차가워진다.
연탄불이 들어오는 곳을 아랫목이라 한다. 따듯한 곳이다. 아랫목은 장판 색이 어둡다. 너무 뜨겁게 연탄을 땐 날에 장판이 탄 까닭이다. 거기가 가장 따듯한 곳이다. 아랫목에는 밥통이 묻혀있다. 스뎅으로 만들어진 스뎅 밥통이다. 반짝반짝 빛난다. 오래 썼어도 수세미로 빡빡 닦아 주기에 반짝반짝 빛난다. 밥이 식지 않게 아랫목에 밥을 보관한다. 따듯한 밥을 먹으려면 밥통을 아랫목에 넣어 놓아야 한다. 밥통을 잡으면 따듯하다. 차가운 밖에서 돌아오면 아랫목 이불을 들추고 밥통을 잡는다. 밖은 춥지만 방은 춥지만 아랫목을 따듯하다.
추운 겨울이지만 추운 줄을 모른다. 아랫목이 따듯하고 밥통이 따듯하다. 연탄이 쌓여 있고 나무 땔감이 쌓여있다. 우리 방은 세상에서 가장 따듯한 곳이다.